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명품백은 어떻게 되었다는 겁니까[신문 1면 사진들]

강윤중 기자 2024. 2.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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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열린 봄 사이로 운수대통 입장이오> 절기상 입춘인 4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입춘첩 붙이기 시연 행사에 참여한 가족이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고 적힌 입춘첩이 붙은 문을 열고 있다. 1964년생 갑진년 용띠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주들이 입춘 행사의 시연가족으로 선정됐다. 정효진 기자

지난 2월 4일은 절기상 입춘이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날씨와 절기에 민감합니다. 가까이 온 봄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합니다. 서둘러 핀 꽃이나 녹는 얼음 같은 이미지로 겨울이 지나가는 모습을 기록하곤 합니다. 이날은 한옥마을에서 입춘첩 붙이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설을 앞두고 갑진년 용띠 어르신들과 손주들이 특별한 봄 행사에 나섰지요. 평일에 비해 뉴스가 적은 일요일에는 이런 휴일 스케치 사진이 많습니다. 여러 사진 컷 중에 문을 열고 있는 이 장면이 월요일자 1면 사진으로 채택됐습니다. 문 사이로 봄기운이 후욱 끼쳐오는 것 같습니다.

<법정 나서는 이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성동훈 기자

아침에 사진취재 일정을 짜다 보면 유력한 1면 사진이 나올만한 일정이 보입니다. 어떤 사진을 잘 골라서 쓰느냐가 관건이지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법원은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한 지 3년 5개월 만의 판결입니다. 자, 여기서 사진기자들은 이 회장이 크게 웃지는 않더라도 한결 밝아진 모습으로 법정을 나서는 사진을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을 나서는 이 회장의 표정은 웃기는커녕 무표정보다 조금 더 어두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왜일까요. 기쁘지 않아서가 아니겠지요. 표정을 감추고 있습니다. ‘관리된’ 표정이지요. 사진설명에 그렇게 쓸 수는 없지만, 사진 이면에 그런 것이 읽혔으면 했습니다.

<의협회장 빈자리> 2025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규모를 논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발표 시 즉각적인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헌 기자

이날 가장 커 보였던 뉴스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 규모 발표였습니다. 오후 3시에 발표가 예정됐고, 관련 일정들이 아침부터 줄줄이 있었습니다. 의사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보건복지부는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위원회 회의 이후 장관 발표가 있었고요. 거기에다 대학병원 스케치 사진까지 준비했습니다. 떠들썩한 뉴스에 비해 ‘똘똘한’ 사진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의 의협회장 빈자리 사진을 골랐습니다. 일종의 클리셰입니다만, 빈자리는 관계의 갈등을 드러내지요. 의료계가 선언한 총파업 등 이후 진행될 정부와의 긴장을 이 한 장의 사진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면 후보군에 올랐던 사진은 경사노위 첫 본위원회와 튀르키예 지진 1년 사진이었습니다.

<KBS특별대담 녹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녹화분은 7일 오후 KBS1TV에서 100분간 방송됐다. 대통령실 제공

1면 사진이 예측 가능한 날은 그렇지 않은 날에 비해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이날 사흘 전에 녹화했던 대통령의 신년 대담 방송이 예정됐고, 다음날 1면 사진은 대담사진이 유력했습니다. 방송시간은 밤 10시. 사전 녹화 때 찍은 사진을 대통령실에서 언제 푸느냐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지요. 다행히도 엠바고가 걸린 사진들을 미리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신문사진을 챙겨야 하는 다수의 기자들이 방송 전 지면제작을 위한 사진제공을 요청을 했을 테지요. 사진을 일찍 풀지 않았다면 2순위였던 YTN 민영화 결정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사진이 1면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었을 겁니다. 찍은 지 사흘이 지난 사진을 1면에 쓰는 건 일간지에서 그리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 시간을 상쇄할 만큼 큰 뉴스여서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그 명품백은 어떻게 되었다는 겁니까.

<전용 캐리어 타고 고향으로 고고~> 설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 KTX 승강장에서 한 어린이가 할머니가 끄는 캐리어에 올라탄 채 기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좀 지겨워도 대안이 없는 현장이 있습니다. 명절 앞둔 서울역입니다. 연휴 전날이나 마지막 날 서울역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승강장과 대합실을 분주하게 오가는 많은 사진기자들을 만나셨을 겁니다. 매번 반복되는 현장이지만 그렇다고 매번 똑같은 사진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사진기자들의 시선이 똑같을 수도 없고, 그날따라 눈이 밝아져서 인상적인 귀성객을 만날 수도 있지요. 의외성이라는 것도 사진의 매력입니다. 이날 1면 사진회의 참석자들은 여행용 가방에 올라탄 아이의 모습에 일제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거면 1면 사진이 될 충분한 이유지요. 근사한 ‘일등석’에 올라탄 아이의 표정이 다해버린 사진입니다. 설 연휴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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