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이창학 매니저, “LG에서 일한다는 건…”

손동환 2024. 2. 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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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4년 1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2023년 12월 21일 오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프로농구팀의 일원이 되는 건 누군가에게 꿈이다.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창학 매니저 역시 마찬가지다. 꿈으로 생각해온 ‘창원 LG’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도 이창학 매니저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주어진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찾아온 이야기
KBL 구단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저 대부분이 선수 출신이다. 일부는 ‘프로 선수 출신’이라는 경력도 갖고 있다. 이창학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비록 프로 선수로서 이력을 쌓지 못했지만, 대학교 때까지 선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지금은 프로농구단의 매니저로 취업했다. 그의 소속 팀은 ‘창원 LG’다.

선수 시절을 한 번 돌아봐주세요.
창원 LG 유소년 농구 클럽에서 농구를 처음 접했고, 중학교 1학년 때 김해에 있는 임호중학교에서 엘리트 농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싶어서, 중학교 3학년 때 명지중학교로 전학 갔습니다. 명지고에서 3년을 보냈고, 그 후에는 중앙대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선수 이창학’은 어땠나요?
운동 신경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렇지만 스테판 커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너무 좋아했어요(웃음). 그런 이유로, 슛 연습만 했습니다. 또, 슛 밖에 없는 선수였어요. 물론, 슛도 탁월하지는 않았지만(웃음), 슛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때 농구를 그만뒀습니다.
농구를 그만둔 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농구만 해왔던 터라,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마냥 놀기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노는 건 아니다 싶어서, 2학년 마치고 군에 갔습니다. 군대에서도 여러 진로를 생각하다가, ‘체육 선생님’ 혹은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창원 LG 프로농구단의 매니저로 취업하셨어요.
진로를 고민하는 와중에, 저를 가르쳐주셨던 유소년 강사님으로부터 “LG 농구단 매니저 한 번 해볼래?”라고 제안 받았습니다. 할 줄 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 모두 ‘농구’ 밖에 없었고, 창원 LG를 너무 좋아해서, “하겠습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만,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에 제안을 받은 거라, 취업계를 내고 매니저를 시작했어요.

나만의 무기
프로에 입성하지 못한 농구 꿈나무들은 제2의 인생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농구와 관련된 일이 한정됐기에, 직업 탐색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적합한 직업을 찾는다고 해도, 농구공을 만지는 게 아니다. 코트에 서있다고 해도, 코칭스태프-선수들과는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수 시절과는 다른 의식을 지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 매니저들이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창학 매니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이창학 매니저는 자신만의 무기를 갖고 있었다. ‘친화력’ 그리고 ‘적응력’이었다.

프로 시스템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충이 더 많았을 것 같아요.
감독님과 코치님, 선수들의 사소한 것들을 챙겨야 합니다. 신경 쓸 게 많고, 놓친 것도 많았습니다. 까먹은 것도 많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저를 이해해줬습니다. 오히려 힘들어하는 저를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그래서 어려운 건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적응’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장점 중 하나가 ‘친화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형들과 동생들은 물론,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도 먼저 다가가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고요. 그런 이유로, 다들 저한테 친근하게 다가오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매니저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구체적인 임무도 궁금합니다.
훈련하는 날에는 보통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합니다. 경기에 필요한 공과 난방 상태 등 훈련 환경을 준비합니다. 선수들이 슈팅하는 볼을 잡아주기도 하고, 선수들이 원할 때에는 수비도 합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경기 일정에 필요한 세부적인 것들을 확인하고, 팀에 필요한 사무도 합니다.
경기 당일은 조금 다를 거 같습니다.
홈 경기 때는 메인 코트에서 선수들의 운동을 도와줍니다. 그리고 양 팀의 사용 물품을 확인하죠. 경기 직전에는 선수 명단을 제출하고, 상대 스타팅 라인업을 감독님께 알려드립니다. 경기 중에는 기록지를 체크하고, 경기 후에는 최종 기록지를 감독님한테 전달해요.
다만, 주말 경기와 원정 경기는 평일 경기 그리고 홈 경기와 약간 다릅니다. 타임 테이블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선수들의 식사 시간과 출발 시간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합니다. 크게 할 건 없지만(웃음), 주어진 일을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들의 리듬이 꼬일 수 있거든요.

절친과의 재회
이창학 매니저는 사실 여러 기사에서 언급된 바 있다. 이창학 매니저의 중앙대 동기인 양홍석이 2023~2024시즌부터 LG의 선수가 됐기 때문. 그런 이유로, 양홍석도 이창학 매니저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코트 밖에서는 친구지만, 코트 안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창학 매니저가 양홍석을 지원해야 하고, 양홍석은 ‘매니저 이창학’을 공적으로 대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조직을 위해서라면, 공사 구분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창학 매니저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양홍석과 중앙대에서 함께 한 바 있고, 양홍석을 LG에서 재회했습니다.
저보다 1살 많은 형이었지만, 너무 잘 맞는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중앙대 시절에는 연습도 같이 하고, 휴가를 같이 보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양)홍석이형과 저의 진로가 갈렸습니다. 홍석이형은 프로에 진출했고, 저는 농구를 그만 뒀거든요. 그렇지만 휴가를 맞춰서 같이 놀고, 여행도 같이 갔습니다. 둘도 없는 친구 같았죠.
그러다가 제가 LG 매니저로 취업했을 때, 홍석이형이 너무 좋아해줬어요. 그리고 홍석이형이 FA를 맞았을 때, 저는 “형이랑 같이 하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 왔더라고요.(웃음) 너무 신기했습니다. 휴가 때나 만날 수 있던 형인데, 이제는 일상을 같이 하게 됐거든요. 그렇지만 지원스태프와 선수로 만났기 때문에, 공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지원 업무에 있어서는 더 그럴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업무 중에는 홍석이형을 친한 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 팀 선수 중 한 명일 뿐이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원을 함에 있어서, 선수 간에 차등을 두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양홍석 선수가 이창학 매니저를 많이 의지할 것 같아요. 이창학 매니저도 힘이 될 것 같고요.
업무 중이나 코트 안에서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서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서로한테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생겼다는 건, 분명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LG에서 일한다는 건…”
위에서 계속 언급했듯, 매니저는 선수단을 지원해야 한다. 또, 사무국과 선수단의 교량 역할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니저는 ‘헌신’과 ‘관찰’, ‘신중함’ 등 여러 덕목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매니저는 신체적인 에너지와 심리적인 에너지 모두 쏟아야 한다. 피로도가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매니저가 여러 곳에 에너지를 쏟는 이유는 하나다. 팀이다. 이창학 매니저도 마찬가지였다. ‘소속감’이라는 단어로, LG를 향한 애정을 요약했다.

LG 선수단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LG 유소년 클럽에서 농구를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LG의 열렬한 팬이시고요. 그렇기 때문에, LG에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꿈 같습니다. 소속감도 더 커졌고요.
또, 제가 업무적인 면에서 LG 선수들 밖에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팀과 비교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그렇지만 하나 말씀 드릴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저희 팀은 개막 3경기를 모두 졌을 때도 끈끈함을 보여줬다는 거예요. 그런 게 저희 팀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니저한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모두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저는 뒷받침을 잘 해야 합니다. 배려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쉬운 직업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저 일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LG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서, LG에서 하는 모든 일이 즐겁거든요.
매니저로서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큰 목표를 품은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농구계에 오랫동안 있고 싶어요. 특히, LG와 오랜 시간 같이 있고 싶어요. 그래서 LG 프로농구단의 직원을 꿈꾸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 락(본문 첫 번째 사진)
사진 = 손동환,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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