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 3인 경선?"…민주당 의원들의 불안한 '설 연휴'

오문영 기자 2024. 2. 10. 06: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관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심사결과(1차) 발표에 참석하고 있다. 2024.02.06.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1차 경선 지역 발표가 있던 날, 이를 생중계로 보고 있던 한 보좌관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명단 발표를 목전에 두고 나온 임혁백 공관위원장의 돌발 발언 때문이었다. 임 위원장은 돌연 "선배 정치인분들은 후배를 위해 길을 터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결정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했다.

현역 의원 모두에게 사실상 '불출마를 고민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날린 셈이다. 이 보좌관은 "당일 발표된 1차 경선 명단이 소위 '안전빵'(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없는 상태)이 된 것"이라며 "임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우리 의원이 무조건 1차 명단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긴장하며 생중계를 봤다"고 전했다.
컷오프? 3인 경선?…민주 현역들, 불안한 설 연휴
민주당 의원들이 공관위원장이 쏘아 올린 불출마 요구 속에서 불안한 설 연휴를 보내고 있다. 경선이 확정되지 않은 지역구에서 현역의원이 컷오프(공천배제)된다거나, 공관위가 3인 경선을 검토한다는 등 각종 뒷말이 난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3인 경선의 경우 보통 현역의원에게 유리하지만, 결선투표까지 이뤄진다면 비용과 시간이 배로 소요된다는 부담이 있다. 또 다른 후보들이 합심해 현역을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1차 경선 명단이 나온 뒤에 의원실들 간에 얘기를 해보니 경선이 확정된 현역 의원들은 당 조사나 지역신문이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도전자와 격차가 많이 나 확실히 우세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더라"며 "경선 발표가 남은 지역들은 현역 의원이 확실히 우세한 곳이 아니거나 다른 문제가 있을 수가 있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공관위 1차 발표로 경선 지역이 된 곳 중 현역 의원이 포함된 지역은 총 15곳이다.

서울 서대문구을(김영호 의원·문석진 전 서대문구청장), 서울송파구병(남인순 의원·박성수 전 송파구청장), 인천 연수구을(정일영 의원·고남석 전 연수구청장), 인천 남동구갑(맹성규 의원·고존수 전 인천시의원), 광주 북구갑(조오섭 의원·정준호 변호사), 광주 북구을(이형석 의원·전진숙 전 청와대 행정관), 광주 동구남구갑(윤영덕 의원·민주당 대표 정무특별보좌역), 대전 동구(장철민 의원·황인호 전 대전 동구청장), 대전 유성구갑(조승래 의원·오광영 전 대전시의원), 경기 광명시갑(임오경 의원·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경기 군포시(이학영 의원·김정우 전 의원), 경기 파주시갑(윤후덕 의원·조일출 전 민주당 당대표 전략특보), 충남 당진시(어기구 의원·송노섭 단국대 초빙교수), 전북 익산시갑(김수흥 의원·이춘석 전 의원), 제주시갑(송재호 의원·문대림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다.

다음 경선 지역 발표는 설 연휴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경선 발표 명단에 들지 못한 한 민주당 의원은 "공관위원장이 첫 발표를 하기 전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해석하기 나름이라 뭔가 켕기는 게 있거나 도전자와 지지율 격차가 박빙인 경우에는 불안해들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등 참석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02.06.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도 임박…계파갈등 도화선되나
설 연휴 이후에 이뤄질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에도 의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공천 기준에 따르면 하위 10~20%는 경선 득표수의 20%를, 하위 10%는 경선 득표수의 30%가 감산한다. 득표수 30% 감산은 경선 승리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 사실상 컷오프로 평가된다.

하위 20% 명단 통보가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관위가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을 빌미로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에게 날을 세우는 상황인데다 하위 20%에 친문계나 비명(비이재명)계가 대거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계파 간 전운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친문계 인사들의 반발은 이미 표출되고 있다.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회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더 가면 친명(친이재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께 용서받지 못한다"며 "지금부터는 단결은 필승이고 분열은 필패"라고 썼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각각 국정상황실장과 대변인을 지낸 윤건영 의원과 고민정 의원도 같은 날 친명계를 향한 불만을 표시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대표든 지도부든 나서서 정리하지 않고 '너는 안 된다'고 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나"(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라고 밝혔고, 고 의원은 "친문계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가 저인데 저도 총선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이 사안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대표뿐"(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이라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