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팬심 이용하는 '암표'와의 전쟁…근절 대책은?
[EBS 뉴스]
서현아 앵커
공연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일부 티켓은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동이 나는 등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얘기도 나오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되팔거나 사기 거래까지 하는 암표상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회장과 이야기 나눠봅니다.
회장님 어서 오세요.
먼저 지금 암표가 얼마나 성행하고 있는 상황입니까?
윤동환 회장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네 규모와 인기도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는 있는데요.
앞좌석, 좋은 자리의 경우에는 50에서 70%까지 암표가 발생되는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 협회에서 작년에 공연 관람 경험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 19세에서 29세는 약 32.8%, 30세에서 49세는 25% 그리고 평균적으로 3명 중에 1명꼴로 암표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현아 앵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암표를 이용해 보신 경험이 있네요.
그럼 보통 이 암표가 정가 티켓의 몇 배까지 가격이 형성되고 있습니까?
윤동환 회장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일반적으로는 2배에서 5배 정도가 가장 많은데요.
임영웅 씨 같은 경우에는 정가의 30배인 500만 원 이상의 암표가 올라오기도 했었고요.
작년에 내한 공연을 했던 브루노마스의 경우에는 8자리 연석 그러니까 8자리가 붙어 있는 좌석의 경우에는 1억 8천만 원에 올라오기도 했었습니다.
이건 정가의 90배입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어마어마한 가격인데 이런 암표로 인해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윤동환 회장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공연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저희가 공연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 문화생활을 즐기시는 분들이 대략적으로 한 달에 30만 원 정도의 소비를 하시는 것으로 조사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10만 원짜리 공연을 세 번 볼 수 있다고 한다면 만약에 이분이 10만 원짜리 티켓을 암표로 30만 원에 샀다면 이 사람은 더 이상 문화생활에 지출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 문화생활에는 공연뿐만 아니라 뮤지컬, 연극, 영화 모두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문화 전체적으로 소비가 감소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산업이 축소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문화생활에 대한 어떤 의혹마저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이네요.
그런데 이 암표도 문제지만 이 암표 거래 과정에서 사기 피해도 많다고 합니다.
실제 어떤 사례들이 있었습니까?
윤동환 회장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이거는 제가 작년에 직접 진행한 공연에서 경험을 했었는데요.
우리나라는 소비자보호법이 강해서 예매를 하고 일주일 이내에 취소를 하게 되면 수수료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암표상이 예매를 하고 이 예매 내역을 캡처하고 취소를 한 거죠.
그리고 이 예매 내역서를 구매자들에게 보여주고 우선 입금을 받습니다.
그리고 공연 티켓은 공연 당일 현장에서 전달해 주기로 하고요.
근데 막상 공연 당일이 됐는데 암표상이 연락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이 구매자분들이 공연장에 와서 확인을 해보니 그 자리는 전혀 다른 분이 예매를 한 상태였고 같은 자리로 양도받았다고 하는 분들이 10명이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런 암표 사기가 단순히 10명에게 피해를 준 게 아니라 이분들은 앞으로 공연 자체가 보기 싫어지거든요.
그럼 산업 전체적으로 피해를 보는 거죠.
실제로 저희가 작년에 암표 사기를 당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 36.4%가 '공연 자체가 보기 싫어진다'라고 답을 했고요.
해당 공연기획사가 주최하는 공연에 가기 싫어진다가 20.8%, 그리고 그 가수의 공연이 보기 싫어진다가 12.8%나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어떤 걸 먹고 배탈이 나면 다시는 그 음식이 먹고 싶어지지가 않잖아요.
그렇죠 그런 것처럼 공연을 관람하는 발길이 끊기는 거죠.
서현아 앵커
피해가 개인을 넘어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이 암표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문제이기는 한데 최근 들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가 있을까요?
윤동환 회장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7~8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이 매크로라는 프로그램 때문인데요.
초반에는 이 매크로가 가격도 높고 구하기 어려웠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3년 동안 가격도 낮아지고 구하기가 쉬워졌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거의 없다 보니까 티가 사실 안 났던 거예요.
그런데 작년부터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고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를 하면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을 한 거죠.
또 요즘에는 암표상들이 기업화가 되어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해서 매크로로 예매를 하게 하고 또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온라인 판매팀 그리고 현장에 출동하는 현장팀까지 체계적으로 분업화가 되어서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면 이 매크로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겁니까?
윤동환 회장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실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서 방패가 발전하는 만큼 사실 창도 같이 발전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고요.
최근에는 공연 기획사 주최 측에서 본인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하고는 있는데요.
이것도 구매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서 대신 구매하는 대리 구매라는 게 생겨났고요.
그리고 암표상이 예매한 티켓을 이용자가 적은 새벽 시간대에 취소하고 구매자 아이디로 바로 예매하는 아이디 옮기기라는 편법들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암표상들의 수법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이런 문제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윤동환 회장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일본이나 벨기에의 경우에는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모두 금지하고 있고요.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이런 암표를 올리는 플랫폼까지 금지를 하고 있습니다.
처벌은 타이완 같은 경우는 벌금이 1억이 넘는데요.
대부분의 나라들이 예매자 본인만 입장이 가능하다거나 예매 후에는 취소나 환불이 안 되는 안전장치들이 함께 존재를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암표에 처벌 규정이 있습니까?
윤동환 회장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네, 우리나라는 암표가 경범죄처벌법에 해당이 되는데요.
이 법이 50년 전에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개정이 안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흥행장, 역, 나루터 등 입구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시켜주는 행위만 암표로 규정이 되어 있는데요.
요즘처럼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경우에는 경범죄에도 해당이 안 됩니다.
이게 오는 3월에 공연법이 개정이 되어서 매크로를 이용해서 대량으로 구매를 할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도록 되었는데요.
매크로를 이용했다는 것을 사실 적발하기도 어렵고 그마저도 대량으로 구매를 했을 경우이기 때문에 사실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팬미팅이라든가 스포츠 그리고 최근에는 페이커 씨 경기 같은 게임의 경우에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이 되지 않는 게 큰 문제인 거죠.
서현아 앵커
지금 법과 제도가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이 문화산업계에는 요구하시는 대책이 있습니까?
윤동환 회장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우선은 경범죄처벌법이 개정이 되어서 암표가 범죄라는 것이 성립이 되어야 하고요.
공연법뿐만 아니라 기차표처럼 이 티켓이라는 것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휴지조각이 되는 시간에 민감한 상품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티켓은 지정된 예매처 외에는 거래하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서현아 앵커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암표는 절대 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우리 소비자들이 먼저 기억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회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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