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카톡에 성범죄자가”…아동 성착취로 병든 오픈채팅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4. 2. 1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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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 랜챗 대신 카톡
카톡 오픈채팅서 범죄 잇따라
“오픈채팅, 성매수 유인 경로”
카카오도 직접적 조치엔 한계
“중1부터 오픈채팅 교육 필요”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나도 (성기) 보여줬으니 너도 보여줘.”

한 성인 남성이 13세에 불과한 여자 아이에게 보낸 메시지다. 이 남성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개설된 대화방에서 피해아동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는 피해아동의 나이를 듣고도 자신의 성기 사진을 전송한 다음 이 같이 요구하다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5세 여자 청소년에게 잘 곳을 제공하겠다면서 자신의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잠든 틈을 타 성행위를 한 남성도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철창신세를 면했다. 이 남성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피해아동과 접촉했다.

한 16세 여자 청소년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알게 된 성인 남성과 대화하던 중 사고 싶은 옷이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곧장 3만원을 이체한 뒤 음부 사진을 찍어 보내면 추가로 용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사진 3장을 전송받다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에 처해졌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은 새로운 아동 성범죄 통로로 떠올랐다. 오픈채팅은 누구든 자유롭게 대화방을 개설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 창구로 수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는 아동 성범죄가 ‘연인’을 가장한 형태로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화를 전제로 관계가 형성되는 만큼 친밀감을 쌓은 이후 범죄로 나아가는 것이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성범죄 피해아동 3만780명 중 93.2%인 2만8698명의 성별은 여성이다.

실제 한 성인 남성은 13세 여자 아이와 연인관계로 지내면서 성인기구 등을 이용해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이 남성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미성년자 사이에서도 카카오톡 오픈채팅은 범죄 수단으로 활용된다.

고등학교 3학년생인 한 남자 청소년은 오픈채팅에서 만난 10대 여중생과 성행위를 하는 영상을 몰래 촬영한 다음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가해학생은 피해학생과 한 건물 비상계단에서 성행위를 한 영상을 몰래 찍고 5개월 뒤 메시지를 보내 자신과 성관계를 갖지 않으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의 성을 사는 성매수 행위도 카카오톡 오픈채팅이 랜덤채팅앱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진(김지선·최지선·성유리·홍영은)이 여성가족부 의뢰로 수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성매수에 빈번하게 사용된 스마트폰 일반 채팅앱은 ▲톡 15.2% ▲즐톡 13.1%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12.1% 순이었다.

연구진은 “통신매체이용음란과 성매매 관련 성범죄에서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NS를 통해 성매수 범죄가 발생하는 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며 “스마트폰 일반 채팅앱으로 분류된 랜덤채팅은 감소한 반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전체의 12.1%로 증가해 랜덤채팅앱 규제로 오픈채팅이 성매수 유인 경로로 대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아동·청소년들 중 다수는 오픈채팅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청소년 3798명을 조사한 결과 65.3%는 오픈채팅 개인톡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카카오는 금칙어 설정, 쌍방향 신고 기능, 클린 시스템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성매매’, ‘조건만남’ 등과 같은 금칙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채팅방 이름이나 닉네임에 유해한 단어가 노출되지 않도록 제어한다. 금칙어 범위는 이용자 사영 패턴을 고려해 지속해서 확대되는 중이다.

또 방장과 손님이 서로 신고할 수 있는 쌍방향 신고 기능을 활용해 카카오톡 이용정지 조치를 취한다. 음란·도박과 관련해서는 1회만 위반해도 카카오톡 이용이 정지된다. 오픈채팅방에 대해 신고가 접수되면 운영정책에 따라 검색 제외, 접근 불가 조치가 이뤄진다. 오픈채팅방 커버에서 불법·유해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도록 클린 시스템도 적용했다.

다만, 카카오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이용한 아동 성범죄를 직접 파악·제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픈채팅방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거나 사라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해당 대화방이 어떤 주제로 소통하는지 일일이 들여다볼 수 없어서다.

연구원은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 모험 행동의 욕구가 오픈채팅을 통해 익명의 상대와 새로운 관계 형성을 시도하려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초등학교 6학년 혹은 최소한 중학교 1학년 시기에는 오픈채팅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개인정보 보호 교육·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도 중학교 1학년 시기부터 구체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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