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가족이 더 그리운 여성 노숙인들
[앵커]
설 연휴를 맞아 다들 고향을 찾아 가족과 친지와 반갑게 다시 만나실 텐데요.
하지만 돌아갈 곳도, 만날 이도 없는 노숙인들에게 명절은 더욱 가혹하기만 한데요.
특히, 상당수 여성 노숙인들은 가정폭력과 정신질환 등으로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한 경우가 많아 더욱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양세희 PD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서울 영등포역 인근의 여자화장실.
3평 남짓한 이 공간이 최순자 씨의 보금자리입니다.
비좁고 냄새도 나지만 13년째 거리에서 생활해 온 최 씨에겐 그나마 추위를 피해 몸을 녹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최순자 / 노숙인(가명) : 전기장판 고장난 거 이런 거 주워서 하나 깔지 저렇게 박스만 이렇게 깔고 있으면 차가워요.]
전철이 지날 때마다 그대로 전해지는 진동.
남성 노숙인들을 피해 이곳에 왔지만 여자화장실도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당신 뭐야!" "나가세요. 왜 들어와요. 여자 화장실을. 우리 자야 하잖아.
[최순자 / 노숙인(가명) : 여기서 사람 하나 죽었어. (화장실에서요?) 몇 달 전에 거기서 자고 나오다가 막 쓰러져서 죽었어.]
어느덧 다가온 설 명절.
하지만 최 씨에겐 돌아갈 곳도, 만날 이도 없습니다.
[최순자 / 노숙인(가명) : 식구가 안 도와주는데 남의 도움 받고 싶잖아.]
또 다른 노숙인 김현옥 씨도 가족을 만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여나 자신의 노숙 생활 때문에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뿐입니다.
[김현옥 / 노숙인(가명) : (자식들이 알려주면 조금 도와주지 않을까요?)아니야. 그런 형편이 안 돼 왜냐하면 지네끼리 지네도 똥 싸는데 사는 게...]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은 가끔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대신하는 김 씨.
[김현옥 / 노숙인(가명) : 가끔 내가 무소식에 했다가 이제 연락 잠깐 하고 다른 사람한테 (휴대전화를) 빌려서...]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거리로 나온 박경희 씨에게 집은 돌아갈 곳이 아닌 고통의 장소였습니다.
[박경희 / 노숙인 (가명) : 내 애기 아빠가 가정폭력이 있었어요. 도저히 같이 살 수가 없는 거죠]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까지 겪어 자식들과 떨어져 살게 된 박 씨.
하지만 다시 자식들과 만나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 꿈이 묵묵히 자활을 이어가게 하는 힘입니다.
[박경희 / 노숙인 (가명) : 인생을 살다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엄마가 재워줄 수 있는 그런 집을 마련해서 인생의 고비를 넘길 수 있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고 그런 걸 바라는 거죠.]
명절이면 더 짙어지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내일 밤 방송되는 YTN 탐사보고서 기록 '그 여자가 사는 세계'에서는, 거리 생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노숙인들의 삶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사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YTN 양세희입니다.
YTN 양세희 (risewis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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