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대 상품, 마스크 낀 모델도 등장… 명절선물세트 사진으로 본 시대상 [사진잇슈]
매년 설이 다가오면 신문 경제면에는 설 선물세트 사진이 실린다. 시민들이 마트나 백화점에서 선물세트를 둘러보고 있는 사진이나, 업체 측에서 주최한 포토이벤트에서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선물세트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은 연도를 불문하고 구도부터 구성까지 서로 닮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판촉 사진들 안에서도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IMF부터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김영란법 제정, 코로나19 유행 등 당대에 굵직했던 현대사의 사건을 보여주는 역대 설 선물세트를 한국일보 자료사진으로 모아봤다.
경제위기 땐 '실속형 선물세트'가 대세
1997년 IMF의 자금지원체제가 시작되자 백화점과 마트에서는 소비자의 부담을 더는 저가형 선물 세트를 기획했다. 1998년 1월 19일 한국일보가 취재한 사진을 살펴보면 IMF 이후 '합리적인 선물세트'에 대한 수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의 배경은 현재는 현대백화점에 매각되면서 사라진 그랜드백화점 강남점으로 매대에는 'IMF형 설날선물세트 코너'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더 자세히 사진을 확대해 보니 선물세트는 햄, 참치, 들기름 등 서민들의 삶에 필수적인 식자재로 구성돼 있다.
이후 한국의 경제가 성장하며 신문에도 고가형 선물세트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2008년 설에 취재된 선물세트 사진(아래)을 보면 전복, 와인, 갈비로 구성된 고가형 선물세트가 판매됐다. 같은 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취재한 한국일보 자료사진 속 명가와인 컬렉션 세트는 15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형 명절 선물 세트였다.
그러나 바로 그 해 9월경 글로벌 금융위기 터지면서 또다시 저가형 선물세트가 판매된다. 사진 속 모델들은 만원권 피켓으로 만들어서 가격을 강조했다. 리만 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처음 맞이하는 설 명절에 판매하는 사진을 확대해보니 당시 선물세트는 사과 9개에 9800원, 참치 11개에 9900원로 구성돼 있었다.
김영란법으로 등장한 금액제한형 선물세트
2017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법에 저촉되지 않는 가격 제한 상품이 출시됐다. 2017년 1월 본보가 취재한 사진에는 5만원 이하로 구성된 선물세트가 다양한 품목으로 준비돼 있었다. 한라봉과 애플망고 세트, 호주산 소고기 1kg, 참기름과 들기름 세트, 고등어 세 손 등 소량의 상품들로 구성된 5만원 이하선물세트들이 판매됐다.
이후 김영란법의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에서 15만원, 명절 연휴에 한해 또다시 20만원까지 일시상향되자 이에 발맞춰 유통업계는 금액에 맞는 상품을 내놓았다. 2021년 취재한 자료사진을 살펴보면 마트 관계자가 10만원대 9만 7천원 굴비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당시 본보 기사를 참고하면 김영란법의 여파로 국내 대부분 백화점들이 모두 매출 감소를 겪었다. 현대백화점은 전년도에 비해 10.1%, 신세계백화점은 3.8% 작년보다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은 저가형 가공식품 및 생필품으로 매출 감소를 가까스로 막았으나 굴비(-14.6%), 청과(-7.8%), 수산(-7.4%) 등 고급선물세트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건강 식품' 선물세트 활발... 마스크 낀 모델도
코로나19 시기에는 건강 관련 명절 선물세트와 육류, 과일 등 고가형 선물 세트가 판매됐다.
업체가 공개한 사진 속 마스크를 쓴 모델들은 건강 관련 식품인 홍삼 제품을 판촉했다. 이외에도 당시 코로나19 유행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시기였기에 비타민, 건강음료 등 건강 관련 식품을 설 연휴 선물 상품으로 내세우는 업체가 많았다.
비대면 명절에 만나지 못하는 가족에게 고가형 선물로 마음을 표현하는 소비자들로 겨냥해 고급 선물 세트 판매가 늘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 중이던 2021년 12월 롯데백화점이 공개한 판촉사진을 살펴보면 육류, 생선, 과일 등 고가형 선물세트가 주요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마스크 모델과 비싼 명절 성물세트의 조합은 몇 차례의 명절동안 재현되다 2023년 공공장소 마스크 의무착용이 해제되고 나서야 바뀌었다.
올해 트렌드는 휴대성
올해 설 명절 선물세트 판촉 사진에는 '운반이 간편한' '과일' 상품들이 자주 등장했다. 지난 6일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명절 선물들은 소지하기 편한 손잡이가 달린 케이스에 포장돼 있었다. 또한 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선물용 과일이 사진에 많이 등장했다. 쉽게 과일을 구매할 수 없게 되면서 명절에 선물할 수 있는 일종의 고급 명절상품으로 부각된 것이다.
최주연 기자 ju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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