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 '살인자ㅇ난감' 연휴 스타트와 동시 공개, 원작 땡기는 묘한 맛

김경희 2024. 2.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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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난감하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그래서 검색을 하다 보니 동명의 웹툰 원작 작가의 제목 해설을 찾아보게 되고 원작 팬들이 이 작품의 어떤 점에 열광했는지, 왜 대단한 웹툰인지의 정보도 알게 된다. 이렇게 알게 된 정보들은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을 보는데 독이 되었을까? 득이 되었을까?

iMBC 연예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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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다. 꼬마비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며 이 웹툰은 연재 당시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들만 골라 살인을 저지르는 이탕의 이야기로 ‘죄와 벌’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신인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 독자만화대상 심사위원상을 휩쓸었다.

'레전드'라는 평을 받았던 웹툰인 데다 '타인은 지옥이다' '사라진 밤' 등으로 감각적인 장르물 연출을 선보인 이창희 감독이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과 이 작품을 만든다고 하니 당연히 관심은 집중되었다.

언론에게 선공개된 1~4회 분량을 보고 나니 대중의 이런 높은 관심을 '살인자ㅇ난감'이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원작이 너무 유명하고 호평받은 작품일수록 다른 미디어로 제작될 때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데 이 작품은 그런 불리함을 처음부터 안고 시작했다. 예술 같은 그림체로 만들어진 웹툰이 아니기에 오히려 독자의 상상력을 무한으로 키울 수 있었던 만화적 허용을 실사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원작의 치밀한 심리묘사를 어떻게 연기하고 연출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런 기대감을 일단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의 비주얼로 채웠다. 반가운 얼굴이고 팬덤이 있는 배우들이니 이들의 등장부터 눈호강한다는 기분은 든다. 세월이 지나도 예전 그대로 키 큰 댕댕이 같은 최우식과 수염을 기른 '구 씨' 같은 손석구는 초반의 낯선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끌고 간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배우의 연기를 보며 반가움 이상의 기대감을 채우기에는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희준의 경우 스타일의 변화를 줘서 등장부터 압도감은 있다. 그리고 이 세 배우 말고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조연급 배우들의 캐릭터와 연기가 너무 좋다. 신선한 얼굴고 있고 익숙한 얼굴이 파격적인 변신을 하고 나와 낯선 충격도 안겨준다. 정이서와 김요한의 연기는 너무나 반짝일 정도. (원작이 너무 탄탄하니까) 원작을 봤던 시청자라면 각 에피소드의 연기를 누가 할지 기대하는 재미가 있을 것.

iMBC 연예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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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전개는 묘하게 느리다. 흔히 말하는 '고구마' 같은 답답함은 전혀 없다. 다음 회차에서는 어떤 이 그런데 정상 배속으로 보기엔 살짝 지루하고 1.25배속으로 봐야 정상속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묘한 느림의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보니 지나친 연출의 멋 부림 때문이었다. 감독이 강조하고 싶은 장면은 어김없이 카메라를 비틀어 찍고 슬로우가 걸리고 같은 동작의 다른 장면과 교차된다. 예를 들면 망치를 들어 상대방을 내리치는 장면의 클라이맥스 컷에 벽에 못을 박기 위해 망치를 내리치는 컷을 이어 붙이거나 망치를 서랍에서 꺼내려고 서랍을 여는 컷과 풍선껌이 든 껌 상자를 여는 컷을 붙이는 식이다. 처음에는 이런 연출이 신선했으나 반복되니 지루하다. '이거 봐라. 신경 좀 썼다'를 너무 강조하니 오히려 그 장면은 스킵 버튼이 되고 만다.

또한 감독이 신경을 쓴 장면은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느껴졌던 본인의 시그니처 같은 연출을 그대로 가져와 마치 지문 같다는 느낌도 든다. 장르물 마니아거나 이창희 감독의 팬이라면 이런 장면의 연출이 반가울 수 있지만 평소 장르물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편함을 안겨줄 수 도 있다.

쓰다 보니 '살인자ㅇ난감'는 아쉬운 점만 가득한 시리즈 같은데 사전의 기대가 너무 커서 이렇게 표현됐을 뿐이지 너무 재미없거나 실망스러운 작품은 절대 아니다. 1~3회까지는 다소 지루한데 희한하게 4회 차부터는 연출자가 바뀐 듯 드라마틱하게 전체적인 톤에서 변화가 있다. 좀 더 스피디해지고, 주인공들도 그때부터는 뭘 알고 움직이기에 답답함도 사라진다. 대신 더 많은 궁금증이 생겨난다. 다음회차가 너무 궁금하고 도대체 이 인물들은 왜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건지,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풀리는 건지, 이들의 행동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들게 된다. 나쁜 짓을 했지만 과연 그들이 죽어 마땅한가에 대한 생각이 고개를 쳐들며 '역시 이래서 이 웹툰 원작이 대단한 거였어!'라는 결말에 이르게 된다.

이제부터는 K-드라마가 아닌 K-웹툰의 신화가 시작되려나.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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