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도 등장한 기내식…결코 안되는 메뉴도 있다[금준혁의 온에어]

금준혁 기자 2024. 2. 1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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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수익사업팀 이동우 총괄 매니저
"요식업 경험 있는 부서원들이 개발…기내에서 무뎌지는 미각도 고려"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빕스 떠먹는 페페로니 피자(이스타항공 제공)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치즈 위를 가득 덮은 11개의 페페로니. 포크로 페페로니를 찌르자 치즈가 움푹 들어가며 흰 빵이 보였다. 빵을 포크로 찍고 파스타처럼 돌돌 말아 위로 뜨니 치즈가 쭉하고 늘어났다.

이스타항공이 CJ푸드빌과 함께 출시한 빕스(VIPS) 떠먹는 페페로니 피자는 여객기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기내식이다. 기내에서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의 피자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승객들의 궁금증과 식욕을 자극한 것이다.

메뉴를 개발한 수익사업팀의 이동우 총괄 매니저와 주요 기내식을 직접 맛보며 기내식 개발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기내식은 크게 비빔밥, 불고기덮밥처럼 호불호가 갈리지 않은 기본 메뉴와 피자처럼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항공사가 직접 개발하는 자체 메뉴로 나뉜다. 도입과정은 유사하지만 어떤 메뉴를 도입하는지가 차이점이다.

자체 메뉴는 일반적인 식당에서 메뉴를 선정하듯 유행하는 음식과 브랜드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탑승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령대와 성별 등을 고려해 메뉴를 고르게 된다. 판매부서, 마케팅부서, 승무원 등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직원들의 시식도 거친다.

빕스 떠먹는 페페로니피자 2024.01.23/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기본 메뉴는 기내식 업체로부터 샘플을 받는데, 이와 달리 자체 메뉴는 기내 환경에 맞게 바꾸는 과정이 필수다. 예컨대 이스타항공의 빕스 피자는 일반적인 피자와 달리 테두리인 크러스트가 없고 도우도 식빵을 사용한다. 밀가루 반죽의 쫄깃한 맛은 없지만 식빵을 여러 등분을 해서 잘랐기 때문에 씹기 부드럽고 포크나 수저로 떠먹기 편하다.

기내에서는 사람이 맛을 느끼는 정도가 무뎌진다고 한다. 실제로 지상에서 빕스 피자를 먹어보면 간이 세고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음식을 먹는지 인지할 정도로 향이 평소보다 강하게 난다. 그래서 출시 전에는 꼭 상공에서 테스트를 거친다.

이 매니저는 "고도가 높고 기압이 낮은 기내 환경상 미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조리 과정에서 간을 세게 하는 등 염분에 차이를 둔다"며 "빕스 피자는 섭취가 용이하도록 도우를 잘게 썰어 넣고, 치즈와 토마토소스 등 재료를 더 많이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소불고기 주먹밥 2024.01.23/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이처럼 기내식을 개발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획을 넘어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초밥, 족발 등 여러 식당을 운영해봤다는 이 매니저는 "기내식 부서는 기본적으로 요식업 운영 경험이 있어 이해도가 높은 인력이 배치된다"며 "부서원은 평소 식사를 하면서도 기내식 메뉴화가 가능한 메뉴를 살핀다"고 말했다.

모든 메뉴가 기내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스턴트 라면을 제외하면 기내식에서 뜨거운 국물이 있는 요리를 보기란 쉽지 않다. 기내식의 기피요소인 △보관이 용이하지 않은 음식 △기내에서 조리가 어려운 음식 △먹기 불편하거나 위험한 음식 △기내가 더러워질 수 있는 음식에 모두 해당해 기내식화가 어렵다고 한다.

이 매니저는 "해외여행 후 복귀편에서 한국 음식을 먹고 싶을 경우를 생각해 짬뽕, 육개장을 테스트까지 진행했지만 포기했다"며 "상하기 쉬운 초밥, 뼈가 있는 치킨도 기내식화가 어려운 제품"이라고 말했다.

소불고기 주먹밥(이스타항공 제공)

이렇게 최종 선정된 기내식은 비행 전날 저녁에 생산해 냉동·냉장 보관한 후 다음날 기내에 실린다. 기내식은 오븐에 데우는 핫밀과 조리가 불필요한 콜드밀, 그리고 물을 붓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핫밀은 180도를 기준으로 30분 정도의 히팅이 필요하다. 190명 내외가 탑승하는 B737을 기준으로 기내에는 6개의 오븐이 있는데 오븐에는 4개의 용기가 들어갈 수 있는 트레이가 8칸 있다. 반면 냉장고는 없기 때문에 콜드밀은 드라이아이스를 함께 넣어 신선도를 유지한다.

이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연 2회 정도 메뉴를 리뉴얼하고 매출에 따라 유지를 결정한다"며 "현재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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