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에 또 '기본소득' 화두 던진 이재명, 왜?

이승주 기자 2024. 2. 10.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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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기본소득'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한민국이 처한 초유의 저출생 위기를 '출생기본소득'으로 극복하자는 주장이다. 지난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 대표가 내놓은 기본소득 공약은 뜨거운 감자였다. 재정부담이 클텐데 재원마련 방안이 모호하거나 비현실적이란 점에서다. 논란이 컸던 이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출생 문제에 기본소득 키워드를 접목시킨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편적 출생지원 원칙에 기초해 분할목돈지원 방식을 포함하는 출생기본소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출생기본소득 정책은 출생과 양육에 대한 부담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자는 취지다. 이 대표는 "필요하다면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 일체를 지원하자"며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보편지원책까지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이 대표가 2017년 대선 때부터 내세운 '기본시리즈' 공약 중 하나다.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이 대표가 밝힌 기본소득의 골자는 전 국민에게 1년에 1인당 10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로 모든 국민에게 월 50만원의 현금 지급안을 제시했었다. 이는 연간 300조원이 필요한 규모다.

2022년 당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인기에 편승한 포퓰리즘 정책이 만연하다면 대한민국은 재정 파탄, 국가 부도의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의 당내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2021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설계가) 없다면 허구"라며 "복지 대체나 증세 없이 (기본소득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신 분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제22차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 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8.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 한 번 겪었던 논란과 반발을 의식해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출생기본소득을 언급할지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고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에 매번 논란이 됐던 기본소득 개념을 굳이 재등장시켜야 하냐는 것이다.

실제로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같은 기자회견 내용이 알려진 직후 "지난해 신년에도 주장한 이재명식 전형적인 포퓰리즘 '기본소득'이 또다시 등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출생기본소득을 언급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저출생에 대한 위기감을 환기하는 차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상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을 0.72명으로 예상했다. 올해는 0.68명, 내년 0.65명으로 매년 최저치를 갱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저출생 현상을 둘러싸고 사회 전반에 위기감이 번지면서 오히려 기본소득과 같은 파격적 대안이 국민들로부터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이슈화를 노린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본소득 개념이 등장할 때마다 매번 큰 화제가 됐기 때문에 이 대표가 이를 염두에 두고 결정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화제를 일으켜 전 국민이 저출생 해법에 한 번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면 그 역시 국익에는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지금까지 저출생 관련 대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대부분이 대출 해주고 이자 감면해주는 수준에 불과했다"며 "출생기본소득은 완비된 정책은 아니지만 저출생이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인만큼 사회 보장성 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그런 문제의식이 강하게 담긴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기자회견 당시 출생기본소득은 아직 구상단계로 향후 현실화할 수 있는 세부방안들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전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초저출생 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 출생에 대한 인식과 관점의 대전환과 더불어 국민 모두가 이 문제의 주체가 될 것을 요구한다"며 "초저출생 해결과 정책대전환을 위해서는 범국민적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여야정'과 '산학연'을 아우르는 '범국민 저출생 대화기구'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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