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과시욕이 뭐기에… 창업자 잡은 '외제차의 덫'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강서구 기자 2024. 2. 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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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재테크연구소
30대 사업자 재무설계
과시욕에 무너진 가계부
불규칙한 수입, 과도한 부채
신용카드 사용액도 결국 빚
고정‧비정기지출 구분해야
창업자 중엔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급차를 모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흔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좋은 옷을 입으려 한다. 영업은 얕보이면 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적당한 수준이라면 괜찮겠지만 과시욕은 결국 문제를 낳기 마련이다. 과도한 지출이 가계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어서다. 4년 전 인테리어 업체를 창업한 박은지(가명‧36)씨도 과시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냉정한 창업세계에 뛰어든 사람에겐 힘겨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3고高(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 창업시장이라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창업기업은 64만504개로 2022년 상반기 69만5891개보다 6.5%(4만5387개) 감소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부진으로 경기침체 우려도 창업시장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4년 전 회사를 창업한 건축가 박은지(36‧가명)씨도 창업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인과 함께 인테리어 회사를 창업한 박씨는 회사를 키우는데 전념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고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면서 주거비를 아끼곤 있지만 미혼이라 눈칫밥을 먹고 있다. 사업에 필요해 빌린 대출을 갚는 것도 스트레스다. 박씨의 올해 목표는 최대한 채무를 정리하고, 주거독립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돈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 박씨의 월 소득은 410만원, 연간 상여금이 220만원(월 평균 18만원)이다. 창업 기간을 감안하면 벌이가 적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매월 105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기에 주거비가 크게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 지출구조

박씨의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대출상환비용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거리가 예전 같지 않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이것저것 돈 들어갈 일은 많은 반면, 수입은 불규칙했다. 그래서 박씨는 사업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많이 받았다. 현재 남은 대출 잔액은 850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자동차 할부금(잔액 6000만원)도 남아있다. 자동차 없이는 사업을 하기 힘들었던 탓인데, 중요한 건 값비싼 외제차를 구입했다는 점이다. 물론 박씨도 무리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차를 타느냐가 일감 수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 박씨는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외제차를 구입했다. 한편으론 과시욕도 작용했다. 이로써 박씨가 떠안은 빚은 1억4500만원, 매월 대출상환금은 208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빚의 대부분이 저축은행과 캐피탈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그는 1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자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부터 빚을 졌다. 문화비(외식 등)와 비정기지출도 매월 각각 60만원과 70만원으로 꽤 높은 편이다. 고가의 의류를 구입하거나 술자리에서 '한턱 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박씨는 "인테리어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필요한 영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의료비로도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다. 사업의 미래가 불확실한 탓에 예민한 성격의 박씨는 매월 40만원을 들여 심리치료를 받는다. 연간 480만원이나 의료비에 지출하는 셈이지만, 박씨는 앞으로 계속 병원에 다닐 생각이다.

■ 문제점

이런 지출 행태는 박씨가 사업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박씨의 지출이 더 큰 일감을 따내는데 효과적이라면 투자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다만 박씨가 '영업을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독립은커녕 빚 청산도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가령, 박씨는 사업이 불안해 심리치료를 받는다지만, 따져 보면 결국 돈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재무 상황을 개선해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걸 보면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또한 외제차를 타고 멋지게 꾸미고 다녀야 일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편견일지 모른다. 박씨가 지출을 적절히 조절해 적자 상황을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해결점

필자는 박씨에게 우선 대출상환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다행히 박씨는 월 40만원씩 적금을 넣고 있었다. 적자가 105만원인 상황에선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일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중요한 건 목돈을 모아 수시로 중도상환에 써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신용도를 높일 수 있고, 2금융권에 있는 대출금을 금리가 낮은 1금융권으로 전환할 수 있다.

소비도 줄여야 한다. 박씨는 매월 적자인 상황에서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현금이 아니라 빚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출은 비정기지출이다. 매월 규칙적으로 나가는 생활비지출과는 달리 비정기지출이 많다는 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고, 충동적으로 돈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박씨의 연간 비정기지출은 자동차세를 빼고 나면 840만원(월평균 70만원)에 이른다. 혹시 모를 사업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비정기지출은 줄이는 게 좋다. 그래서 박씨에게 고정지출과 비정기지출로 나눠 지출통장을 분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비정기지출은 꼭 필요한 것만 넣어서 연간 300만원 내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비정기지출에 필요한 돈은 상여금 220만원을 활용 하고, 매월 지출을 줄여 모자라는 금액은 충당하기로 했다. 정기지출도 줄이기로 했다. 박씨의 경우 통신비가 18만원으로 꽤 많은데, 지인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주는 바람에 소액결제가 많고 비싼 요금제를 쓰는 탓이었다. 이를 적절하게 줄이니 7만원에 해결할 수 있었다.

아침과 저녁식사를 가급적 집에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생활비도 10만원 줄였다. 사람 만나는 일은 영업상 반드시 필요한 만남 외엔 당분간 자제하기로 해 문화비를 30만원으로 확 줄였다.

이런 지출을 모두 줄이니 적자가계가 월 16만원 흑자로 바뀌었다. 여기서 매월 10만원씩 비정기지출에 필요한 80만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그럼 매년 112만원(192만원-80만원)을 남길 수 있다. 이 돈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적금과 합쳐 대출을 갚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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