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과 하나 7천원에 차례상도 생략"…시장 설 대목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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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둔 지난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조시장은 차례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차례상에 올릴 나물을 고르던 한 50대 여성은 1000원만 깎아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약 28만1000원, 대형마트는 약 38만원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물가 속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는 시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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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만 묻고 발길 돌리는 손님들
사과 42% 조기 33% 고물가 시대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이윤경 인턴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조시장은 차례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 상인들은 "거저 드려요", "떨이에요" 등을 연신 외치며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치솟은 물가로 시민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했다. 물건을 이리저리 살피던 시민들은 가격을 물은 뒤 결국 내려놓기 일쑤였다. 사과 한 개에 7000원, 한 상자에 6만원이라고 적힌 가격을 보고는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곳곳에선 가격 흥정을 하는 상인과 손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차례상에 올릴 나물을 고르던 한 50대 여성은 1000원만 깎아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중년부부는 신고배 3개에 2만원을 부르는 상인의 외침에 6개에 3만5000원으로 해달라고 졸랐다. 국산과 수입산 고사리를 놓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국산을 선택한 60대 여성도 있었다.
사과 1개를 살피다 끝내 내려놓은 홍순영(69) 씨는 "시댁이 먼 딸 내외가 일찍 들른다고 해서 부랴부랴 장을 보러 나왔는데 제대로 된 과일 하나 사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씨는 "그래도 오랜만에 오는 딸인데 과일은 내놔야 하지 않겠냐"며 고민 끝에 사과 2개를 1만4000원 주고 샀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도 물가 상승은 피부로 다가왔다. 농산물을 비롯해 정육점, 수산물 가게는 명절을 맞아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고 손님들을 기다렸지만 가격을 보고 지나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상인들은 손님 한명 한명이 아쉬운지 연신 '설날', '명절'을 외쳤다.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이번 설 차례상 비용은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약 28만1000원, 대형마트는 약 38만원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과일과 농산물 등 차례상 대표 품목들의 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설과 비교해 전통시장 기준 사과는 42.86% 올랐고 조기(중국산 부세 조기) 가격은 33.33% 상승했다. 대파는 1단 기준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고물가 속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는 시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평소에 비하면 손님이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것만큼 대목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남대문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고모(30) 씨는 "선물세트를 사 가는 사람들이 있어 평소보다 매출이 나아졌다"면서도 "이전부터 계속 가격이 올라 사는 사람만 살 뿐 대부분 가격을 보고 구매를 꺼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반찬가게 상인은 "야채값이 너무 올라서 반찬을 만들어 팔아도 별로 남지도 않는다"며 "단골들을 생각해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차례상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주부 김민경(60) 씨는 "50만~60만원으로 차례상 한번 차리기 어렵다. 너무 오른 물가 탓에 우리 같은 사람은 부담스러워서 차례를 지낼 수가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진모(50) 씨는 "집에서 하기 힘든 전을 사려 시장에 왔다"며 "옛날엔 한 팩에 1만원이나 2만원이면 많이 샀는데 지금은 거의 반으로 줄어서 그냥 해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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