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굴착기로 건설 현장 탄소배출 줄인다

2024. 2. 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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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케이스 스터디 - HD현대 건설기계부문 3사

지난 11월 목동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전시된 HD현대인프라코어의 디벨론 1.7톤 미니 전동굴착기 DX20ZE.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제공


HD현대 건설기계부문 3사(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는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이 이뤄지고 있으며, 수송 분야의 배기가스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유럽에서는 2019년부터 5단계 배기가스 규제(EU STAGE-V)를 통해 건설기계·농기계 등 비도로용 차량 엔진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북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일부 도시에서는 정부 공사에 친환경 장비를 필수 조건으로 내세우거나 우선 입찰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글로벌 친환경 흐름 속에서 HD현대 건설기계부문 3사는 전동화·수소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강화된 각종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건설기계부문 3사, 통합 R&D로 시너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 건설기계부문 중간 지주사로,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각 사가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건설기계 제품 개발과 생산·판매 등을 담당하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건설기계 3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미래 솔루션 개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총괄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동시에 자체 사업으로 산업 차량, 유압 부품 사업 등도 운영 중이다.

HD현대 건설기계부문은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친환경 건설기계 기술과 제품 개발은 필수라고 판단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2023년 1월 산하에 기술원을 출범시켜 HD현대 건설기계 3사의 연구개발(R&D) 기능을 통합했다. 3사는 그린 택소노미(친환경 분류체계)에 따라 연비 효율 증대를 통한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 저감을 위해 Stage V 선택적 촉매 환원(SCR) 후처리 등을 적용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배터리팩(E-powerpack), 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동력 기술개발 및 제품화에 나서고 있다.

2021년 8월 HD현대 건설기계 3사 체제가 출범되기 전인 2006~2008년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는 중형 하이브리드 굴착기를 선행 개발하며 탄소배출을 줄인 건설 장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3사 체제 출범 이후에는 지난 8월 HD현대인프라코어의 미니 전기굴착기 출시를 시작으로 중대형 전기굴착기와 수소연료전지, 수소내연기관을 갖춘 건설 장비에 대한 통합 R&D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각 사의 친환경 기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HD현대 건설기계부문 친환경 제품으로는 미니 전기굴착기와 전동지게차가 있다. 지난 8월 HD현대인프라코어는 선행 개발을 포함해 약 40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1.7톤 전기굴착기를 출시했다. 2024년에는 HD현대건설기계가 1.9톤 전기굴착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동지게차는 1989년 미국의 예일(Yale)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처음 생산하기 시작했다. 실내에서 작업하는 소비자들이 매연이 없는 데다 주행 시 소음이 적은 전동지게차를 선호하는 점을 고려해 일찍이 전동화 제품을 판매해왔으며, 제품군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전동화 핵심부품 배터리팩 개발·양산

인천 HD현대인프라코어 공장 배터리팩 조립라인. 사진=김기남 기자



아울러 지속적으로 엔진 사업을 해온 HD현대인프라코어는 완성 장비 외에 배터리팩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배터리팩은 건설기계 장비의 운용 단계에서 온실가스배출 제로(zero-emission)를 실현할 수 있는 전동화 핵심부품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0년 1월 사업 타당성 검토를 거쳐 같은 해 8월부터 배터리팩 사업을 진행했으며, 2023년 2월 처음으로 1.7톤 전기굴착기에 들어가는 배터리팩 양산을 시작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HD현대인프라코어 인천공장에 구축한 배터리팩 조립 라인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현재 국산 리튬이온셀을 활용해 만든 5kWh 모듈을 조립해 배터리팩을 만든다. 규모는 모듈 30만 개로, 연간 140MW 생산이 가능한 라인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시작 단계의 신규 사업을 위한 테스트베드라고 할 수 있다”며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팩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전기굴착기와 글로벌 고객사의 잔디깎이에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적용 대상은 기존 내연기관을 사용하던 굴착기, 지게차, 상용차, 선박용, 발전용 엔진 등 산업용 장비다.

임형택 HD현대인프라코어 엔진사업본부 전무는 “글로벌 고객들이 친환경을 지향하는 것은 물론 제품 전동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내연기관을 사용하던 고객 중 일부와 전동화가 빨리 이뤄진 잔디깎이 등에 배터리팩을 표준화해 공급하려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제 규격을 만족시키는, 고객 장비에 최적화된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자 노력한다”며 “수소전소엔진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 2월에는 HD현대건설기계 1.9톤 eMEX용 배터리팩을 양산할 예정이며, 그 밖에 이동식 냉동기, 컨테이너 탑재용 냉동기(ARC용)와 전기 사용차 동력원으로 활용될 배터리팩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HD현대 건설기계부문은 지금까지 소형 모델을 중심으로 굴착기를 전동화하고 있지만, 추후 중대형 전기굴착기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3년 7월에는 중대형 전동화 제품 개발 로드맵을 수립했다. 디젤엔진을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구성된 전기 동력 시스템으로 대체한 1세대 모델에 이어 에너지 회생 등 다양한 고효율화 기술을 접목해 전비가 개선된 2세대 중형 전기굴착기도 선행 개발 중이다. 기술 및 제품 개발을 거쳐 2026년에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제품도 시제품 제작

전기 배터리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가 적용된 제품군을 개발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 2021년 14톤급 휠 수소연료전지 굴착기 시제품(Proto)을 제작해 세계 3대 건설기계 전시회인 독일의 바우마(Bauma), 미국의 콘엑스포(ConExpo) 등에서 선보였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2년 3월 지하 채굴용 대형 저상 하이브리드 휠로더(Load Haul Dumper) 시제품을 만들었으며, 2023년 2월에는 국책과제를 통해 중형 수소연료전지 휠로더 시제품을 제작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개발 중인 수소지게차의 경우 장비 중량에 따라 사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파일럿 장비 개발과 실증 모니터링 사업 등을 진행하며 관련 국책과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60년 이상 엔진 개발 및 생산 노하우와 독자적 엔진 설계기술, 독보적 연소·후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전소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기계 및 상용차용, 산업기계 및 발전기용 등 다양한 용도의 수소전소엔진 개발 과제에 착수해 라인업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HD현대 건설기계 3사는 친환경 제품의 기술력을 높일 뿐 아니라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을 친환경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HD현대 건설기계부문 온실가스배출량 중 약 88%는 건설기계 제품 사용 단계에서 발생한다. 건설 장비로 작업하거나 이동할 경우 디젤엔진 가동에 필요한 연료로 인해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동화와 연비 효율 개선 기술 적용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국내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배출량도 저감하기 위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적용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중국 강소법인 공장에 설치된 4Mw급 태양광 패널.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제공


사용 단계에서는 장비에 적용된 TMS(Tele-Management System)를 통해 온실가스 발생량을 모니터링한 후 연비 저감 및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 등을 추진하도록 한다. 생산 단계에서는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을 도입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중국 강소법인과 인도법인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구축했으며, 지난 7월부터는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HD현대인프라코어 국내 사업장에 친환경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HD현대건설기계의 주요 생산 거점인 울산캠퍼스에는 2025년 제조공정 재편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도모할 계획이다.

조아영 기자 joa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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