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영화제 열리던 제천…정작 시민들은 영화보러 원주까지 '원정'

이대현 기자 2024. 2. 1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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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에서 고향 충북 제천으로 설 명절을 쇠러 온 이모씨(52)는 가족과 대화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

모처럼 혼자 여유 있게 영화를 볼 참이었는데 "제천 영화관 문 닫은 지 꽤 됐다"는 가족들의 푸념을 들었기 때문이다.

청주와 충주에 이은 충북 3의 도시 제천시민들이 이씨처럼 영화관에서 최신 개봉 영화를 보지 못하는 날이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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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영화관 2곳 잇따라 폐·휴업
남천동 메가박스 전경. 지난해 2월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폐업했다.2024.2.10. / 뉴스1 ⓒ News1

(제천=뉴스1) 이대현 기자 = 경기 용인에서 고향 충북 제천으로 설 명절을 쇠러 온 이모씨(52)는 가족과 대화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

모처럼 혼자 여유 있게 영화를 볼 참이었는데 "제천 영화관 문 닫은 지 꽤 됐다"는 가족들의 푸념을 들었기 때문이다.

청주와 충주에 이은 충북 3의 도시 제천시민들이 이씨처럼 영화관에서 최신 개봉 영화를 보지 못하는 날이 길어지고 있다. 제천은 국제음악영화제까지 열릴 정도의 '문화 도시'를 자부하던 곳이다.

10일 지역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영화 산업 불황과 코로나19 팬데믹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복합영화관이 폐업하거나 임시 휴업 중이다.

제천의 첫 복합상영관으로 호황을 누렸던 메가박스 제천점은 수년째 이어진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2월 결국 폐업했다. 문 연 지 20여년 만이다.

이 틈을 타 2022년 강제동 이마트 옆에 들어선 CGV 제천점이 2년 가까이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 1월부터 갑자기 '내부 수리'를 이유로 문을 닫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영화관 측은 출입문에 "3월 말까지 내부 공사를 끝내고 다시 운영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다시 영업할지는 미지수다.

강제동 CGV제천점 전경. 올해 1월부터 내부 수리로 휴업 중이다. / 뉴스1 ⓒ News1

이처럼 영화관 2곳이 모두 문을 닫아 최신 영화 구경을 못 하는 날이 한 달 넘게 계속되자 시민들의 '문화 갈증'도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강원 원주시로 '원정 감상'을 떠나 그곳에서 소비하는 '역외 유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제천과 원주는 승용차로 불과 30여 분 거리로 가깝다.

제천에 사는 한 시민은 "벌써 한 달 넘게 최신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없어 불만"이라며 "인구 13만명의 충북 제3의 도시에서 영화관이 없어 최신 영화를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은 "모처럼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한테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원주로 원정 감상을 떠나는 제천 사람들이 주변에도 많다"고 털어놨다.

영화관 인근 상권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점포 주인은 "메가박스가 자리한 시내 구도심과 강제동의 CGV제천점 인근 매장들이 유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 상당한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제천시가 나서서 해결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3년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영화 관객 수는 1억2514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233만명(10.9%) 증가한 수치지만 팬데믹 이전의 연간 평균 관객 수인 2억2098만명의 56.6% 수준에 그친 것이다. 총매출액도 팬데믹 이전의 69%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lgija20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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