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욕심냈나”… 2차전지 CB 고점 잡으려다 손실 위기인 사모펀드

오귀환 기자 2024. 2.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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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대주전자재료 기회 놓쳐
2차전지 업황 악화로 주가 내리막
만기 상환 시 사실상 투자 실패

크레딧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크레딧앤솔루션즈(ICS)가 투자금 손실 위기에 놓였다. 2차전지 소재 기업에 투자한 전환사채(CB)를 고점에 매각하려다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ICS는 엘앤에프와 대주전자재료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는데, 2차전지 업황 악화로 두 기업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CS는 지난 2021년 11월 엘앤에프가 발행한 CB 10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이자가 없는 상품이어서, 주식으로 전환해 고가에 팔아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전환가액은 18만6802원이었지만 주가 하락으로 17만7462원까지 떨어졌다.

ICS는 만기가 4년 남은 엘앤에프 CB를 아직 전량 보유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2022년 11월 15일부터 해당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게 가능했다는 것이다. 엘앤에프 주가는 지난해 4월 기준 35만원 수준까지 올랐지만, ICS는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추가 상승을 기다렸다. 돌이켜보면 ICS 입장에선 주당 17만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둘 기회를 놓친 셈이다.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엘앤에프 주가는 지난해 4월을 고점으로 연일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2차전지 업종 전체의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8일 엘앤에프 종가는 14만1300원이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4분기 280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22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에 대해 “재고평가 손실 2503억원을 감안해도, 영업이익률은 -4.6% 수준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주력 최종 고객사인 테슬라의 성장이 당분간 둔화한 상황으로, 경쟁사 대비 출하량도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정서희

실리콘 음극재를 공급하는 대주전자재료 투자도 비슷한 모양새다. ICS는 2021년 11월 800억원어치의 대주전자재료 CB에 투자했다. 마찬가지로 이자가 없고, 주당 전환가액은 10만3000원이다. 대주전자재료 주가는 작년 4월 14만원을 넘보는 수준까지 올랐지만, 현재 7만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ICS 입장에서 주당 4만원의 차익 실현 기회를 놓친 셈이다.

결국 ICS는 ‘물타기(주가 하락 시 추가 매수로 매입 평단가를 낮추는 일)’ 전략을 사용했다. 지난해 11월 대주전자재료 교환사채(EB)에 384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해당 EB의 주당 전환가액은 8만3153원이다. 만기 이자율은 2%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크레딧 투자를 통해선 대체로 큰 수익보단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기 마련인데, ICS는 엘앤에프 주가가 더 올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이자가 없는 CB인 만큼 전환 차익을 얻지 못하고 돈을 돌려받게 되면,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수익을 나눠주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기가 4년 넘게 남은 만큼 그 기간에 주가가 다시 회복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보통 크레딧 투자는 3~5년 정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며 “상장사 투자는 주식 투자와 같아서 내렸던 주가가 다시 오르면 투자금 회수에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ICS가 ‘코리아배터리&ESG펀드’로 투자한 대명에너지(400억원)와 조일알미늄(300억원)도 2차전지 업황 악화로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 두 기업은 투자 시점 대비 주가가 각각 50%, 33%가량 하락했다. 해당 펀드는 5300억원 규모로 LG화학이 1500억원을 출자해 핵심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ICS는 2020년 IMM PE의 자회사로 출발했으나, 지배구조 개편으로 지주사 격인 IMM홀딩스 자회사로 편입됐다. 2021년 PEF 운용사도 부실채권(NPL) 투자가 가능하도록 완화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통과를 앞두고 IMM PE에서 분리됐다. IMM PE에서 경영권 인수 작업을 맡던 박찬우 ICS 대표가 설립 때부터 이끌고 있다. ICS는 ‘코리아배터리&ESG펀드’ 외에도 IMM에코솔루션(5700억원), IMM롱텀솔루션(1200억원) 등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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