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넘는 대작이 없네…설 연휴 극장서 뭐 보지?
설 연휴 대목 겨냥한 텐트폴 영화 '기근'.
이번엔 중소 영화 3편…고르고 보는 재미 '쏠쏠'
임영웅 OST '소풍'부터 조진웅 '데드맨'까지
티모시 샬라메 '웡카', '킹스맨' 감독 '아가일'도
대목으로 꼽히던 설 연휴 극장가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특수를 노리고 개봉되던 한국 영화 대작은 없고, 중소 규모 한국 영화 세 편과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이 경쟁을 벌인다.
지난해 설엔 168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황정민·현빈 주연의 '교섭'과 137억원의 제작비를 쓴 설경구·이하늬·박소담 주연의 '유령'이 개봉했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엔 제작비 100억원에 못 미치는 '중소' 규모의 영화가 관객을 맞는다.
김덕민 감독의 '도그데이즈'는 제작비 82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은 200만 명이다. 이 작품은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 반려견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1020세대 관객들의 취향을 완벽 저격한 관람 포인트는 대체 불가한 귀여운 매력부터 반전의 연기력까지 모두 갖춘 반려견들의 활약이다. 비주얼부터 성격까지 모두 다른 반려견 ‘완다’, ‘차장님’, ‘스팅’은 러블리한 존재감으로 등장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완전히 녹인다. 명실상부 믿고 보는 배우 윤여정, 유해진부터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탕준상, 윤채나까지 전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3040세대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7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데드맨'(손익분기점 180만명)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다.
조진웅은 인생의 벼랑 끝에서 처음 이름을 팔게 된 순간부터 바지사장 에이스로 이름을 날리고 하루아침에 ‘데드맨’이 된 채 중국 사설 감옥에 수감된 ‘이만재’로 분했다. 그는 5번에 걸쳐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섬세한 내면 연기부터 의상, 헤어스타일 등 외적인 모습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중국 사설 감옥 장면에서 조진웅은 ‘이만재’ 그 자체가 된 듯한 열연을 선보인다.
원로 배우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이 주연한 영화 '소풍'은 제작비 12억원의 저예산 영화로, 손익분기점은 25만명이다. 이 영화는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니어벤져스의 품격 있는 열연으로 주목받는 작품으로, 앞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폭발적인 사전 반응을 입증했다.
또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수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가 영화에 최초로 삽입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모래 알갱이’의 시적인 가사와 영화 '소풍'의 만남은 한 편의 시가 되는 우정을 배가시키며 더욱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설 연휴 라인업에 든 외화 중에는 '웡카'와 '아가일'이 독보적이다.
'웡카'는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가장 먼저 영화화한 1971년 작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 (국내명 '초콜릿 천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이제 막 입성한 초콜릿 메이커 ‘웡카’ 역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는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스윗하고 엉뚱한 매력의 캐릭터를 본인만의 색깔로 그려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아이돌급 하드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감미로운 가창력과 발군의 춤 실력을 발휘했다.
"100% 팝콘 무비"라는 호평과 함께 북미 박스오피스 1위 흥행 중인 영화 ' 아가일'은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볼 만한 작품이다. 자신의 스파이 소설이 현실이 되자 전 세계 스파이들의 표적이 된 작가 ‘엘리’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소설의 다음 챕터를 쓰고, 현실 속 레전드 요원 ‘아가일’을 찾아가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킹스맨' 시리즈로 도합 국내 천만 관객을 동원한 매튜 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헨리 카빌,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 브라이언 크랜스톤과 세계적인 팝 스타 두아 리파 등이 출연했다.
올 설 연휴에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텐트폴 영화를 볼 수 없게 된 것은 지난해 여러 대작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교섭'과 '유령'은 각각 172만명, 66만명의 관객만 들여 손익분기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여름 휴가철에 개봉된 '더 문'(51만명), '비공식작전'(105만명), 추석 연휴의 '1947 보스톤'(102만명), '거미집'(31만명),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191만명)도 쓴맛을 봤다.
아직 극장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빼앗긴 관객들의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대작을 만들어 놓고도 꺼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관객 입장에선 소재와 장르가 겹치지 않은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연휴 특수에 앞서 개봉한 세 작품 외에도 라미란 주연의 범죄 추적극 '시민덕희'와 최동훈 감독의 판타지 '외계+인' 2부 등이 연휴 기간 뒷심 발휘를 노린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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