KBS 파우치 대담,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는 언급조차 없었다
민주당 "尹, 공작선동 강변했으나 법원이 고발사주 의혹 실체 인정"
'징역 1년' 손준성 검사 윗선이 윤석열 검찰총장이면 '공범' 가능성
尹, 명품백 영상에 "정치 공작"…'검찰의 정치 공작' 의혹은 침묵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KBS와 녹화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영상 공개가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끝내 사과하지 않은 윤 대통령과 '명품백'을 '파우치'로 부른 KBS를 향한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정작 대통령에게 물었어야 할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중 하나가 '검찰의 정치 공작'으로 볼 수 있는 '고발사주' 사건이다.
이 사건 핵심은 2020년 4월3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 소속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MBC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뉴스타파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보도와 관련해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며 MBC기자들과 뉴스타파 기자, 유시민최강욱 등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서울중앙지법은 1월31일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고발장이 대검 수정관실에서 작성했다고 판단했으며 손 검사가 김 후보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다. 무엇보다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 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 및 공모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통하는 대검 수정관실 현직 검사에게 총선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2020년 4월 대검 감찰부장이었던 한동수 변호사는 이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손준성 검사 개인이 (고발 사주를) 혼자 했을 리 만무하다는 건 검찰에서는 누구나 동의하는 사안”이라며 “고발장 작성은 손준성 개인의 일탈이 아니고, 총장 지시하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함께 작성했고 (고발장이) 나가기 전에도 총장 컨펌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고발사주 범죄는 손준성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검찰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확인된 만큼 '국기문란 범죄'라 불러야 마땅하다”며 “공수처는 '윗선'으로 의심을 받았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당시 검찰 고위 간부들의 연루 의혹에 대해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도 윤 대통령에게 “검찰의 정치개입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과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KBS 녹화 대담에서는 관련 질문도, 관련 답변도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9일 성명을 내고 '고발사주 실행 4일 전 손준성 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한정식집에서 오찬을 했다'는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하며 “윤 총장이 총장 취임 이후 손준성 검사와 오찬을 가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고발사주 실행 4일 전 검찰총장 명령으로 움직이는 수사정보정책관을 만나 취임 후 첫 오찬을 한 것이 진짜 우연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고발사주 실행을 미리 보고받거나 혹은 암묵적 지시의 사인을 보내준 것은 아닌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대책위는 또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해 3월 손준성 검사를 감찰하던 검찰은 비위 혐의가 없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렸다. 급기야 지난해 9월 손 검사는 검사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범죄 의혹을 받는 검사를 징계는 못 할망정 두둔하고 감싸 안은 것”이라고 비판한 뒤 “대통령이 관계되어 있어 징계도 못 하고 범죄혐의자에게 포상을 준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대책위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출처와 작성자가 없는 괴문서'라며 공작과 선동이라고 강변했으나 법원이 판결을 통해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를 인정했다”며 “혹시 본인의 책임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선거 중 허위사실 유포까지 서슴지 않은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들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 수반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사안이 엄중하고 그 죄책 또한 무겁다”고 판단했다. 만약 손준성 검사가 검찰총장 지시대로 움직였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유죄를 피할 수 없는 공범이 될 뿐만 아니라 탄핵 여론에 부딪힐 수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피하고 녹화 대담에 나서면서 '고발사주'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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