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운전 사고 내고 개만 안고 있던 ‘벤츠녀’...위험운전치사인가, 살인인가 [저격]

교통사고를 낸 뒤 강아지를 안고 있는 유명 DJ [자료=온라인 캡처]

[저격-13]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만취한 채 운전하다 오토바이를 추돌해 사망사고를 낸 20대 여성이 지난 5일 구속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앞서 A씨는 이날 오후 2시40분쯤 검은 패딩을 입고 하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차림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구호 조치 하지 않았다는데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피해자를 들이받은 것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A씨는 경찰의 신청대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 혐의를 적용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 여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경찰, ‘구호 조치 논란’ 혐의에 적용 안해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20대 벤츠 음주운전자 [자료=연합뉴스]

A씨는 지난 3일 오전 4시4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앞서 달리던 오토바이를 뒤에서 들이받은 혐의를 받습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인 배달 기사 5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간이 약물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은 나오지 않았으며 현장에 동승자는 없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씨를 현장에서 현행범 체포한 후 당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사고 당일 현장을 목격했다는 행인이 A씨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반려견을 끌어안고 있었다는 목격담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목격자는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강아지를 안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도 불응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며 “강아지를 건네 달라는 경찰관의 요청에도 심한 욕설과 몸부림을 치며 저항하다 결국 수갑까지 차고 연행됐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고 후 구호 미조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며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향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위험운전 치사 혐의 vs 살인 혐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유명 DJ 벤츠차량 [자료=온라인 캡처]

경찰은 A씨가 사고 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A씨의 사고 후 구호 미조치에 대한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수사가 확대될 전망입니다.

‘사고후미조치죄’는 교통사고를 발생시키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는 조항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검찰 기소 단계에서 ‘살인죄’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4년 서울고등법원 판례에서 검찰이 감금치사 또는 살인으로 기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고인이 승용차 조수석에 피해자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피해자가 내려달라고 요구하자 감속하여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문을 열고 도로로 뛰어내렸음에도 피고인이 그대로 운전해 도로 상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피해자에게 후행 차량이 덮쳐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피고인에게는 최종적으로 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 및 유기치사죄가 적용됐습니다. 재판부는 살인죄까지 인정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김승환 법률사무소GB 대표변호사는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죄가 인정될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판례를 고려해봤을 땐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기 쉽지 않아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고의가 입증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빈소도 못 차린 무명 피해자, 유명 DJ 피의자의 명암

벤츠차량으로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유명 DJ [자료=온라인 캡처]

피의자가 유명 DJ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A씨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DJ로 유명세를 떨쳤으며 코로나 이후 한국에서 활동했습니다.

반면,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아직까지 유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빈소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튜버 카라큘라는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사망한 50대 (오토바이) 운전자는 홀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카라큘라가 제보자로부터 받아 공개한 사진을 보면 도로 위에는 피해자의 혈흔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가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이 길가에서 강아지를 안은 채 쪼그려 앉아 사고 현장을 지켜보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장례식장 관계자도 경찰과 유족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해 고인의 이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 현장에만 피해자의 헬멧과 함께 조화와 술 등이 놓여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