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 미달, 미달… 미술품 조각투자 죽 쑤는데 증권사 멈추지 않는 이유

문수빈 기자 2024. 2.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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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투자자가 계좌 개설해야 거래 가능
시장 초기라 발행·유통에 따른 수익 크지 않아
개인 고객 확보 위해 움직이는 증권사

그간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미술품 투자를 단돈 10만원에 할 수 있게 되면서 조각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들이 줄줄이 청약 흥행에 실패하면서다.

그럼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토큰증권(ST)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다른 증권사 또는 은행과 손을 잡고 협의체를 구성해 상당한 자금을 들여 토큰증권 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 중인 것이다. 이는 ST 자체의 사업성에 투자한다기보단, 개인 투자자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초석 다지기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서희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지난해 발행을 허가받은 조각투자업체 1·2·3호는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했는데, 모두 실권주가 발생했다. 실제 청약에서 투자자의 반응이 미미해 업체가 목표했던 금액보다 더 적은 금액이 모였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열매컴퍼니는18%, 서울옥션블루는 13%, 투게더아트는 4%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앞으로 도입될 ST의 흥망을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 발행 형태만 바꾸면 ST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의 발행 형태는 실물증권이다. 금융위원회는 정형적·비정형적 증권은 음식에, 발행 형태(실물·전자·토큰증권)는 그릇에 비유했다. 즉 최근 발행된 미술품 조각투자는 투자계약증권이 실물증권 방식으로 발행된 것이다. 투자계약증권은 ST가 법제화되면 ST로 발행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ST의 성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였다.

이처럼 시장의 반응이 미온적임에도 증권사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ST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자체 사업성을 차치하더라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식 기업공개(IPO)처럼 ST 역시 특정 증권사가 단독 발행 주관사를 맡고 투자자가 여기에 청약하고 싶다면 해당 증권사의 계좌를 갖고 있어야만 한다. 이는 증권사로선 리테일을 늘릴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이 아직 초기라 회전율이 낮아 유통에 따른 수익을 추구할 수 없음에도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이다.

그래픽=손민균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정보통신기술(ICT)업체인 SK텔레콤과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결성했다. 두 회사는 ST 인프라를 구축하고 ST의 대상인 기초자산을 공동으로 발굴 중이다. 같은 해 6월엔 하나금융그룹을 NFI에 참여시켰다.

미래에셋증권은 NFI 외에도 ST 실무협의체인 ST 워킹그룹을 만들었다. 여기엔 K-콘텐츠 제작사와 투자사, 조각투자플랫폼, 블록체인 종합 기술사들이 합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여러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최대한 많은 ‘기초자산’을 확보하는 물량 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과 업계 쌍두마차인 한국투자증권은 결이 조금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대한 많은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3월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함께 토큰증권 협의체인 한국투자ST프렌즈를 구축했다. 인터넷전문은행 1, 2위 회사를 한 번에 협의체로 끌어안은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두 은행과 ST 발행 플랫폼 인프라를 구축해 시범 발행을 마쳤다.

미래에셋증권과 마찬가지로 기초자산도 챙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협의체에 현물 조각투자플랫폼을 비롯해 문화 콘텐츠, 토지·건물 등을 주된 기초자산으로 하는 업체들을 포함시켰다.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KB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 연합이다. 세 회사는 ST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고 발행과 유통 서비스 시너지 사업 모델을 발굴 중이다. 세 회사는 비용 효율화를 위해 공동 분산원장을 구성할 계획이다. 나아가 ST 정책을 함께 대응하고 업계 표준을 적립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과 유통에서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외에도 ST가 고객 유입 효과를 많이 가져올 수 있다면 증권사 입장에선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일부 증권사는 리테일을 확보하기 위해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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