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독립서점: 오산 하프앤보울 [공간의 재발견]
오산시 외삼미동에 위치한 ‘하프앤보울’은 책과 커피, 꽃이 공존하는 북카페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을만한 그림책 위주로 서가를 꾸몄고 판매하는 책 외에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손님이 편히 읽을 수 있는 책도 구비해두고 있다.
◆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어른
2021년 3월 경기 오산시 외삼미동에 문을 연 하프앤보울에는 그림책 서가가 별도로 있다. 주인장 박지애씨는 아이가 태어난 2017년부터 그림책을 접하게 됐고, 그쯤 봤던 그림책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그중 올리버 제퍼스의 ‘마음이 아플까봐’는 박씨에게 큰 영향을 줬다.
“한 소녀가 세상의 전부였던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상처받은 마음이 아플까 봐 두려워 마음을 꺼내 유리병에 담아두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닫힌 마음의 문을 세상을 향해 열 수 있는지 어른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책에 대한 애정은 하프앤보울의 위치를 오산으로 정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오픈 전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림책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 서점을 찾아보면 수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산에 북카페나 독립서점이 드물어요. 책도 팔고 커피도 파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복잡한 도심보다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여유 있는 동네가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프앤보울엔 그림책 서가가 별도로 있다. 그림책은 책장에 꽂혀 있는 것보다 표지가 주는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이 들어 전면 책장에 배치하고 있다. 또 그림책이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타파하고자 어른들이 읽고 생각할 만한 책을 엄선해 큐레이션하고 있다.
“어른이 된 후 삶의 목적과 가치관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본연의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은 결국 ‘나’에 대한 물음인 것이죠. 그림책뿐만 아니라 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문학, 역사, 신앙 서적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책을 고릅니다.”
한편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고를 때도 지식보다는 감정과 마음을 우선에 두고 있다. 마음껏 상상하고 그 안에서 어린이들 스스로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책을 선별한다.
◆ 우리의 그림책, ‘더미북’ 만들기
‘하프앤보울’은 2021년 10월부터 1년간 매월 주제를 정해 일주일에 한 번씩 어른을 위한 그림책 정기 모임을 진행했다. ‘우리의 그림책’이라는 이름의 모임은 참여자들이 주제에 맞는 책을 가지고 와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모임이었다.
박씨는 1년간 진행한 모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나의 첫 그림책 만들기’를 꼽았다. 그림책을 실제로 출판하기 전 상태인 ‘더미북’(가제본)을 6주간 완성하는 수업이었다.
“모임 시작 전 자신이 구상한 이야기 씨앗을 토대로 스토리보드, 스케치 작업, 글 수정 및 보완, 세 가지 장면 채색을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나중에 각자 만든 이야기를 인쇄해 참여자들에게 나눠주고 서점에도 진열했습니다.”
더미북을 만드는 과정은 고됐지만 박씨는 “다시 언제 하냐고 문의도 많이 들어올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언젠가 다시 기획해 진행하고 싶은 행사”라고 소개했다.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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