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의 도시, 페즈

채지형 2024. 2. 1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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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즈는 '모로코 정신의 고향'으로 불린다.

859년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 오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카라위인(Kairaouine) 모스크'도 페즈에 자리한다.

페즈의 메디나(Medina)는 무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페즈의 가죽 염색법은 중세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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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즈는 '모로코 정신의 고향'으로 불린다. 중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도다. 8세기 이슬람 왕조의 첫 수도였으며 지중해와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중요 요충지였다. 세계 곳곳의 상인이 페즈로 모여들었고, 덕분에 이슬람 문화와 예술, 학문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859년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 오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카라위인(Kairaouine) 모스크'도 페즈에 자리한다.

페즈 메디나에 있는 알록달록한 염색공장

페즈의 메디나(Medina)는 무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옛 도시를 뜻하는 메디나 안에는 모스크와 학교, 하맘(Hamam, 공중목욕탕) 등, 마을의 필수 인프라들이 잘 갖춰져 있다. 페즈 메디나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9,000여 개의 작은 골목들이다. 긴 세월 수많은 이들이 오갔을 골목을 거닐며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시간을 체감해 보자. 메디나의 골목은 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다. 그래서 대부분 당나귀가 운반을 담당한다. 젤라바(모로코 전통의상)를 입은 사람과 물건을 가득 실은 당나귀가 쉴 새 없이 오가는 골목은 더 비좁게 느껴진다. 메디나의 골목을 좁게 만든 이유가 있다. 외부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 아프리카의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거대한 파레트 같은 페즈의 천연가죽 염색공장

골목은 미로가 따로 없다. 지도를 들여다봐야 그저 그림일 뿐이다. 길 찾기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차라리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답이다.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골목 어느 어귀에서 여행자를 기다릴 재미있는 상황을 상상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페즈에는 9000개가 넘는 골목이 있다.

과정을 판매하는 곳, 수끄
Souk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면, 수끄가 나온다. 수끄는 시장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골목을 따라 수백 개의 상점이 몸을 맞대고 있다. 장신구를 비롯해 양탄자, 악기, 비누, 향신료 등 각양각색의 물건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모로코 스타일의 집인 리아드. 호텔에서도 화려한 모로코 스타일의 리아드를 경험할 수 있다

모로코 수끄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직접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앨리아스 카네티'는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라는 책에서 '물건을 팔기만 하는 가게 옆에는 그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구경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우리 현대인의 삶이 황폐해진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모든 물건들이 마치 흉한 마술 기계가 내놓은 것처럼 다 완성된 채 사용만 하면 되도록 집으로 배달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선 밧줄 꼬는 사람이 일하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도 있다. 그의 옆에는 완성된 밧줄이 걸려 있고 말이다'라고 적었다. 수끄에서의 쇼핑이란 그저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다. 물건을 이해하고 관찰하는 것이 쇼핑의 첫 단계다.

페즈 메디나에 있는 염색공장

천연가죽 염색공장인 '태너리'를 구경했다. 페즈의 가죽 염색법은 중세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지금까지도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 중이란다. 가죽에 색을 들이기 위해 비둘기 똥과 소 오줌, 동물의 지방 같은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 수끄에서 가죽 염색공장을 구경하고 싶다면 '냄새를 따라가라'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건 어떤 비유를 위한 묘사가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태너리 입구에서는 민트를 한 움큼 안겨준다. 코에 민트를 가져다 대고, 2층으로 올라간다. 형형색색의 염료, 가죽을 물들이며 땀을 쏟는 장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색이 담긴 통이 마치 팔레트처럼 보인다.

눈은 진귀한 볼거리에 즐거웠지만, 코는 민트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힘들다. 민트로 있는 힘껏 코를 막아 본다. 문득 염색하는 이들이 참 대단케 느껴진다. 사진만 보고 '예쁘다'라고 할 게 아니다. 여행의 이유를 한 번 더 깨닫는다. 세상을 그저 보는 것만으론 알 수 없다. 세상은 경험하는 것이다.

글 채지형 사진 이승무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모로코관광청

모로코,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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