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외부 보낼 설 선물 예산 전액 연탄 기부...“꼭 안받아도 되는 분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설 연휴를 ‘연탄 신경전’으로 시작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설 선물 예산 전액을 저소득층 연탄값으로 기부한 뒤 얼굴에 검댕을 묻혀가며 빈민촌에 직접 연탄을 나르는 모습을 공개하자, 민주당에선 “일부러 검댕을 묻힌 쇼는 아니겠지”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8일 국민의힘은 봉사단체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연탄 7만1000장 기증서를 전달했다. 이는 양당이 작년 연말을 맞아 기부한 연탄과는 별개였으며, 통상적 연말 연탄 기부를 훨씬 웃도는 규모였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4일 연탄 1만장을 기부했고, 같은 달 12일 국민의힘은 2만장을 기부했었다.
이번 연탄 기부의 금원(金原)은 한 위원장 명의 설 선물 예산이었다. 외국 외교관 등에 매년 보내던 7000만원 규모 금년도 설 선물 예산안을 보고받은 한 위원장이 “이거 받을만한 분들은 우리 선물 하나쯤은 안 받아도 그만인 분들 아니냐”며 연탄 기부금 전용(轉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사단체 측은 기부 의사를 전달받고는 “국민의힘은 작년 말에 이미 했는데, 뭔가 착오가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봉사단체 관계자는 “사실 12월까지는 연말이라 연탄 후원이 많이 오지만 1월이 되면 뚝 끊긴다. 2월인 지금은 ‘연탄 보릿고개’”라며 사의를 표했다. 한 가구가 한 달에 사용하는 연탄은 대략 200장으로, 이번 기부 규모는 대략 355가구의 한 달 사용 분량이다.
한 위원장은 기증서 전달 현장에서 “저희가 잘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며 “앞으로 매년 이 정도 규모 기부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바로 그날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직접 연탄 리어카를 끌며 2000장을 저소득 가구에 배달하는 봉사활동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 등의 얼굴에 연탄 검댕이 묻은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러자 이튿날(9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봉사 활동 중인 한 위원장 사진을 올리면서 “왜 옷은 멀쩡한데 얼굴에만 검댕이 묻었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민 의원은 “누군가 양손으로 볼에 묻히고 콧등에도 한 점 찍은 듯 인공의 흔적까지 담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즈음 연탄 나르기는 이웃을 생각하는 행위”라며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본 분들에 따르면 옷보다 얼굴에 먼저 연탄 검댕이 묻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개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 검댕이 얼굴에 묻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서 저런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이라며 “설을 앞둔 시점에 동료시민 돕는 ‘연탄 나르기’마저 정치적 쇼를 위한 장식으로 이용한 건 아니겠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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