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마영신 "韓독립만화, 제 세대서 끝날듯…작가 키워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국내보다 해외 평단에서 더 인정받는 한국 만화가 있다.
5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만화 '엄마들'은 최근 몇 년 새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 시상식 후보 명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이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엄마들'을 만든 마영신(42) 작가를 만났다.
지금까지도 잉크 펜으로 만화를 직접 그리고, 이를 스캔한 뒤 포토샵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마 작가의 작업실 책상은 고무지우개와 펜, 작업물을 담은 파일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 작가는 이야기 그 자체를 사랑하는 스토리텔러다.
취재 방식부터 독특하다. 생생한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마 작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원고료를 준 뒤 자유롭게 글을 써오도록 한다.
그렇게 모은 이야기와 문장들을 머릿속에서 일정 기간 숙성하고, 작품으로 만든다고 마 작가는 설명했다.
매체도 가리지 않는다. 만화를 꾸준히 그리고 있지만, 최근에는 단편 독립영화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2015년 만화잡지 '보고'를 통해 선보인 '엄마들' 역시 아들인 마 작가가 어머니에게 노트를 주고 자신과 친구들에 대해 써달라고 부탁한 뒤 빚어낸 이야기다.
그는 "그동안 사람들을 관찰해서 이야기의 불씨를 얻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엄마를 바라보니 여기에 '이야기 덩어리'가 있더라"며 "20대의 이야기는 '결혼하느냐 마느냐' 정도인데 50대는 죽음, 이혼, 자식 등 다룰 것이 얼마나 많으냐"라고 했다.
허구가 섞였다고는 하지만 이 만화에는 50대 여성의 연애, 우정, 사적인 대화, 청소노동자로서의 일 등이 가감 없이 묘사돼 있다.
마 작가는 "책이라고는 성경밖에 안 보던 엄마가 이 책은 한 번에 완독을 해버렸다"고 떠올렸다.
자신의 이야기에 기반해 만화가 나오고,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현상을 어머니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지금은 엄마가 체감을 못 한다"면서도 언젠가 드라마화가 되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엄마들'이 해외에 알려진 것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캐나다 출판사 드론앤쿼털리의 편집장이 한국을 찾았다가 마 작가의 단편 만화를 접하고 출판을 제안했다. 마 작가가 단편 만화보다 좀 더 대중성이 있는 '엄마들'을 추천하면서 영문판이 나오게 됐다.
이를 계기로 2021년 만화계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미국 하비상 최고 국제도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는 만화계 칸 영화제로 불리는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공식 경쟁 부문에 올라 주목받았고, 현재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최종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마 작가는 국내 독립만화계의 스타로 꼽힌다. 최근 만화가를 지망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그 뒤를 이을 작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한국의 웹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다양하고 개성이 있는 만화는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독립만화를 하는 친구들이 안 나타나고 있잖아요. 소수의 개성 있는 작가들을 뽑아내고 잘 키우면, 그 사람들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여기 희망이 있네'하고 따라올 텐데, 이런 (롤모델) 집단이 전멸 상태니 재능있는 친구들이 돈 되는 장르로 변환해서 가는 것 같아요. 아마 독립만화는 제 세대가 끝일 것 같아요."
그는 한국 만화가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주목받길 바란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가를 양성해야 한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마 작가는 이를 위해 2021년 '즐겨찾기'라는 작가 레이블을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그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잘하는 작가들을 눈여겨보고 만나보면서 괜찮은 사람들을 끌고 가려고 했다. 웹툰계를 좋게 변화시켜야겠다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점점 화려해지고 장편 연재 중심의 웹툰 산업 속에서 독립만화가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언급하며 "웹툰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할 수 있다면 책만 만들고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의 손은 쉬지 않는다.
올 4월께 재담미디어의 웹툰 플랫폼 쇼츠에서 16회차 분량의 록 음악 만화 '(락)이'를 선보인다.
웹툰 '러브 스트리밍'의 그림을 맡았던 권다희 작가와도 올여름 함께 작업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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