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는 말야” “요즘 MZ는”···이젠 갈라치기 그만 하시죠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할 말은 한다”
“조직보다 개인을 중시한다”
“까다롭다”
“취향과 주관이 분명하다”···
이른바 ‘MZ세대’에 대해 널리 알려진 이미지입니다. 요즘 언론부터 광고까지 온 미디어가 ‘MZ세대’를 이야기하고 있죠. 54개 언론사의 기사 검색을 제공하는 뉴스 빅데이터 사이트 ‘빅카인즈’를 보면, 지난해 ‘MZ세대’를 언급한 기사는 무려 2만4217건이 나왔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요. 주요 재판들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이 언급된 기사(2만1858건)보다 많습니다. 지난해 그렇게 시끄러웠던 ‘잼버리’ 기사도 1만6750건으로 한참 못 미치죠. 이런 열띤 반응이라니! 신인류라도 발견된 것 같습니다.
‘MZ세대’를 향한 평가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통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자기 개성이 뚜렷하다(긍정적 평가)’와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다(부정적 평가)’는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MZ세대’에 대한 평들을 대강 종합하면 ‘까다롭고 개인적이며, 할 말은 하는 세대’ 정도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MZ세대’라고 불리는 당사자 청년들은 ‘MZ세대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최근 학술정보사이트 ‘DB피아’에서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한국언론학보에 게재된 ‘정말 MZ세대 직원은 까다로운 개인주의자일까?’라는 연구입니다. 호규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과 심승범 석사, 조재희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가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 기사 목차
① ‘MZ’ 22명 모아놓고 물어봤더니···
② ‘MZ 이미지’는 미디어의 작품?
③ 서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부록] 더 알아보려면
① ‘MZ’ 22명 모아놓고 물어봤더니···
연구팀은 여러 미디어와 선행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미디어가 ‘MZ세대 조직 구성원’을 ‘까다로운 개인주의자’로 묘사한다고 봤습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의견을 ‘MZ세대’ 당사자들에게 직접 묻기로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해 본 ‘MZ세대’ 22명이 참여자로 선정됐습니다. 참여자의 연령대는 24세부터 34세까지 다양했습니다.
연구팀은 먼저 ‘MZ세대’에 대해 다룬 미디어(책·기사·보고서·영상)에서 “MZ세대(나)는 ○○○하다” 같은 문장 39개를 뽑았습니다. 그 뒤 참여자들이 ‘각각의 문장들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이 참여자들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MZ세대 개념에 대한 태도’ ‘직업에 대한 태도’ ‘조직(직장)에 대한 태도’ 등에서 유의미한 구별점이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참여자들을 그룹으로 분류해봤습니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MZ세대 이미지’가 맞다면 참여자들은 비슷비슷한 응답을 보였겠죠? 하지만 분류 결과 참여자들은 총 6개의 서로 다른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그룹 1: MZ세대 개념 거부, 낮은 직업가치, 조직 도구형(3명)
그룹 2: MZ세대 개념 반감, 직업가치 중시, 조직 공생형(4명)
그룹 3: MZ세대 저관여, 직업전문성 추구, 조직 내 소통 중시형(3명)
그룹 4: MZ세대 개념 반감, 낮은 직업가치, 조직 실리형(4명)
그룹 5: MZ세대 저관여, 직업 무관심, 조직 순종형(1명)
그룹 6: MZ세대 저관여, 낮은 직업가치, 조직 무소속형(2명)
그룹 제외: 그룹으로 나눌 만큼 응답이 뚜렷하지 않음(5명)
6개의 그룹마다 직업과 조직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예를 들면 그룹 1은 “조직은 개인의 발전가능성을 보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조직에 충성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직업은 삶의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그룹 2는 “직업은 내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조직에 충성하는 것은 이득이 있다”고 봅니다. 그룹 5처럼 “직업은 조직을 위한 도구이며, 조직이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조직에 대한 태도’가 얼핏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연구팀은 다른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연구팀은 “MZ세대 조직원이 사회·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외환위기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이들은 고용·주거·결혼 등 많은 분야에서 불확실하다고 느낀다”고 했습니다.
② ‘MZ 이미지’는 미디어의 작품?
