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라마단…가자전쟁에 기름 부을까

김상훈 2024. 2.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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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행보, 아랍권의 反이 감정 폭발 뇌관 가능성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다섯 달째로 접어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3월 10일 전후 시작 예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라마단은 이슬람교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달로, 이슬람교도는 이 기간 낮 동안 금식 등으로 신성한 시간을 보낸다.

이처럼 신성한 라마단은 평화로워야 할 시기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만큼은 해마다 갈등이 고조되고 이르고 무력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라마단 분쟁의 중심엔 1967년 3차 중동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이 있다.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라마단 기간 사원에서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원하지만, 이스라엘 경찰은 질서유지를 명분으로 제약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 4월 라마단 금요 예배를 위해 알아크사 사원에 모인 사람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갈등이 매년 라마단 기간 반복되는 양측간 무력 충돌의 불씨가 돼왔다.

실제로 2021년 5월 라마단 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11일간 240여명의 사망자를 낳은 전쟁을 치렀고, 2022년과 지난해 4월 라마단 때도 가자 지구발 로켓 공격에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을 가하면서 유혈 충돌로 이어졌다.

분쟁으로 점철된 동예루살렘의 올해 라마단을 더 위태롭게 하는 것은 5개월째로 접어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다.

하마스는 전쟁을 촉발한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알아크사 홍수'라는 작전명을 붙였다. 무려 1천200여명을 학살한 당시 작전이 점령 세력인 이스라엘로부터 성지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 전체가 이런 하마스의 대의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랍권은 대체로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고 가자지구에서 2만7천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낳은 이스라엘의 강력한 군사작전을 비난한다.

이처럼 전쟁을 거치면서 쌓인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감정이 라마단을 통해 확산하거나 분출할 여지는 충분하다.

2023년 5월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해 경내를 걷고 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벤-그비르 장관은 이런 상황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인물이다.

벤-그비르 장관은 2022년 12월 취임 후 3차례나 유대교도의 출입이 제한된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 들어가 도발을 일삼았다. 그때마다 그는 유대교도에게도 자유로운 성지 출입과 기도를 허용해야 한다면서 성지 방문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또 하마스와의 이번 전쟁 중에는 가자지구 주민 강제 추방과 정착촌 재건을 주장하고, 민간인 피해가 큰 이스라엘군의 작전을 제약하는 미국을 대놓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이런 벤-그비르 장관의 손에 알아크사 사원 경내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이스라엘 경찰 관할권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제1야당인 예시 아티드를 이끄는 야이르 라디드 전 총리는 지난 5일 "벤-그비르가 성전산(동예루살렘 성지의 유대식 표현)과 동예루살렘 문제를 맡을 경우 다가오는 라마단에 이 지역에 화염이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라피드 전 총리는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도 계획도 정치적 논의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또 다른 재앙을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벤-그비르 장관의 권한을 제한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해 아랍권의 협조를 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미국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는 "특히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시리아,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의 전쟁 개입으로 가자 전쟁의 여파가 중동 전체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도발이 자칫 전쟁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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