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커튼콜] 조정은의 마지막 '팡틴', 폼 나는 내려놓기
레미제라블 전 시즌서 '팡틴' 연기
"팡틴에 익숙해졌다··· 객관적으로 적당하려고 노력해야"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요”
우아한 목소리와 더 우아한 말투로 배우는 다소 담담하게 ‘마지막’을 이야기한 사람은 레미제라블에서 ‘팡틴’ 역할을 맡은 배우 조정은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이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조정은은 “다음에 또 이 역할(팡틴)이 저에게 주어질 수 있을지 약속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에 임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는데요. 조 배우가 그렇게 아끼는 역할, ‘팡틴’을 내려놓을 생각이라니, 무슨 이유일까요. ‘어쩌다 커튼콜’이 조 배우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팡틴’은 공연시간이 3시간에 이르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고작 20분 남짓 등장하는 미혼모 역할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며 혼자 딸 코제트를 기르는 엄마로, 작품 초반에 잠깐 등장하지만 빈부격차와 혁명이라는 공연의 시대적 배경을 상징하는 무척 중요한 역할이죠. 팡틴의 대표곡은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인데요. 이 곡은 작품 전체를 대표하는 곡입니다.
배우 조정은에게도 팡틴은 중요하고 특별한 캐릭터입니다. 그는 2013년 레미제라블 한국어 공연 초연과 2015년 재연에 이어 지난해 11월 개막한 세 번째 시즌에서도 팡틴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총 400회 이상 팡틴으로 무대에 섰다고 해요. 팡틴의 중요한 단독 넘버인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질만큼 한 곡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만큼 배우는 최대한 기량을 발휘해서 곡 안의 팡틴의 드라마를 찾아가기 위해 애씁니다. ‘황후, 공주, 귀족의 여인’ 역할을 주로 맡아 온 배우에게 팡틴은 다소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애정을 갖고 지난 10여 년 간 역할에 몰두해 왔다고 해요. 그런 배우가 ‘마지막 팡틴’을 이야기하다니, 팬들에게는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배우가 ‘마지막’을 언급한 이유를 들어보면 ‘과연 조정은’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만 합니다. 배우는 “이제 팡틴에 맞는 나이가 아니다”라고 말했어요. (외모만 봐서는 더 어린 역할도 해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죠.) 팡틴은 너무 많은 걸 경험하면 안 된다는 거죠. 사람이 너무 많은 걸 알게 되면 익숙해지잖아요. 실제로 오디션을 보던 중 카메론 매킨토시가 배우에게 한 지적 중 하나도 ‘익숙함’이었다고 해요. (지금까지 해 온 배우라서 그냥 넘기지 않네요. 역시 레미제라블입니다.) 매킨토시는 조 배우에게 “누가 봐도 이 일을 처음 겪은 사람처럼 연기했으면 한다. 팡틴이 자기 연민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신경써달라”고 주문했고, 조 배우 역시 그 주문에 충실하기 위해 다시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어떤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차버린 상황도 배우는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감성이나 느낌이 있어요,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관찰하고 늘 적당하려고 노력해야겠죠”라고 말했습니다. 내년에 당장 레미제라블이 다시 무대에 서지 않는 이상 그 이상의 나이는 팡틴에 적절하지 않다는 게 배우의 의견입니다.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해서일까요. 배우에게 이 세 번째 공연은 더욱 애틋합니다. ‘이제 공연이 몇 회 남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해요. 배우는 “팡틴을 연기할 때 속으로 정답을 정해놓지 않아요. 연습할 때부터 이렇게도 연기해보고, 저렇게도 연기해보고 속으로 난리를 피워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겪다 보면 매번 새로 발견할 점을 찾게 되고, 다음 공연에서 참고할 부분이 생긴다는 거죠.
레미제라블이 막을 내리면 이제 배우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요. 2001년 서울예술단 앙상블로 뮤지컬에 데뷔한 조정은은 이듬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으로 열연하며 뮤지컬계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24년째 여전히 스타 배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많은 부침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오랜 시간 배우로서의 자신의 모습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해요. 그는 “과거에는 내 재능에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한동안 작품을 쉬면서 ‘아무리 역할이 작더라도 난 여전히 배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발견했다”고 털어놨습니다.
24년 전 뮤지컬계에 깜짝 등장했을 때의 우아한 모습은 여전하지만 조정은은 변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는 “비싼 티켓값에다 식사·교통비 등 큰돈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화가 나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좀 더 생겼다”며 “과거처럼 뮤지컬만 고집하기보다 기회가 된다면 TV와 영화에도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어요. TV 시리즈로 보는 조정은 배우라니, 생각만 해도 기대가 됩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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