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선수였던 캐시감독, '형님 리더십'으로 최고의 지도자가 되다

이상희 기자 2024. 2. 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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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 시절의 최지만(왼쪽)과 케빈 캐시 감독 | 사진=탬파베이 구단 홍보팀 제공)

(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케빈 캐시(47) 탬파베이 감독이 또 한 번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탬파베이 구단은 9일(한국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케빈 캐시 감독과 에릭 니앤더(41) 야구운영부문 사장(단장겸임)과 계약을 연장했다"며 "탬파베이가 두 사람과 함께 이룬 성과는 놀라웠다. 하지만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들의 자세한 연장계약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탬파베이 타임스는 "2028년 탬파베이의 신축구장이 완공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캐시 감독은 메이저리그 대표 스몰마켓인 탬파베이를 강팀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2015년 감독으로 부임하며 지휘봉을 잡은 그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대업을 이뤘다. 2020년에는 월드시리즈에도 진출했다. 탬파베이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월드시리즈 경험이었다.

캐시 감독의 지도력이 더욱 돋보이는 건 탬파베이가 제일 경쟁이 심하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메이저리그 최고명문으로 꼽히는 뉴욕 양키스를 필두로 보스턴-토론토-볼티모어가 있다. 매년 쉽게 상대할 수 있는 팀이 단 한 곳도 없다.

(탬파베이 시절 끝내기 안타를 친 최지만(오른쪽)을 캐시 감독이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 사진=탬파베이 구단 홍보팀 제공)

게다가 탬파베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리그에서 손꼽히는 대표적인 스몰마켓이다.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매년 팀 연봉순위는 25~30위 안에서 맴돈다. 지난해 연봉순위 1~3위 팀이었던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는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탬파베이가 얼마나 대단한 팀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탬파베이가 강한 또 다른 이유는 니앤더 사장의 선수발굴 능력이다.

그는 다른 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뒤 이들을 리그를 대표하는 주축선수로 키워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최지만(33)과 타일러 글라스노우(31)이다.

201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최지만은 2018년 시즌 중반에 밀워키에서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될 때만 해도 주전선수가 아니었다. 글라스노우도 마찬가지였다. 피츠버그에서 볼만 빠른 선수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된 후 주전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란디 아로사레나(29)도 탬파베이가 발굴한 대표적인 히트상품이다. 그는 2019년 전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19경기에 출전해 1홈런 2타점에 그칠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된 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도루 20+홈런을 달성했을 만큼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성장했다.

(탬파베이 시절 최지만(왼쪽)과 란디 아로사레나 | 사진=탬파베이 구단 홍보팀 제공)

탬파베이가 디트로이트에서 영입한 내야수 아이작 파레데스(25)도 마찬가지다. 202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두 시즌 동안 전 소속팀에서 57경기에 출전해 2홈런 11타점에 그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된 2022년 시즌 20홈런 45타점으로 주위를 놀라게 하더니 지난해에는 이 보다 더 좋은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때문에 리그에는 '탬파베이가 트레이드로 데려가면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여기에 캐시 감독의 '형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는 탬파베이의 장점이자 특기이다.

2018년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된 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조했던 최지만은 MHN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캐시 감독을 가리켜 '친근한 형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캐시 감독은 선수는 물론이고 코치들에게도 지도 방식 등에 대해 일절 간섭을 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 선수나 코치를 믿어 주는 것"이라며 "선수의 경우 슬럼프가 오면 캐시 감독이 부르는 데 그건 단지 선수들의 심리를 편하게 해주고, 대화를 통해 믿음을 전해주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매번 선수나 코치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무한신뢰를 통한 무언의 믿음을 보여줘 그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셈이다.

(타일러 글라스노우(왼쪽)가 끝내기 홈런을 친 최지만과 기쁨을 함께 하고 있다 | 사진=탬파베이 구단 홍보팀 제공)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인 캐시 감독은 2002년 토론토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2010년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기록상 메이저리그에서 뛴 시간은 8년이지만 단 한번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바쁘게 오가는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성적은 총 246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183, 12홈런 58타점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역에서 은퇴한 뒤 클리브랜드에서 2년간 지도자 생활을 한 그는 2015년 지금의 탬파베이 감독으로 부임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감독 첫 3년 간은 팀 승률 5할이 채 안될 만큼 부진했지만 최지만이 팀에 합류한 2018년 시즌 90승 72패 승률 0.556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전년보다 더 좋은 96승 66패 승률 0.593을 기록하며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이때부터 시작된 탬파베이의 포스트시즌 출입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계속됐다.

캐시 감독은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감독으로 보낸 9년간 통산 739승 617패 승률 0.545를 기록 중이다. 재정이 어려운 팀을 이끌고 거둔 성과로 더욱 돋보인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감독상도 그의 몫이었다. 게다가 나이도 젊어서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사진=탬파베이 구단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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