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재영입 17명 중간평가···평균 53.1세, 여성 비율 29%
4·10 총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인재영입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거대 양당의 인재 환영식은 날로 화려해지지만 유권자의 관심은 크지 않다. “여느 때보다 존재감 없는 인재영입”이란 쓴소리도 나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엔 ‘정권 심판론’의 선명성만 강조하다 보니, 나이·성비·전문성 모든 측면에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온다.
1호부터 17호까지 민주당이 설 연휴 직전까지 발표한 영입인재 17명의 평균 연령은 53.1세로, 60대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가 5명, 40대가 4명, 30대가 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대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다. 역대 최고령 국회로 불린 21대 국회 당선인 평균 연령 54.9세와도 큰 차이가 없다. 남녀 성비는 17명의 인재 중 여성이 5명으로 29.4%를 차지하고 있다. 직업군은 큰 틀에서 법조인과 기업인 출신이 각각 3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과 언론계 출신은 각각 2명씩 차지했다, 의료·우주과학·국방·교육·역사·행정·시민운동 분야 인재들은 각 1명씩 발탁됐다.
민주당의 인재영입의 핵심 키워드는 ‘반윤’이다. 4·10 총선의 최대 구호가 ‘정권 심판론’인 만큼 반윤 색채가 강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영입이 두드러졌다. 1호 영입인재인 박지혜 변호사는 환경기후 전문가로,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기조와 온실가스 감축 예산 삭감 등에 반대한다. 3호와 11호 인재인 류삼영 전 총경과 이지은 전 총경은 정부의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10호 인재인 김남근 변호사는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 등을 지내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왔다. 그는 환영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민생 파탄을 저지할 민생 경제개혁의 대표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13·14호 인재로는 OBS 정책국장을 지낸 이훈기 전 기자와 ‘MB 정권 해직기자 1호’ 노종면 YTN 전 기자가 발탁됐다. 이들 모두 “윤석열 정부 언론탄압 저지”를 약속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8호 인재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는 윤석열 정부의 일본 밀착 기조에 맞불을 놓았다. 김 이사는 환영식에서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인 한·일 외교, 홍범도 흉상 철거, 독립운동가를 폄훼한 인사영입 등 왜곡된 역사관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으로 일했던 신용한 전 서원대 교수(55)를 15호 인재로 영입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직속 청년위원장을 지내는 등 보수 진영에서 주로 활동한 신 전 교수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던 2022년 4월18일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했다.
신 전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정책 실무책임자로서 작금의 경제정책과 일자리 정책의 실정에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정부 무능 프레임에 굉장한 자괴감이 든다. 결자해지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신 전 교수의 이력을 언급하면서 “어쩌면 우리의 폭을 많이 넓혀줄 수 있을 것으로 각별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 출신 인사도 영입 인재로 발탁됐다. 16호 인재인 이재관 전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장은 이 대표가 대선 후보일 당시 정무특보단 부단장을 맡았다. 17호 인재인 김제선 희망제작소 이사는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이재명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20년엔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장을 맡았다.
‘친명 재탕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관 전 위원장의 경우엔 지난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장 후보로 당의 공천을 받은 이력이 있다. 김용만 이사는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역사정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인재영입은 당의 현재 부족한 점을 채운다는 의미가 있다”며 “지금 민주당의 영입인재 면면을 보면 ‘반윤석열’ 기조 외에 뚜렷하게 보이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양당 모두 인재영입으로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국민의힘은 친윤 정당, 민주당은 친명 정당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전환기에 한국의 미래를 고민하기보다는 프레임 전쟁의 도구로 인재영입을 활용하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인재위는 설 이후 인재영입 발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인재위 간사인 김성환 의원은 지난 7일 “설 이후에 비례로 나갈 분들 포함해서 인재 영입을 몇 차례 더 해야 할 거로 판단된다”며 “총선이 임박해 집중해서 인재 영입을 추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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