상대적으로 뚜렷한 공통점도 보입니다. 참여자들은 ‘미디어에 나오는 MZ세대의 이미지’를 싫어하거나(거부·반감), 아예 관심조차 없다(무관여)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에게 “미디어에서 MZ세대는 어떻게 묘사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미디어가 ‘MZ세대’를 “개인주의가 강하고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 “참을성이 없는 사람” “자기 의견을 눈치보지 않고 얘기하는 사람”으로 그린다고 봤습니다.
참여자 대부분은 이런 묘사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데 일반화하는 것 같아요.”
- 25세 프로그래머 A씨
“주변 친구들만 봐도 미디어에 노출된 것과 다른 경우도 있는데, 이런 묘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고 생각해요.”
- 31세 사무원 B씨
“모두가 그런 건 아닌데 갈라치기하는 것 같습니다. 굳이 세대를 그렇게 나눌 필요가 없는데···”
- 26세 고객상담원 C씨
더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연구자료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③ 서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연구팀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MZ세대의 이미지’를 그대로 믿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직장 등 조직에서 이런 이미지만 믿고 젊은 구성원들을 대했다간 곤란하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MZ세대 조직원은 조직몰입이 낮아 조직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들로 그려졌지만, 분석 결과 조직에 대한 주관성은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조직은 MZ세대 조직원을 관리할 때 꼭 세대에 따른 특징에 집중하기보다는 조직의 상황과 개개인의 성향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연구팀은 ‘MZ세대’라는 정의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습니다. ‘M세대(1980~1994년생)’와 ‘Z세대(1995~2010년생)’를 한 세대로 묶는 게 맞느냐는 겁니다. ‘MZ세대’라는 단어는 거의 한국에서만 쓴다고 하네요. 연구팀은 이렇게 말합니다.
“상호이해의 과정에서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개념이 근거가 된다면 이는 조직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조직원 간 갈등이 형성되는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직 내 ‘MZ세대’ 개념에 대한 무분별한 남용은 비판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 <정말 MZ세대 직원은 까다로운 개인일까?> 中
시민 대다수도 ‘MZ세대’라는 개념이 불분명하다고 봅니다. 2022년 4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MZ세대를 통해 바라본 한국 사회의 세대 구분’을 보면, 전국 18세 이상 성인 중 60%는 ‘M세대와 Z세대를 하나로 묶어서 지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습니다. 68%는 ‘M세대와 Z세대는 비슷한 경험·가치관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했죠.
한국리서치는 “‘MZ세대’는 사회를 주도하는 기성세대의 상대 개념으로만 존재할 뿐, 해당 세대 구성원의 특성을 보여주기에 다소 부족한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연구는 직장생활 등 조직문화의 관점에서 ‘MZ세대 담론’을 바라본 연구였는데요. 연구의 결론은 직장생활을 넘어 우리 일상 전반에도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세대’라는 말에 갇혀 서로를 오해하는 일이 많으니까요.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도 말이에요.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들이 모이는 설 명절입니다. 이번 연휴에는 ‘MZ세대 조카’ ‘기성세대 삼촌’ 같은 틀로 서로를 재단하기보다는, 고유하고도 특별한 개인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면 어떨까요? 서로에게서 새로운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다면 새해 복이 어디 멀리 있을까요. 따뜻한 명절 연휴 보내시고, 다른 기사로 또 뵙겠습니다.
▼ 더 알아보려면
미디어만큼이나 ‘MZ세대’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인데요. 지난해에는 유독 정치인들의 입에서 ‘MZ 노동자’ ‘청년 노동자’라는 말이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MZ세대’란 굉장히 특수한 청년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정치인들은 좋은 학력에 안전된 고소득 직장을 가진 청년들만 ‘MZ세대’라고 불러줬습니다. 이에 포함되지 않는 청년 노동자들이 더 많을 텐데도요.
이처럼 ‘MZ세대’라는 개념이 어떤 의도에 따라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갈라치려는 목적이라면 더 조심해야 하겠죠. 정치권의 ‘선택적 MZ 호명’을 다룬 기사와 칼럼을 붙입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6021438001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_id=20230303112816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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