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부끄럽지 않도록” 도전자 자처한 메이저리거 고우석의 각오
[인천공항(영종도)=뉴스엔 안형준 기자]
고우석이 굳은 각오와 함께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입단한 고우석은 2월 9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고우석은 이제 '예비 메이저리거'로 첫 빅리그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고우석은 지난해 소속팀 LG 트윈스가 29년만 통합 우승에 성공한 뒤 포스팅을 신청했다. 지난해 개인 성적은 조금 아쉬웠던 만큼 다소 갑작스러운 도전이었지만 KBO리그 최고의 불펜투수에 대한 빅리그의 수요는 있었다. 고우석은 1월 초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 달러가 보장되는 2+1년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성공했지만 규모는 작았다. '동서지간'인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고우석은 계약 규모보다 꿈에 그리던 무대로 가게 됐다는 것에 더 의미를 뒀다. 1월 계약 후 입국장에서 고우석은 "기분좋다"고 활짝 웃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계약 규모는 팀 내 입지와 직결된다. 연봉이 높은 선수는 구단 입장에서 '들인 돈'이 아까워서라도 어떻게든 기용하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생리다. 계약 규모가 작은 선수는 상대적으로 구단이 포기하기도 쉽다.
'소규모' 계약을 맺은 고우석도 이를 알고 있다. 고우석은 자신이 '도전자'의 입장임을 인정하고 있었다. 입국 당시 "아직 메이저리거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선 메이저리그 로스터 자리를 따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진짜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생각은 캠프로 떠나는 순간에도 변하지 않았다. 출국장에서도 고우석은 "우선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한 팀에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는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40명이다. 그 중에서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빅리그 액티브 로스터에 포함된 26명 뿐. 시즌 개막전에 출전할 26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을 추가적인 목표로 삼았다.
고우석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였고 '국가대표 마무리'였다. 어느 무대에서든 마무리 투수 자리를 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 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조시 헤이더가 이번 오프시즌 팀을 떠난 상황. 마무리 투수 자리가 현재 공석인 만큼 더 욕심이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고우석은 "마무리 투수에 대한 생각은 있다"면서도 "벌써부터 그런 큰 목표를 갖고 임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선수'의 입장으로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고우석은 "이제 빅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로서 부족한 것이 많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역만리 타지의 낯선 환경에서 도전까지 펼쳐야 한다. 막막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고우석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바로 KBO리그 선배이자 메이저리그 선배인 김하성이다. 샌디에이고에서 4년차를 맞이하는 김하성은 고우석의 입단을 누구보다 반겼다. 김하성은 1월 출국에 앞서 "우석이가 우리 팀에 와서 너무 기분이 좋다. 캠프 때부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열심히 도울 것이다.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하성이 형이 같은 팀이 된 것을 너무 기뻐해주고 환영해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마음이 놓인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웃었다.
김하성 뿐만이 아니다. 타지 생활에서는 '동향 사람'만 만나도 반가운 법. 한국과는 '가깝고도 먼 라이벌'인 일본도 태평양 건너에서는 '같은 아시아 출신'이 된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활약 중인 배지환은 "메이저리그에는 동양인이 많지 않다보니 일본 선수만 봐도 반갑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우석도 일본인 팀 동료들과 함께 뛴다.
고우석과 마찬가지로 올겨울 태평양을 건넌 '입단 동기' 마쓰이 유키는 포지션이 같다. 일본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였던 마쓰이와 고우석은 마무리 투수 자리를 두고 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11년 동안 103승을 거둔 베테랑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도 있다. 야수인 김하성과 달리 투수인 두 일본인 선수는 고우석과 같은 동양인으로서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들과의 만남을 고우석도 기대하고 있었다. 고우석은 "둘 다 일본에서 정말 유명했던 선수들이다. 특히 다르빗슈는 미국에서도 정말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선수다. 나도 아마추어 때는 다르빗슈를 보면서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런 선수들과 같이 뛴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고 웃었다.
고우석은 '성실함'을 강조했다. 고우석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성실한 사람을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고 캠프에서 보여줘야 할 모습을 꼽았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다보면 코칭스태프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고우석은 "아직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한 개도 던지지 않은 투수다. '어떤 성적을 내겠다' 하는 목표에 대한 생각은 구체적으로 들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다"며 "부끄럽지 않은 선수, 사람이 되도록 많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우석은 홀로 먼저 시즌을 준비하러 떠났다. 가족들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지난해 결혼한 고우석은 최근 아빠가 됐다. 고우석은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을 두고 떠난다는게 마음이 좀 그렇다"며 "가족들이 건강하게 잘 있다가 비행기도 조심히 잘 타고 (미국으로)왔으면 한다"고 웃었다.(사진=고우석)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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