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이다 민생 소통'에 정부도 '신속 조치'

김학재 2024. 2. 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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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열 차례 민생토론회 실시
'행동하는 따뜻한 정부' 취지 살렸다 평가
尹, 민생토론회서 특유 화법으로 소통 뒤 대안 제시
나이 속이고 술 마신 청소년에 "사기죄로 입건"
의료분쟁엔 "검경, 의사들을 막 불러젖히고 압박"
감세 관련 "좀 있다고 세금 안 뜯어..그게 서민 죽여"
尹, 정책 방향 제시..각 부처, 신속 대응 나서

윤석열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 8일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을 찾아 환영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든 상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사이다' 발언이 민생 토론회를 통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나이를 속이고 술 마신 뒤 술갑도 내지 않은 채 자진신고한 청소년들을 겨냥, "사기죄로 입건해야 한다"고 말하며 억울한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에 반응한 윤 대통령은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 대한 행정처분 면제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 후 3시간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경우라도 판매자가 신분증을 확인한 것이 입증되면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게 행정처분 또는 고발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공문을 지방자치단체로 발송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전날 소상공인 민생토론회에서 미성년자가 고의로 술을 마시고 자진신고해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자영업자의 사연을 들은 윤 대통령은 "술 먹고 담배 산 청소년이 자진신고하는 경우는 처벌하면 안 된다"며 "누구 좋으라고 이걸 하나"라면서 기계적인 행정처분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술 먹은 사람이 돈 안 내고 신고한 건 돈 낼 생각 없이 먹었으니까 사기죄로 입건해야 한다"며 나이를 속이고 술을 마신 뒤 자진신고로 술값을 안 내는 청소년들을 처벌해야 함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온라인 상에선 "시원한 말" "미성년자라고 봐주면 더 큰 범죄자 된다" "이건 진짜 잘하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닌, 민생토론회에서 접수한 의견들을 정책에 반영시키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 지시 3시간 만에 이뤄진 공문 발송 외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식약처는 민생토론회 종료 즉시 '적극행정위원회'를 통한 행정처분 면제조치를 우선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중기부·식약처·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법령 개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김수경 대변인은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따뜻한 정부', '행동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동작구 한 식당에서 동작구 소속 가로청소 환경공무관들과 조찬을 함께하며 설 선물과 시계를 직접 선물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올해 '활력 있는 민생경제'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은 주택·반도체·금융·교통·디지털·의료개혁·늘봄학교·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소통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필요한 정책 방향과 시정할 부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가감없이 밝혔다.

지난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선 의료분쟁 수사와 관련, "전문가를 상대로 특히 필수의료 전문가를 상대로 하는 이런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중재절차 없이 검찰에서 또 경찰에서 직접 의사들을 막 불러젖히고 압박한다"고 지적, 법무부 담당 국장에게 의료사고 고소고발 조사에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검사 시절 의료분쟁 송사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했던 자신의 경험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진에 대한 무리한 조사가 결국에는 소아과 기피 등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 연장 방침을 밝히며 "대기업 퍼주기라는 얘기가 있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라면서 "결국 큰 기업만 도와주고 어려운 사람은 힘들게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이건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고 강조, 야당의 주장을 강하게 일축했다.

같은 달 17일 열린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민생토론회에선 "우리는 여전히 재산이 많은 사람에 대해 많이 좀 과세를 해서 나눠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단편적인 이런 생각들을 조금 더 성숙하게 봐야 한다"고 말해, 예민한 감세 문제를 정면으로 꺼내들었다.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에서도 "우리는 '고가의 차량에 중과세 해야지, 있는 사람들한테 더 세금을 뜯어내야지' 하는데 그게 중산층과 서민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희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은 내 집 또, 내 재산권을 어떻게 할지는 내가 선택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방향을 분명하게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감세 정책에 세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감세가 아닌 세제개편"이라며 기존에 적게 걷히는 세금들을 파악해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반박, 정책적 대안이 준비됐음을 강조했다.

세수 자체가 상대적으로 많이 줄지 않는 분야를 대상으로 한 '핀셋 감세'로 이같은 감세 기조는 총선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검찰총장 때 국민들에게 강하게 다가왔던 윤 대통령의 화법이 민생토론회에서도 점점 부활하는 모습"이라면서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부분을 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고 정책의 변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점점 호응도도 높아질 듯 하다"고 평가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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