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고 이상해진 아빠…자꾸 동물원 사겠다는데 ‘꿍꿍이’ 있었네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11]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슬픔은 극복의 대상일까.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2011)는 슬픔을 다른 각도로 보게 하는 영화처럼 읽힌다.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아내와 사별하고, 그 슬픔을 넘어서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심지어 ‘동물원을 살’ 정도로 갖은 노력을 하지만 슬픔을 완전히 털어내는 데는 끝내 실패한다.
영화는 슬픔을 극복하고자 도전했던 주인공의 좌절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함으로써 어떤 슬픔은 우리의 일부로 인정하는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충분히 애도할 시간이 있다면 극복이 좀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가혹하게도 우리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14살 아들은 매일같이 반항성을 키우고, 7살짜리 딸은 점점 더 손이 많이 간다. 자기 슬픔을 추스르기도 어려운 벤자민은 자녀들을 넉넉히 감싸지 못한다.
하고많은 집 중 동물원 달린 집을 고른 것은 슬픔을 더 빠르게 벗어던지기 위해서다. 벤자민은 인간의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들을 돌보는 동안 자신과 자녀들의 상처도 어느 정도 치유될 것이라고 기대한 듯하다. 그는 로즈무어라는 이름의 그 동물원을 재개장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러나 애초 관객이 이런 영화를 보며 기대하는 ‘성장 서사’가 이 작품엔 결여돼 있다. 아마도 아내를 잃은 뒤 더욱 강해졌을 그의 권위주의는 영화 후반부까지 지속되며 아들과 마찰을 빚는다. 동물원 일에 집중하는 동안 슬픔에 매몰되는 시간은 줄었지만, 아내와의 사별 이후 조금 어긋나버린 그의 성격은 완전히 제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것이다. 아들 역시 계속해서 반항적이다.
동물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달라진 게 있다면 부자가 서로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여전히 충돌하지만, 동물원 재개장을 위해 시간을 같이 보내는 동안 서로의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아들은 아내를 떠나보내고 다소 괴팍해져버린 아버지의 성격을 받아들이게 됐고, 아버지는 아들이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인정한다.
이 장면은 절제미가 돋보이는데,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사람이 겪는 슬픔이 어떤 것인지 묘사하기 위해 그의 눈물을 비추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대신 남자가 여자에게 받았던 사랑이 얼마나 벅찬 것이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다시는 그 사랑을 받을 수 없는 남자의 슬픔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그토록 멋진 사람’이 내 주위에 머물렀는데, 이제는 없다. 그 허전함을 인간이 온전히 극복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엄마와 처음 만난 이야기를 신나게 떠드는 아빠의 모습을 보는 자녀들은 아버지의 아픔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어떤 슬픔은 죽을 때까지 같이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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