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마무리 후보 '패싱'…"나는 도전하는 선수" 현실적인 고우석, 숨기지 못 한 진심 한 조각

신원철 기자 2024. 2. 1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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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마무리 투수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프링트레이닝 합류를 위해 9일 출국했다. ⓒ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신원철 기자] "빅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로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9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면서 당장 거창한 목표나 꿈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포스팅 마감 직전 극적으로 계약을 마치고 숨가쁘게 귀국했던 지난달 6일에도 "아직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없다"며 몸을 낮췄던 고우석이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결과를 내지 못한, 정확히는 어떤 판단을 할 수 없는 시점에 말부터 앞세우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태도였다.

그러나 고우석은 9일 출국에 앞서 아주 짧게 자신의 숨은 목표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무리 경쟁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게 첫 번째 목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이 뒤따랐다. LG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 단계씩 성장하고 증명해 인정받으면서 장차 마무리까지 노려보겠다는 마음이 이 한 마디에서 읽혔다.

고우석의 말대로 그는 아직 메이저리그라는 꿈에 도전하는 선수다. 친구이자 처남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처럼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맺고 화려한 입단식을 치른 스타는 아니다. 불펜 재건이 필요한 팀에서 선수층을 두껍게 하려는 의도로 영입한 경우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은 '견적'이 나온 경우가 많으니 타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아시아 출신 선수에게 눈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과거에도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던 선수들을 영입했던 이력이 있다.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레즈)는 닛폰햄 파이터즈와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샌디에이고와 4년 계약을 맺었다. 로베르토 수아레스(샌디에이고)는 소프트뱅크와 한신 타이거즈에서 뛰다 샌디에이고에 입단했다. 이번에는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의 주목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게 됐다.

▲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에서 메이저리그 성공을 꿈꾸고 있다
▲ 페랄타의 영입으로 고우석은 필승조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곽혜미 기자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때만 하더라도 샌디에이고 불펜은 불확실성이 컸다. 선발 마이클 와카와 세스 루고가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이적한 공백도 컸는데, 마르티네스와 루이스 가르시아(LA 에인절스)도 팀을 옮기면서 투수진 재구성이 시급했다. 이 사이에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게 되자 미국 언론에서는 그를 마쓰이 유키, 수아레스와 함께 필승조 3총사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완디 페랄타가 합류하는 변수가 생겼다.

마침 마이크 실트 감독은 마무리 구성을 밝히면서 일본에서 마무리였던 마쓰이, 기존에 있던 수아레스와 함께 페랄타를 9회 등판할 투수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다. 이때 고우석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사실 고우석이 누구보다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출국 인터뷰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건강한 몸 상태로, 제일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또 "빅리그에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 고우석 ⓒ곽혜미 기자
▲ 고우석 ⓒ곽혜미 기자

그런데 고우석은 LG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LG 마무리하면 고우석이 떠오를 정도로 자신의 자리를 굳혔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실트 감독의 경우처럼 여러 마무리 후보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아직"이라는 평가 속에 마무리 후보에서 제외됐다가 실력으로 그 자리를 차지했다.

2019년의 일이다. 당시 LG는 정찬헌(키움 히어로즈)을 마무리로 두고 있었다. 그런데 정찬헌은 두 차례 허리 수술을 받아 통증 재발의 우려를 안고 있었다(이때문에 2020년부터 컨디션을 확실히 관리할 수 있는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류중일 전 감독은 마무리 후보로 신인이던 이정용(상무) 등 여러 선수들을 언급했지만 고우석은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입단 3년차였던 고우석은 그때까지만 해도 공은 빠르지만 제구가 흔들린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이 제구를 잡아야만 마무리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고우석은 프로 세 번째 시즌을 제대로 준비했다. 볼넷을 완벽하게 줄이지는 못했으나 대신 탈삼진 능력이 부쩍 성장했다. 삼진 잡을 줄 아는 강속구 투수를 마무리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정찬헌이 4월부터 부상으로 이탈하자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에게 뒷문을 맡기기 시작했다. 고우석은 4월 21일 키움을 상대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첫 세이브를 올렸다. 그 뒤로 단 1패도 없이 35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 인터뷰 중인 고우석. ⓒ 신원철 기자

고우석은 미국에서도 우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미국에서 보여주고 싶은 장점'을 물었더니 빠른 공도, 변화구도 아닌 답이 돌아왔다. 그는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일을 하거나 뭔가 한다면 성실한 사람을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싱긋 웃었다.

고우석은 미국 입국 바로 다음 날 체력 테스트를 받고 본격적인 샌디에이고 캠프 생활을 시작한다. 시범경기는 23일부터 열린다.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인정받으면 3월 20일과 21일 고척돔에서 열릴 LA 다저스와 서울 개막 시리즈에 당당하게 참가할 수 있다. 어쩌면 친정 팀 LG 트윈스 타자들을 상대로 강속구를 뿌리는 고우석을 볼 수도 있다. 샌디에이고는 다음달 17일 오후 12시 LG와 서울 시리즈 스페셜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메이저리그 개막 서울 시리즈 평가전

3월 17일 오후 12시 키움 vs 다저스

3월 17일 오후 7시 팀 코리아 vs 샌디에이고

3월 18일 오후 12시 LG vs 샌디에이고

3월 18일 오후 7시 팀 코리아 vs 다저스

#메이저리그 개막 서울 시리즈

3월 20일 오후 7시 5분 다저스 vs 샌디에이고

3월 21일 오후 7시 5분 샌디에이고 vs 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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