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돈 뺏고" 그 뒤엔 도박빚 6천만원…교실까지 침투한 도박
학교·병원 등 기관과 연계 필요…사회 만연한 '한탕주의' 없어져야
[편집자주] 10대 청소년이 마약에만 중독되는 것이 아니다. 도박판도 전전하고 있다. 돈을 날려 돈을 빌리고 그것을 갚지 못해 보복 위협을 당하는 것은 온라인 도박판에 매달린 10대들의 흔한 사례다.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도박 문제로 검거된 청소년 수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뉴스1>은 이번 설 연휴 '도박판의 10대' 실태를 세 꼭지에 걸쳐 보도한다.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1.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10대 A군은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그가 빌린 돈은 600만원에 달했다. 돈을 어디에 썼는지 한참을 추궁한 끝에서야 A군은 도박에 빠진 사실을 털어놨다. A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접한 '바카라'(트럼프 놀이의 일종)에 이 돈을 모두 탕진했다.
#2. 고등학생인 B군은 친구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소년법원에 송치됐다. B군이 돈을 갈취한 것은 유흥비 마련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역시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였다.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 가입해 그가 날린 돈은 무려 6000만원에 달했다.
최근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등으로 청소년들이 쉽게 도박을 접하게 되면서 '청소년 도박 범죄'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10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지난해 37명으로 전년도 12명에서 3배 이상 급증했다. 청소년 도박 검거 건수는 2018년 22명, 2019년 25명, 2020년 4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2021년 13명으로 줄어들었고 2년 연속 감소했다.
청소년 도박은 학교폭력이나 절도·사기 등 2차 범죄로 이어진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3일 '범정부 대응팀'을 출범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온라인 도박의 특성상 단속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청소년 도박 문제'를 전담하는 기관이나 예방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 도박 예방 예산 '0원'…교육·치료 시스템 태부족 이처럼 청소년 도박이 학교폭력이나 금품갈취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고 있지만 예방 차원의 교육이나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4년간(2019년~2022년) 시도교육청별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 예산을 보면, 울산과 대전은 '도박중독 예방교육' 예산이 0원이었다. 인천의 경우 2021년까지 예방 교육 예산이 없다가 2022년 겨우 80만원을 책정했다. 서울은 2021년 '학생도박예교육'예산이 991만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175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2022년 12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박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재학 청소년의 경우 64.8%, 학교 밖 청소년은 52.0%로 조사됐다. 하지만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학교 등에서 실시되는 예방교육 대부분이 학교 예산과 일정 등을 이유로 학년 또는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체교육이나 방송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의 교육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지고 있고 교육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도박 문제에 대한 상담·교육 등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으로, 전국 14곳에 지역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도박 예방 교육은 학교가 신청하는 경우에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학교가 도박 예방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학생 또한 교육받을 수 없는 구조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인의 도박 문제를 다루는 센터는 있는 반면 청소년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청소년 도박 중독 문제를 상담하는 전문가 A씨는 "술과 담배에 대해선 일선 학교에서 일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도박은 이 정도 수준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고, 캠페인 등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학교나 병원 등 지역 사회 기관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 A씨는 "도박에 중독된 학생이 보고되면 학교가 학생을 전문 기관으로 연결해 주는 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라며 "학교 자체에서도 '도박 문제 학교'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 드러내길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도박 중독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활동 등을 마련해야 하는 등 치료가 매우 까다롭다"며 "다른 중독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 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청소년 사이버도박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지역 단위별로 중독관리 전문병원이나 민간이 운영하는 중독상담센터들이 운영되고 있으므로, 이들 기관을 활용해 지역사회에서 도박 청소년 발견 시 즉각적인 치유·상담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 어른의 '한탕주의' 보고 배워…"노력해도 원하는 삶 어렵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근본 이유는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한탕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구성원들이 자기가 노력하면 원하는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어졌기 때문에 도박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며 "노력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결과를 얻기만 하면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상담가인 강동민 위로드상담센터장 "노력의 대가로 획득하는 것이 아닌 우연의 기회로 이득을 얻게 되는 도박 시스템 자체에 청소년이 중독되는 것"이라며 "돈, 성공, 경쟁 등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 A씨는 "상담을 해보면 아이들 역시 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돈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도박을 하면 안 된다는 자기 인식과 인지, 가치관 정립 등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선 가족이나 선생님과 같은 1차 집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강 센터장은 "학업이나 친구관계, 가족관계의 단절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이 생기면 온라인 공간과 도박에 중독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청소년기에는 부모와의 애착 수준과 지지가 높을수록 도박 행동이 감소한다는 연구가 결과 있는 만큼 주변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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