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야 650만원 받네"…바뀐 전기차 보조금, 뜯어보니[이슈 Replay]
[편집자주] 지난 한 주 동안 우리 경제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머니투데이가 꼭 알아야 할 '핵심 이슈'만 선별해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올해 전기차 구입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다렸을 소식.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기준이 공개됐습니다. 매년 줄어들긴 하지만 올해에도 차량가격의 10%가 넘는 최대 650만원까지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기준은 어떤 제조사의 어떤 모델을 구입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국내외 제조사와 소비자들이 연초 발표하는 전기차 보조금 기준에 주목하는 것도, 1월엔 유독 전기차 판매량이 '뚝'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보조금 정책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기준을 통해 시장에 ' 보다 싸고 가볍고, 효율 좋은 차량에 한푼이라도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입장입니다.
보조금은 민간의 경제논리로만 개화하기 어려운 시장이지만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조기 정착을 유도할 때 쓰는 카드입니다.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기술개발 비용이나 초기투자 비용을 공공에서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시장에 영향을 주고 지나치면 독이되기도 하는 게 보조금의 특징입니다.
환경부는 보조금이 일정부분 시장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효과를 설명합니다. 지난해 보조금 전액 지급 가능 차량가액을 5700만원(올해는 5500만원입니다.)으로 설정하자 주요 전기차 메이커인 테슬라가 5699만원에 '모델Y'를 국내에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모델Y는 수입차로는 드물게 500만원 넘는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 '테슬라 대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규정을 받아든 업계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또 다릅니다. 일부는 "현대차 보조금"이라고 꼬집기도 합니다. 환경부는 "특정 브랜드나 배터리 성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며 의도성을 부인하지만 지금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은 국산엔 유리한 반면, 외산에는 불리합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차른 차등지급 규정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에너지 밀도에 따른 보조금 차등지급 규정은 지난해에도 있었는데 전기버스에만 적용했던 기준을 승용까지 확대했습니다. 배터리의 ℓ(리터)당 전력량(Wh·와트시)에 따라 성능보조금을 차등지급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의 전기차 시장을 살펴보면 중국산 제품이 우위를 보인 분야는 버스같은 상용차량이었습니다.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를 쓰는 국산과 달리 저효율 배터리인 LFP(인산철) 배터리를 쓰는 탓에 중국산 버스는 국산에 비해 대당 1억원 이상 싼 가격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기버스 보조금에 에너지밀도 기준이 생긴 것도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중국산 버스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중국산 LFP 배터리의 영향은 최근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돌풍을 불렀던 테슬라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사도 저가형 승용 모델에 LFP배터리를 탑재하는 추세입니다. 정부가 배터리 에너지 밀도 기준을 승용까지 확대한 것은 이런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민에게 좋은 차를 좋은 가격에 공급한다' 명분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보조금 기준은 친환경차 보급대수를 늘려야하는 환경부의 정책 목표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목표는 2030년 누적기준 450만대. 올해에만 30만6000대를 보급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자동차는 한번 구입하면 짧게는 5~6년 길게는 10년이상 사용하는 내구재인 탓에 최근 몇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전기차 보급 속도가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이 줄어들고 기준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반길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이나 유럽의 핵심원자재법,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 등 세계 주요국이 앞다퉈 배터리와 반도체 등 자국 핵심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조금도 어느정도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에 유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부는 나름의 복잡한 셈법을 거쳐 올해 보조금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소비자와 제조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성패는 정부 기준에 맞춘 시장의 호응과 시장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정부의 유연한 정책운용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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