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과 싸운 `체르노빌 늑대`, 없던 `암 회복력` 생겼다

안경애 2024. 2. 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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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악의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에서 사는 늑대는 암과 싸우는 능력이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NPR, 메트로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프린스턴대학 셰인 캠벨-스태튼 연구실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생태독성학자인 카라 러브 박사팀은 체르노빌의 고방사능 환경에서 유전적 돌연변이 늑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연구한 결과를 지난달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통합 및 비교 생물학 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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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린스턴대학 셰인 캠벨-스태튼 연구실의 카라 러브 박사. 사진=미국 프린스턴대학 셰인 캠벨-스태튼 연구실
사진=메트로
체르노빌에서 사는 사슴류. 사진=카라 러브 박사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에서 사는 늑대는 암과 싸우는 능력이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방사능으로 인한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한 것으로, 이를 잘 해독해서 활용하면 인간이 암을 극복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일(현지시간) NPR, 메트로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프린스턴대학 셰인 캠벨-스태튼 연구실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생태독성학자인 카라 러브 박사팀은 체르노빌의 고방사능 환경에서 유전적 돌연변이 늑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연구한 결과를 지난달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통합 및 비교 생물학 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에 위치한 체르노빌에서는 원자력 발전소가 원자로 설계 결함과 안전규정 위반, 운전 미숙 등의 복합적 원인으로 폭발하며 최악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누출된 방사능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잉글랜드 북부의 레이크 디스트릭트까지 이르렀다. 20만명 이상이 이 지역에서 대피하고 지난 약 40년 동안 약 1000명의 주민만이 체르노빌 출입 금지 구역(CEZ)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떠난 곳에서 자연은 황량했던 풍경을 서서히 되찾고 있고 회색곰, 들소, 스라소니, 여우, 비버, 멧돼지, 사슴, 너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조류도 200종 이상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생존하려면 방사능과 싸워야 한다.

그런데 체르노빌을 떠난 인간과 달리 회색 늑대는 수년간 개체수가 늘었다. 벨라루스의 다른 보호 구역보다 늑대 밀도가 7배 더 높다. 러브 박사와 동료들은 늑대가 유전적으로 암에 대한 저항력이나 회복력이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인간이 방해하지 않아 번성하는지 궁금증을 가졌다. 이들은 2014년, 체르노빌 출입 금지 구역에 들어가 야생 늑대에게 방사선 선량계가 장착된 GPS(위성측위장치) 목걸이를 부착했다. 또한 암을 유발하는 방사선에 대한 체내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 늑대의 혈액을 채취했다.

연구팀은 이후 암을 유발하는 방사선에 여러 세대에 걸쳐 노출됐을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늑대 여러 마리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또 목줄에 달린 센서를 이용해 늑대가 어디에 있고, 얼마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됐는지 실시간 측정값을 모았다. 그 결과, 늑대는 인간의 하루 법적 안전 한계치보다 약 6배 높은 방사선량(약 11.28밀리렘·0.1128밀리시버트)에 매일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분석 결과, 체르노빌에 사는 늑대는 외부의 늑대에 비해 면역체계가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늑대의 유전자에서 암 위험에 대한 회복력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특정 부위를 발견했다. 이 연구는 인간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암을 유발하는 BRCA 같은 유전자 돌연변이 현상을 거꾸로 뒤집어 암 생존 확률을 높이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면서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브 박사는 "현재는 그곳의 사람들과 협력 연구자들이 가능한 한 안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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