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쇼핑몰' 김혜준 "어쩌면 지안이처럼 생존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TEN인터뷰]

이하늘 2024. 2. 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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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 '킬러들의 쇼핑몰' 정지안 역 배우 김혜준 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배우 김혜준.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0여 년간 같이 살아온 삼촌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도 놀라운데, 집에 돌아오니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떨까?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의아함과 당혹스러움도 잠시 생존을 위해서 움직이고 눈앞에 보이는 총을 집어 들게 될 것이다.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지안(김혜준)은 삼촌 정진만의 죽음과 함께 드러난 진실을 속전속결로 받아들이게 된다. "잘 들어. 정지안"이라고 귀에 딱지에 앉게 잔소리를 해대고, 한 대라도 자신을 주먹으로 때려야 독립을 시켜준다는 집요함과 '알아서' 해결하라는 무뚝뚝한 모습의 삼촌이 사실은 킬러였다니.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고 상황을 판단하는 정지안은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한다. 과거, 삼촌이 말해줬던 기억들을 하나씩 되짚어가면서 말이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배우 김혜준은 극 중 캐릭터 정지안을 닮아 있었다. 그녀의 뚝심, 강인함, 용맹함은 위기 상황에서 발현되듯이, 김혜준이 걸어온 배우 인생 곳곳에는 본인만의 전쟁을 치른 치열한 기록들이 무수히 많은 것만 같다. 

'킬러들의 쇼핑몰' 스틸컷. /사진 제공=디즈니 +



삼촌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정지안은 미처 알지 못했던 베일에 싸인 비밀들을 알게 된다. 정지안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묻자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가진 친구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지안이가 가진 특별한 무언가가 각성하면서 튀어나올 때, 어떤 식으로 변주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다. 지안의 마음 기저에 깔린 것이 외로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삼촌의 죽음으로 인해서 폭발했다고 생각했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삼촌의 부재를 체감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삼촌에 대해 미안함도 있지만 괘씸함이나 그리움을 감정적으로 쌓아놨다가 원기옥처럼 터뜨린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킬러들의 갑작스러운 습격과 부모, 삼촌의 죽음까지. 정지안은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받아들이고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정지안은 어떤 마음이었을 것 같냐는 물음에 김혜준은 잠시동안 고민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지안의 생존이다. 아마 삼촌이 남긴 서류를 읽고 느끼지 않았을까. 도망칠 수도 있었는데 다시 돌아온다. 그러면서 자신을 인정하면서 나아가고, 삼촌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스틸컷. /사진 제공=디즈니 +



강지영 작가의 '살인자의 쇼핑몰'에서 삼촌 정진만은 언뜻 보기에 40대 아저씨처럼 보이고 머리가 벗겨진 모습이다.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진만 역을 맡은 이동욱은 원작자가 처음 캐스팅을 보고 "의아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신선하면서도 탁월한 느낌이다.

원작 캐릭터와 차별화된 진만 역의 이동욱에 대해 김혜준은 "드라마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이동욱 선배가 정진만을 하면 정말 멋있고 그런 삼촌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굉장히 잘 어울리는 캐스팅 같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이동욱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는 김혜준은 "든든했다. 헤매는 부분이 있을 때, 잘 이끌어줬다.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삼촌 같은 느낌이었다. 매체에서 봤던 이동욱 선배의 모습은 차가웠는데 알고 보니 따뜻한 사람이더라. 아마도 계속 롱런할 수 있는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조카 정지안과 삼촌 정진만의 관계성은 독특하다. 늘 "정지안 잘 들어"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시그니처 대사와 함께 툴툴거리면서 누구보다 조카를 챙기는 삼촌으로서의 면모와 귀여운 면들이 그러하다. 어떤 식으로 관계를 설정하고 접근했냐고 묻자 "처음에 읽었을 때는 단순하게 시니컬한 삼촌 조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냥 계속 툴툴대거나 심드렁하게 여기는 관계라고. 만약 티격태격으로 귀여운 모습이라면 그 둘의 관계를 귀엽고, 응원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한, 과거 어린 지안이가 연기했던 부분들이 유대감을 쌓아가는 과정들을 잘 그려준 것 같다"라고 답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스틸컷. /사진 제공=디즈니 +
'킬러들의 쇼핑몰' 스틸컷. /사진 제공=디즈니 +
'킬러들의 쇼핑몰' 스틸컷. /사진 제공=디즈니 +



