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온 모범 공무원, 10년간 이어진 이중생활[일상된 마약]③
'더 강한 자극' 갈망, 필로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었다"
[편집자주] '30분이면 가능' 배달음식 광고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마약 광고 문구다. 마약사범은 폭증했고 심지어 10대 청소년이 마약을 사고 판다. 마약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뉴스1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을 시작한다. 첫번째로 '마약 지옥'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준비했다.
(서울=뉴스1) 유민주 박동해 기자 기획취재팀 = "내가 다시 약을 안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아직 없어요. 그게 가장 두려워요."
전직 공무원이었던 주원(가명·36)이 중독의 길로 빠진 건 허브(합성대마)를 구입하면서였다. 언제부턴가 인터넷을 할 때마다 보이던 허브 광고를 '호기심'에 클릭했는데, 그게 중독의 시작이었다.
10년 전 가격으로 한 개비에 4만~5만원. 주원은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일본에서 직접 사 오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처음에는 담배 피우듯 간헐적이었지만 몸 안에 누적된 '갈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결국 주원은 2020년 팬데믹으로 해외 출국이 제한되자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다른 마약까지 손을 뻗게 됐다.
마약을 접하면서 주원이 만난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군인, 대학원생, 선생님 등 그들도 자신처럼 일상과 마약을 함께하며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위태롭게 이어가고 있었다.
"보통 약하는 사람들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근데 제 주변은 아니었어요. 뉴스 나오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이상하게 보이지만, 그 직전 단계까지 정말 많은 일반인이 마약을 하면서 '이중생활'을 티 내지 않고 유지해요. 그러다 몸이 한계에 다다르면 사고가 나는 거죠. 하지만 무엇으로 어떻게 시작하든지 일단 시작하면 결국엔 같은 길을 걷게 돼 있어요."
사람마다 마약으로 인한 이상 증상의 종류와 증세가 심화하는 속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성별, 직업, 재산에 상관없이 정신이 망가지는 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주원은 말했다. 그처럼 10년간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비교적 느리게 중독되는 사람이 있지만 단번에 사건을 일으킬 만큼 빠르게 망가지는 사람도 있다는 설명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약의 종착역은 결국 '필로폰'이었다. 내성이 생겨 더 강한 자극을 찾던 중 2022년 필로폰을 시작하게 됐고 주원의 인생도 돌이킬 수 없게 됐다.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중독됐고, 어느새 그가 살아 숨 쉬는 목적이 오로지 '쾌락'에 맞춰져 있었다.
"직장에 출근은 했지만 정상적인 사고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평일에 거의 매일 필로폰을 하니까 4일은 잠을 못 자고 직장 가서 졸고, 음식도 안 먹어서 살도 많이 빠지고 외모만 보더라도 초췌해졌지만 끊을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주원은 약에 취해 살던 때에 한순간 자아를 잃었다고 고백했다. 한때 열심히 노력해 명문대에 합격하고, 공무원이 되는 꿈도 이뤘다. 하지만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삶의 목적이 '약'으로 바뀐 결과는 생각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그는 지난해 5월 경찰에 체포되고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철저히 비밀로 감춰졌던 그의 이중생활도 주변 사람들에게 여과 없이 드러났다.
물론 주원에게도 약을 끊을 기회는 있었다. 2014년 당시 초범이었던 그는 경찰 조사를 받고 기소유예 결정을 받았다. 그는 1주일간 교육을 받았는데, 10년 전만 해도 중독 회복자 양성 프로그램은 전무했다. 주원은 "중독된 사람들을 사회 봉사시킨다고 약을 끊는데 도움이 될까 싶다. 혼자 의지로 10개월을 약을 끊던 사람도 결국 재발하고 힘들어한다. 형식적으로 상담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도움받을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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