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수익성 넘는다" 현대차·기아, 신용등급 첫 'A'받은 이유

강주헌 기자 2024. 2. 1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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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으로]기존 'Baa1'에서 'A3'로 상향…현대모비스도 A등급 획득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로부터 신용평가 A등급을 획득했다. 이들 기업이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A등급'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 신용등급 향상의 배경이다. 제네시스, SUV(다목적스포츠차), 하이브리드차 등 수익성이 좋은 차의 판매가 늘면서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일본의 토요타의 영업이익률과 맞먹게 됐다. 많이 팔면서도 많이 남긴 셈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향후 전망도 밝다고 평가받았다.

무디스(Moody's)는 지난 6일 현대차·기아·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A3'로 상향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했다. 'A3' 등급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체계상 21개 등급 중 상위 7번째에 해당한다. 신용상태가 양호해 신용위험이 크게 낮은 수준을 의미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합산 매출 262조4720억원, 합산 영업이익 26조734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글로벌 합산 판매량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730만4282대로 집계됐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친환경차·SUV·RV 등 잘 팔리는 차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렸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SUV를 비롯한 RV(레저용 차량) 판매 비중은 73.7%에 달한다.

현대차는 준중형 SUV 투싼 등 SUV 차급이 지난해 현대차 전체 판매 대수(421만7000여대)의 53.9%를 차지했다. 제네시스 판매 대수는 2022년 20만8000여대에서 지난해 22만여대로 늘어났다.

기아도 지난해 쏘렌토, 스포티지 등 SUV 차종이 글로벌 최다 판매 모델 상위권을 차지했다. 친환경차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18.2% 증가한 57만6000여대에 달했다. 특히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8.7%에서 10.1%로 높아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토요타와 영업이익률에서 견준다. 기업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지난해 9.3%, 기아는 11.6%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양사 합산 영업이익률은 10.2%로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해 9.2%에 그친 테슬라를 넘어섰다. 기아의 경우 일본 토요타의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률 11.3%를 넘는다.

무디스 신용등급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한 주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토요타,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현대차, 기아를 포함해 8개에 불과하다. 무디스는 2024~2025년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조정 상각전 영업이익(EBITA) 마진을 신용등급 'A'등급이 부여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유사한 10~11%로 예상하며 앞으로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최대 실적에 수익성도 개선되면서 현금 유동성을 차곡차곡 쌓아 재무건전성도 인정받았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순현금 규모(금융 부문 제외)는 2021년 20조원, 2022년 25조원에서 2023년 3분기 기준 33조원으로 증가했다. 향후 1~2년간 이뤄질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0.3배, 0.4배의 EBITDA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과 대규모 순유동성 보유액을 유지할 거라고 무디스는 전망했다.

한국에서 무디스 신용등급이 제일 높은 한국 기업은 2022년 9월 Aa2를 받은 삼성전자다. 무디스의 등급 체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것으로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과 같다. 2022년 6월 말 기준 108조원의 대규모 순현금 보유에서 알 수 있듯 매우 우수한 재무적 완충력이 신용등급에 반영됐다.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은 현대차·기아보다 한 단계 높은 A2 등급이다.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의 브랜드 가치, 제품 경쟁력 향상도 반영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 성장 둔화, 원화 강세 등 대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의 강력한 시장 지위, 주요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다각화된 시장 포트폴리오 등이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정적'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서도 현대차·기아 양사 간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고려됐다. 무디스는 "향후 1~2년간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견조한 수익성과 상당한 재무적 완충력(buffer)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무디스는 "사업 안정성, 우수한 자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대모비스의 대규모 글로벌 사업, 안정적인 A/S 사업으로 인한 이익 창출 및 견조한 재무 건전성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따른 전동화 부품 공급량 늘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시대를 맞아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사에서 벗어나 전기차 섀시 모듈, 배터리시스템(BSA), 파워트레인 등 하드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체질 개선을 해나가고 있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의 신인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조달 금리 인하 등으로 자금조달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또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달 현대차·기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해 현재 신용등급 'BBB+'에서 'A'로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등 미래기술에 적극 대응해 추가 수익성 강화와 재무 건전성 확보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며 "이번 무디스 신용등급 상향을 계기로 더욱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며 올해 사업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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