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돌풍' 태국 전진당 해산 위기…왕실모독죄가 뭐길래

박재하 기자 2024. 2.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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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을 염원하는 태국 젊은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전진당(MFP)이 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며 지난 총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1당에 올랐다.

퓨처포워드당은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며 2019년 총선에서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태국 헌재는 왕실모독죄 공약을 문제 삼아 해산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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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헌재 "왕실모독죄 공약 위헌…추진 중단하라"
전진당 전신도 해산…관련 청원 빗말쳐 불리한 상황
13일(현지시간) 태국 야권 총리후보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가 이날 총리 선출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7.13/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개혁을 염원하는 태국 젊은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전진당(MFP)이 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전진당의 발목을 잡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전진당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왕실모독죄 폐지' 공약이다.

전진당의 전신이자 똑같이 개혁을 촉구했던 퓨처포워드당(FFP)도 헌법재판소 판결로 해산된 전례가 있던 만큼, 전진당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현지시간)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의 '방송사 주식 보유' 의혹을 헌재에 회부한 가운데 전진당 지지자들이 선관위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7.12/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헌법재판소 "전진당, 왕실모독죄 공약 위헌"

10일 도이치벨레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태국 헌법재판소는 최근 전진당이 추진한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이 위헌이라고 판결하며 개정 추진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전진당은 최악의 상황인 정당 해산은 피했지만 여전히 일부 보수 왕당파들을 중심으로 전진당의 해산 또는 지도부의 정치 활동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이어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국에서는 형법 112조에 따라 국왕, 왕비, 상속인, 섭정 등을 명예훼손, 모욕, 위협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각 건당 3~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23일(현지시간) 총리 도전이 좌절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의 지지자들이 방콕 도심 아속 교차로에서 비오는 날씨에도 피타 대표의 선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7.23/ ⓒ AFP=뉴스1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왕실 보호 장치 vs 반체제 탄압용 악법 국왕이 신성시되는 태국에서는 왕실모독죄는 군주제를 보호하는 수단이지만 일각에서는 왕실과 군부에 비판적인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기 위한 악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2020년부터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태국 정부는 왕실모독죄를 엄격히 적용하며 처벌을 강화했다.

이달 초 페이스북에 군주제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여럿 올리던 30대 남성은 징역 50년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2월에는 전진당의 20대 젊은 의원이 징역 6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태국인권변호사회(TLHR)에 따르면 왕실모독죄 기소 건수는 최근 몇 년간 극적으로 증가했으며 2020년 이후 260명 이상이 기소됐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며 지난 총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1당에 올랐다. 하지만 결국 왕실모독죄 개정을 문제 삼은 군부 진영과 기득권 세력의 반대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전 대표는 총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오는 5월14일 태국 총선을 앞두고 막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개혁적 성향인 전진당(MFP) 총리 후보로 나선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전진당, 결국 해산 수순 밟나

전진당은 여전히 젊은 층과 도시 유권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왕실모독죄로 정당이 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퓨처포워드당은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며 2019년 총선에서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태국 헌재는 왕실모독죄 공약을 문제 삼아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전진당 역시 똑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ISEAS-Yusof Ishak Institute)의 나폰 자투스리피탁은 "전진당이 해산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청원이 제출된 지 한참 지났고, 헌재도 법에 따라 이를 정당 해산 사유로 인용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2020년 왕정 개혁 시위를 주도했던 파누사야 시티와지라바타나쿨은 BBC에 전진당이 해산되면 "아무도 감히 나설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보이는 건 어두운 길이며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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