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 선물은 역시 金”… 식을 줄 모르는 중국인의 ‘황금 사랑’
지난해에도 금 소비량 전년比 8.8% 증가
부동산·증시 침체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
올해는 수요 지속 증가vs둔화 의견 분분
지난 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최대 귀금속 도소매 센터인 완터보석성 1층에 있는 한 금 주얼리 전문점. 평일 오후임에도 몰려든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린모(32)씨는 “집안 어른에게 드릴 선물을 사러 왔다”며 “불경기 속 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금값이 올랐다지만, 춘제(春節·음력 설) 선물은 역시 금이 제일 낫다”고 말했다. 린씨는 이날 1727위안(약 32만원)짜리 금팔찌를 구매했다.
중국의 ‘금 사랑’이 춘제를 맞이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인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증시 추락 등 경기 부진을 피해 금에 여윳돈을 쏟아왔다. 다만 중국이 올해 내내 금 구매 행진을 이어갈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여전히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만큼 금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금값에 수요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10일 중국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는 이달 춘제를 앞두고 지난달 셋째, 넷째주 진행된 쇼핑축제 ‘오복제(五福節)’에서 금 주얼리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3배가량 급증했다고 밝혔다. 금 주얼리는 중국 전체 금 소비량에서 65%(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중국 최대 민영기업인 푸싱그룹 산하 주얼리 브랜드인 ‘라오먀오 골드’는 이 행사에서 단 하루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했는데, 900만위안(약 17억원)의 판매액을 올렸다. 중국에는 춘제 때 가족·지인에게 금 주얼리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중국의 ‘금 사재기’는 지난해부터 특히 두드러졌다. 중국황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금 소비량은 1090톤(t)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금 수요(4448t)가 5%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다. 중국 연간 금 소비량은 2013년 1176t을 기록하며 처음 1000t을 넘어섰다.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1000t 이상씩 꾸준히 소비했다. 2020년(803t)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폭 줄었지만, 2021년(1121t) 다시 1000t선으로 복귀했다.
중국인이 금 구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최근 경제 부진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과 증시 침체, 위안화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위험 회피 수요가 높아졌고, 이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달러가 있지만, 중국인들은 달러나 달러 표시 금융 상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구조다. 베이징 진좐후이퉁 투자관리 유한회사의 자오샹빈 수석 전략가는 “불안정한 글로벌 금융 환경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골드 러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금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상하이 금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중국 내 금 가격은 g당 479.35위안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날(414.04위안)에 비해 15.8% 오른 것이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주요 브랜드에서 금 주얼리를 사려면 순금 1g당 600위안 이상을 줘야 하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00위안 가까이 오른 것”이라며 “그럼에도 금 소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금 가격도 중국발 구매 열기에 상승세다. 지난달 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장중 1트라이온스당 2130.2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20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 내내 금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중국은행연구원의 우단 연구원은 “올해에도 금 판매 시장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글로벌 정치 및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국내외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의 달러 강세장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을 비축하려는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금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세계 금 협회 중국 지부의 왕리신 대표는 “높은 금 가격과 소득 증가세 둔화 등을 고려하면 올해 금괴, 금화 판매량이 지난해와 같지 않을 수 있다”며 “금 주얼리 수요 역시 1분기에는 춘절 효과로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연중으로 보면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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