무에타이 같은 맨몸 액션부터, 새총, 총을 이용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킬러들의 쇼핑몰'의 스타일리시함은 배가 된다. 정지안의 트레이드 마크인 초록색과 붉은색 라인이 그려진 체육복을 입고는 집 안을 마구 활보하기도 한다. 액션을 하면서 공들인 부분이 있느냐는 물음에 김혜준은 "촬영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액션 스쿨에 들어가서 총기 연습을 했다. 그리고 무에타이가 기반으로 깔린 무술을 하다 보니 파신 역의 김민 배우와 도장을 다니면서 배웠다. 그 신에 애정이 많이 간다. 파신한테 무에타이를 배우는 과정을 담은 몽타주가 있는데 실제로 오래 찍었고, 사제 관계처럼 유대 관계를 쌓았다. 무언가 모를 전우애 같은 것이 생겼다"라며 에피소드를 밝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빌런 배정민 역의 박지빈 배우와 액션 장면을 찍으면서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했다는 김혜준은 "동갑이라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다 보니 연기 이야기도 편하게 했다. 서로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피드백을 요구하면 객관적인 시선으로 봐주기도 했다"라며 연기 호흡을 언급했다. 지안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킬러들을 온 몸을 던져 막아내는 소민혜 역의 금해나 배우와는 가장 친해졌다고. 김혜준은 "일종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 액션 스쿨도 같이 다니면서 유대감도 많아졌다. 캐릭터에 너무 몰입해서 그런지, 촬영을 안 해도 눈물이 나더라. 울음을 참은 적도 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킬러들의 쇼핑몰' 스틸컷. /사진 제공=디즈니 +



총기 액션신은 CG를 위해서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촬영하기도 한 바. 오프닝의 이성조(서현우)가 정지안을 저격하고 서로 피하고 쏘는 장면은 '킬러들의 쇼핑몰'의 초반부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 중 하나다.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하면서 김혜준은 "나의 상상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계획한 대로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보이는 것들이 방해될 때도 있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상상으로 채워가는 것도 재밌더라. 사실 정지안이 드는 저격 총이 진짜 무겁다. 그걸 쏘고 반동을 줘야 하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실제로 총이 무거워서 '으악' 하면서 넘어졌다. 평범하고 허술해 보이는 소녀의 느낌이 잘 산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원작은 '살인자의 쇼핑몰'은 1권과 2권으로 나뉘어있다. 시즌 2에 대한 전망이 있느냐는 물음에 "우리끼리는 시즌 2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부의 일이라서 나는 잘 모르지만 재밌을 것 같다. 시즌 2를 찍는다면 그때는 보다 나은 무에타이 실력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 김혜준.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과거, 코스모폴리탄 화보에서 김혜준은 "오디션에서 떨어진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오디션에서 캐스팅되지 않았다고 해서 절대 떨어진 게 아니란 거예요. 그냥 그 사람들은 바나나를 찾고 있었던 건데 내가 바나나가 아닌 딸기였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서 나는 절대 썩은 바나나가 아니다"라는 인터뷰하면서 굳은 심지가 엿보이기도. 평소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한다는 김혜준은 "예전에는 내가 썩은 바나나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이 너무 괴로워서 살 방법을 찾아간 것 같다. 어쩌면 생존이 아니었을까. 지안이처럼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자기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면(웃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구경이', '커넥트', '킹덤' 시리즈 등의 색이 짙은 장르물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김혜준은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비치기도 했다. 김혜준은 "로맨틱 코미디 멜로 여전히 하고 싶다. 장르물을 하는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는 않는다. 보여주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이 정확하게 있는 캐릭터라면. 어차피 배우 일을 오래하지 할거니까(웃음) 같은 장르여도 모두가 다 다른 캐릭터고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어서 새롭게 봐주시지 않을까"라고 자신의 신념을 언급했다.

1995년생 김혜준은 필모그래피를 되짚어보며 "주체적인 캐릭터를 많이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장르물을 많이 하기도 했기에. 이제는 스펙트럼을 좀 넓게 가지고 싶다. 이런 얼굴도 있구나라며 궁금증을 일으키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단단해지는 과정을 겪는 것 같아요. 내 자신을 끄집어내면서 아픈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서 보듬어주고 싶더라고요. 인간 김혜준으로서는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고 나를 다치게 않고 직업윤리를 지키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고, 배우 김혜준으로서 오래오래 좋아하는 사람들과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예요"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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