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가정 돕는 '자조모임'…"함께 이겨내요"
[EBS 뉴스]
학교폭력은 피해 청소년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남깁니다.
하지만, 이들을 돕기 위한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피해 가족들이 스스로 모여 서로의 재활을 돕는 공동체가 정서적 안정을 되찾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서진석 기자의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11년 전, 학교폭력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모였습니다.
가해자를 탓하고, 고소와 고발을 이어갔지만, 마음의 상처는 깊어만 갔습니다.
인터뷰: 조정실 회장 /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지난 2013년)
"지금 여기 오신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학교폭력으로 다 세상을 떠난 부모님들입니다. 자식은 떠났지만 부모님들 마음속에서는 떠나보내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피해 부모들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른바 '자조모임'을 시작한 뒤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자신들의 피해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면서 힘든 건 나뿐이 아니라는 연대 의식이 생겼고, 서로의 위로를 기반으로 부모들도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같은 '희망나눔 가족협의회' 프로그램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습니다.
이 모임에 참여한 피해 학생과 부모의 치유 효과를 분석한 결과, 회복 탄력성을 향상시키는 등 치유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로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특히 감정을 제어하는 자기조절능력이나 긍정적 사고가 개선됐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조정실 회장 /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논문을 통해) 현재 학교폭력 대책에 보면은 거기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을 했고요. 그걸 어떻게 보완을 하고, 피해자 보호·지원은 어떤 방법으로 해야 된다는 그런 내용으로 이번에 논문을 쓰게 됐습니다."
이번 연구는 장기적인 피해 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학생의 자아존중감과 학교 적응력을 높인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학교폭력 대책 대부분이 가해 학생 징계와 선도에만 쏠려있고, 피해 학생을 위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
이들의 회복 상황을 꾸준히 추적하고 분석하는 데서, 피해자 중심의 실효적 대책이 출발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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