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건강 지키는 ‘안부인사’…주의해야 할 ‘징조’ 3가지
사고‧이해력 등 인지기능과 우울증 여부 살펴야
설 연휴가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주제는 건강이다. 부모님과 대화하다 보면 “괜찮아, 나이 들어서 그래”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어떤 징조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여기기보다는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으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명절에 부모님과 안부 인사를 나누면서 꼭 살펴봐야 할 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특정 힌트에 기억을 떠올린다면?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발생률이 올라간다. 치매 발병 원인 중 약 70%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초기에는 사소한 기억력 감퇴로 시작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력‧이해력‧계산능력 등 인지기능 문제로 이어진다.
박기정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초기에는 건망증과 증상이 유사해 주변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힌트를 제시해 기억을 해내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망증이라면 뇌에 각종 정보들이 입력돼 있는 상태에서 단서가 주어지는 경우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정보 입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론, 인지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기정 교수는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약물·비약물 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며 “알츠하이머병의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으나, 우울증이나 유전적 요인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전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큰 목소리로 자꾸 되묻는다면?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증상이다. 청력의 노화는 30대 후반부터 시작돼 65세가 되면 4명당 1명, 75세에는 3명당 1명, 85세에는 2명당 1명, 95세가 되면 누구나 난청이 생긴다.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 자꾸 되묻고 목소리가 커진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난청을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뇌세포가 함께 퇴화해 우울증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성 난청이 발생하면 청력을 예전 상태로 회복할 수는 없고, 노화에 따라 더 나빠진다.
따라서 조기에 보청기 착용으로 청각 재활을 시행해야 한다. 보청기는 ▲병력 청취 ▲이학적 검사 ▲청력 검사 ▲영상학적 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나이 ▲귀의 상태 ▲난청의 정도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보청기는 착용하자마자 만족할 만큼 잘 들리지 않는다. 보청기 소리에 적응하는데 6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심과 꾸준함을 가지고 조용한 곳에서 시작해 점점 시끄러운 환경으로 옮겨가며 서서히 착용 시간을 늘리면 소리가 잘 들리게 된다.
여승근 교수는 “노인성 난청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정서적 지지도 중요하다”며 “보청기 적응 기간에는 착용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북돋아주고, 대화할 때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사회적인 격리감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의욕 없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한다면?
노인들은 ▲신체적 질병 ▲신경의학적인 변화 ▲줄어든 사회활동 ▲경제적 어려움 ▲사별 ▲인지기능 저하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우울증이 발생하기 쉽다. 2021년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70~79세의 우울장애 1년 유병률(1년 동안 발생한 환자 비율)은 3.1%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다.
선제영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정신적인 문제를 부정하거나 숨기기도 하고, ‘우울하다’고 표현하기보다 ‘몸이 아프다’ ‘소화가 안 된다’처럼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이 있음을 알아채기 어렵다”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증상을 이전보다 많이 표현하거나 갑자기 무기력해져 외출 빈도수가 낮아지고 평소 해오던 일도 하지 못한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우울증은 치매의 위험 요인이자 자살의 주요 원인인 심각한 질환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 기능을 되찾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병원에서의 치료와 더불어 ▲규칙적인 생활 습관 ▲운동 ▲금주 ▲긍정적인 생각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 ▲가족과 사회의 적극적인 관여와 관심 등이 노인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선제영 교수는 “노인들은 이미 신체질환으로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약물치료 시 약물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인 복용량의 절반에서 시작해 점차 늘려가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거나 기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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