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영웅’ 가고 ‘도살자’ 왔다…새 우크라 총사령관 누구?

김가연 기자 2024. 2. 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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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58) 중장.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 총사령관이었던 ‘국민영웅’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이 경질된 후, 그 빈자리를 올렉산드르 시르스키(58)가 맡게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시르스키 중장을 군 총사령관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년 동안 국가를 지켜온 잘루즈니 장군에게 감사드린다”며 “오늘부터 새로운 지휘부가 우크라이나군 지휘를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르스키 중장을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사령관’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시르스키 중장은 키이우를 성공적으로 방어했으며, 하르키우 반격 작전에서도 활약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11월 3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하르키우 지역 쿠피안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 육군 지휘소를 방문해 시르스키로 부터 작전 설명을 듣고있다./우크라이나 대통령실/AFP 연합뉴스

시르스키 중장은 1965년 옛 소련의 블라디미르 지역에서 태어났다. 그는 모스크바 고등군사령부학교를 졸업한 후, 소련 포병대(Soviet Artillery Corps)에서 복무했다.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1991년부터는 우크라이나 군에 몸담으며 지휘관의 자리까지 올랐다. 2007년부터 참모부에서 여러 요직을 지낸 후, 2019년에는 지상군 사령관으로 부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처럼 ‘베테랑 지휘관’인 시르스키 중장은 수도 키이우 방어를 전담해왔다.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이 시작됐을 당시, 수도 키이우를 성공적으로 지켜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 최고 영예인 영웅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전장을 누비며 치열한 전투를 펼쳐 병사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고 있다.

AP통신은 “시르스키를 총사령관으로 선택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군에서 인기 있는 전임자인 발루즈니 장군의 자리를 채울 만큼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그가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이 2022년 10월 우크라이나의 한 비공개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회의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하지만 시르스키 중장이 긍정적인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군 못지않게 우크라이나 군의 피해가 컸던 동부 바흐무트의 전투를 그가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르스키 중장에게는 ‘도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바흐무트 시가전에서 ‘유리한 소모 비율’을 보였다고 주장했으나, 일반 병사들은 중장의 전략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치열한 전투를 펼치며 수천 명의 병사들을 잃었으나 결국 러시아에 바흐무트를 내줬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시르스키가 총사령관을 맡게 됐다고 짚었다. 이어 우크라이나 군축연구센터의 전문가 미하일로 사무스를 인용해 “시르스키 임명은 우크라이나가 지상전에 초점을 맞춘다는 신호”라며 “우크라이나는 인명·장비 손실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리한 조건으로 휴전 협상을 강요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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