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러온 테크기업 차별화...비용 감축·경쟁 위해 해고는 '현재 진행형' 

김종윤 기자 2024. 2. 1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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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 실적 호전에 주가 급등...'M7'에서 'MnM'으로 차별화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현지시간 8일 모바일칩 설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 ARM 주가는 48% 급등했고, 113.89달러, 15만1587원에 거래를 마감해 지난해 9월 상장 이후 처음 100달러를 뛰어 넘었습니다.

ARM 시가총액은 1167억6천만달러, 약 155조6천억원으로 하루 만에 약 380억 달러가 불어났습니다.

ARM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4% 증가한 8억2400만달러로, 월가 전망치 7억6100만달러를 큰 폭으로 넘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29달러로 예상치 0.25달러를 웃돌았습니다.

대표적인 테크기업으로 실적호전에 힘입어 주가 상승에 시가총액이 상위 7위를 차지한 기업들 이른바 'M7' (Magnificent 7)' 중에서도 옥석이 가려지고 있습니다.

월가 투자기관 레이먼드 제임스는 "AI 시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플랫폼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MnM(Microsoft, Nvidia, Meta Platforms)' 전략을 투자자들에게 권고했습니다.

이처럼 'AI' 채택 여부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에도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테크기업 지난해 26만 여명 해고...올초 다시 증가 추세
빅테크를 비롯한 테크기업들의 주가와 실적은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한편으로 감원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술기업 감원 현황을 알려주는 '레이오프' 사이트를 보면 지난해 해고자는 26만여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실적이 돋보였던 'M7' 기업 가운데 아마존과 메타 등에서 2만명 이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1만명 이상이 넘는 인력이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닷컴버블 시기였던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테크기업의 해고 규모라고 평가했습니다.

이같은 해고 바람은 올초까지 이어지면서 93개 기업에서 2만 4천여명이 직장을 떠났습니다.

CNBC는 지난해 3월 3만8천여명이 해고된 이후 한달 기준 가장 많은 규모라며독일계 기업 SAP이 직원 8천명의 직무 변경 또는 해고를 통보했고, MS가 게임 부문에서 1천9백명을 해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빅테크, 고금리 시대 비용절감과 AI 투자위해 '해고' 선택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빅테크 기업의 해고 현상에 대해 이들 기업이 직면한 상황을 바탕으로 원인을 제시했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장기간 제로금리를 바탕으로 탄생해 성장했는데, 창업 당시 구글, 유튜브 등 실리콘 밸리의 샛별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들고 많은 사람을 고용해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오르며 제로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고, 연준은 올해 금리인하 시기를 앞당기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토머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현지시간 8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파월 연준 의장이 1월 FOMC 직후 3월 금리인하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다시 한번 동조한 셈입니다. 

연준은 미국 고용시장이 강력해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2%를 향한다는 추가 근거를 볼 필요가 있으며 미국경제가 지지되면서 그렇게 할 여유도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올해도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테크기업들은 혁신을 바탕으로 성장보다 수익을 우선 순위에 올려놓게 됐습니다.

테크기업들은 최근 AI 시대에 맞춰 막대한 돈을 투자하려면, AI 장비에 많은 돈을 들여야 하고, 투자자들에게 실적을 증명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해고를 통한 인건비 절감인 것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 1만 명을 해고하겠다“는 발표와 AI에 대한 투자 계획을 함께 내놓은 것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변화된 해고 트렌드...M&A 직후 해고 통보 
마이크로소프트는 687억달러, 약 91조원으로 글로벌 게임 기업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했는데, 이후 내놓은 후속 초지는 '엑스박스' 게이밍 사업부 직원의 8%에 달하는 1900명을 대량 해고한 것입니다. 

블룸버그 등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해고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면서. 대부분의 직원은 출근 직후 자신의 자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고, 해고 결정이 보도된 수시간 뒤에도 누가 해고됐고 누가 잔류했는지 알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구글의 한 직원은 높은 성과를 인정받아 한 달 전 부서 이동으로 새로운 명함을 받았는데, 포상 대신 돌아온 것은 해고 통지서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 직원은 "(구글은) 성과가 낮은 사람을 정리해고하거나, 특정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 같지 않고, 누군가 랜덤으로 결정하듯 해고하고 있다"라고 비난했습니다.

구글은 AI 인공지능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다른 파트 비용을 감축할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이에 타격을 받은 곳은 바로 광고부문으로 디지털광고 파트 직원 1천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올해 우선순위로 AI 같은 신기술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기업 내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투자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AI가 화이트칼러 자리 대체...테크기업, 조용한 구조조정 진행
물류 유통업체 UPS는 올해 1만 2천여명의 감원 계획을 제시했는데, 물류·운송직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기존 자동화 시스템이 ‘블루칼라’의 단순 반복 노동을 바꿨다면, AI는 정형화된 틀에서 일하는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 자리를 대체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은 AI가 도입된 사무직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또 챗GPT' 등장을 통해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열리면서 줄어든 일자리 수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국 재취업 컨설팅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 집계를 통해 작년 5월 이후 미국에서 발표된 AI 관련 인력조정으로 4천600명이 감원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작년 포춘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이 향후 3년 이내 소속 기업에서 AI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 조니 테일러 CEO는 IBM이 AI관련 감원을 앞서 공개했다가 심하게 난타당했다면서 이후 다른 기업들은 이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길 꺼리는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3년 뒤면 많은 기업 조직이 슬림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테크기업들이 투자자 압력으로 감원이란 칼날을 휘두르지만, 부족한 인력을 AI가 무리없이 업무를 대체하면서, 해고와 고용이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AI와 맞물린 구조조정이 이른바 ‘뉴 노멀’로 자리잡는 추세가 되고 있습니다.

AI가 인력 대체...'인간'과 'AI' 병립할 대안 모색해야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차지해 인공지능(AI) 칩 선두를 달리는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맞춤형 AI' 칩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전 세계 맞춤형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를 위한 맞춤형 칩 설계를 주도하는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마벨 뿐만 아니라, 아마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함께 이들 기업의 맞춤형 칩 제작에 대해 논의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치럼 AI 시장은 클라우드·자동차·게임 분야에서 '맞춤형 AI' 칩 개발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AI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간의 일자리도 더 많이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선진국과 일부 신흥 시장에서 전체 일자리의 60%가 AI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고 AI가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에릭 브린욜프슨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작년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 오픈 액세스 저널 기고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보다 ‘증강’하는 방식으로 AI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강화해 이전에 불가능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인간과 AI가 서로 보완된다는 것입니다.

브린욜프슨 소장은 “AI의 ‘노동 대체’와 ‘노동 강화’ 선택지 중 노동 대체를 선택할 경우 기술과 경제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고 다수는 균등하게 불행해진다”며 “노력의 방향을 바꾸면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번영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작년 “생성형 AI가 10년 동안 미국의 연간 생산성 성장률을 1.5% 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AI와 인간이 병립할 방안을 찾아내 테크기업의 성장과 인력 수급이 시너지효과를 내야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추세를 진정시킬 수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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