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위약금 68억? KFA가 책임져라, 무조건 경질!" 급기야 국민청원 등장→들끓는 '사임 여론'
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한 누리꾼이 작성한 '역대급 황금세대로 구성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뻥' 축구, '해줘' 축구, '방관' 축구로 아시아를 놀라게 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자신을 국가대표 서포터즈 '붉은악마' 회원이자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만든 장본인인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강력히 청원한다"고 적었다.
한국은 지난 7일 요르단과 대회 준결승에서 졸전 끝에 0-2로 패했다. 특히 요르단이 슈팅 17회, 이중 유효슈팅을 7회 때리는 동안 한국은 유효슈팅을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64년 만에 대회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한 수 아래로 생각한 요르단에게 경기 내내 밀리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작성자는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공언하고 결과로 평가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냉정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감독 경질을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한참 아래 수준의 국가들과 졸전을 거듭하며 탈락하리라곤 생각 못 했다"며 "일부 언론 기사에서 클린스만 감독 경질 위약금이 68억원이라는데 그를 선임한 대한축구협회(KFA)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도 불안하다. 본선에 진출해도 무색무취 전술과 경기력 때문에 기대가 없다"고 일갈했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클린스만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에서 크게 차이났다. 주장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고 얼굴을 감싸며 자책했다. 패스미스로 선제골 빌미를 제공한 박용우도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자책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김진수는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다른 선수들도 패배에 책임을 느낀 듯 제대로 얼굴을 들지 못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혼자 미소를 지은 것에 대해 "상대 팀을 축하하고 존중하고, 또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했을 때는 축하해주는 건 당연하다"며 "웃으면서 축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면 생각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상대 승리를 축하하고 존중하는 것도 지도자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미소가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대회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에서도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주자 클린스만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16강에서 일본을 피하고 유리한 대진을 위해 조 2위를 하려고 일부러 실점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불길한 예상이 들어맞아 웃었다"고 해명했다.
경고 누적으로 4강 요르단전에 나서지 못했던 김민재도 이날 개인 SNS를 통해 미안함을 표했다. 그는 "긴 대회 기간 고생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어 황희찬도 이날 SNS에 "제일 중요한 순간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 많은 응원에 감사하다"라고 글을 남겼다.
대회 내내 몸이 부숴 저라 뛰었던 선수들만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은 빡빡한 리그 일정을 소화한 뒤 대회 직전 대표팀에 합류해 6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었다. 부상 여파로 조별리그 3차전부터 경기에 나선 황희찬도 고군분투했다. 경고 누적으로 4강전에 뛰지 못한 김민재도 대회 내내 수비를 책임졌다.
현재보다 과거에 이룬 성과를 강조하며 문제 본질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 경기 전까지 13경기 무패를 기록했다. 좋은 점도 많았다. 긍정적인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4강 진출은 성공했다. 실패라고 말하기 어렵다. 선수들도 칭찬하고 싶다"라고 말해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경질 여론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런 예기가 나오는 정확한 이유는 잘 알지 못하겠다. 부임 후 1년 동안 성장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2026 북중미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며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과 8강 호주전 승리 당시에는 많은 분이 열광했다. 긍정적인 얘기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탈락 후에는 부정적인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공항 현장에서 일부 팬이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이게 축구냐', '집에 가'라고 소리쳤다. 인터뷰 중 대표팀을 향해 엿을 투척하기도 했다.
ESPN 인도는 8일 "클린스만 감독이 사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수 있을까"라며 현재 한국 축구가 겪는 답답한 상황을 전했다. 매체는 "한국에는 유럽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스타들이 있다. 국가대표팀 코치진이 클럽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손흥민, 이강인 같은 선수들은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실력을 갖췄다. 이것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를 파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축구시대에서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체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또 손흥민이 몇 차례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클린스만 감독이 이를 가까이서 관찰했다고 해도 대표팀에서 세계적인 실력을 가진 선수를 제의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외유를 꼬집었다.
팬들은 카타르에 패해 4강 탈락한 이란의 아미르 갈리노에이 이란 감독과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를 비교했다. '스포츠스타'에 따르면 갈리노에이 감독은 "이란 국민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그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 결승에 진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많은 기회를 놓쳤다. 후반에만 8개의 코너킥을 얻었다. 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축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 이란축구협회도, 선수들도 아닌 바로 나다. 이 패배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 내 인생에서 최악의 날 중 하나였다"고 거듭 고개 숙였다.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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