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인수한 ‘파페치’ 주문해보니…이거는 안됩니다 [김기정의 라이프스타일]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4. 2. 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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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의 라이프스타일 2- 쿠팡의 파페치
[김기정의 라이프스타일]은 다양한 소비 트렌드를 전달하고 소비자들의 궁금증도 풀어주기 위한 코너입니다. 김기정 기자는 매일경제신문 유통팀장, 식품팀장을 역임했고 현재 컨슈머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파페치 인스타그램 스크린 샷. 최근 쿠팡이 온라인 명품 플렛폼 파페치를 인수했다.
지난 연말 휴가기간에 인스타그램을 ‘눈팅’하고 있는데 갑자기 ‘파페치(Farfetch)’ 광고가 떴습니다.

파페치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입니다. 국내만의 명품 플랫폼이 아니고 글로벌 소비자를 상대한 명품 플랫폼입니다. 당시 쿠팡이 파페치를 5억 달러(약 66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도 있어 호기심 반 직업병 반으로 파페치에서 ‘신발’을 하나 주문했습니다. 할인 폭이 제법 커 눈길을 끌기도 했구요.

저는 뭐가 생겼다고 하면 한 번씩 직접 경험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좀 더 생생한 기사를 쓸 수 있으니까요. 롯데쇼핑이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을 런칭했을 때도 롯데백화점 기획상품을 롯데온에서 주문해 봤는데, 롯데온이 아닌 쿠팡에서 더 싸게 팔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미 롯데온의 고전을 예상했었습니다. 고객경험만큼 무서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파페치’가 주는 고객경험은 어떤 것일까 설레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명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건 처음이라 살짝 긴장도 했는데요.

일단 명품의 온라인 구매에는 두 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하나는 구매한 물건이 마음에 안 들 때 반품이 쉬울지, 또 다른 하나는 혹시라도 ‘가짜’는 아닐지의 문제입니다.

‘반품’문제는 쿠팡의 ‘고객경험’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쿠팡에서 수백번을 주문했는데 ‘반품’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 다음은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위조품의 문제인데, 이건 ‘파페치’라는 플랫폼 브랜드를 믿고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쿠팡이 인수해서 ‘로켓배송’으로 제품이 배달되나 싶었는데 제가 주문한 상품은 그냥 해외 직구처럼 물건이 배송됐습니다. ‘개인통관번호’를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배송기간은 수수료를 더 내면 더 빨리 오는 옵션이 있어 빠른 배송을 선택했습니다.

물건은 정확하게 예정된 날짜에 도착했습니다. 신발의 사이즈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살짝 컸지만 겨울 신발이라 반품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반품이 필요없었지만 반품이 필요한 분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직은 쿠팡의 편리한 반품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 됩니다.

쿠팡은 ‘반품신청’ 뒤 ‘반품’이라고 적고 문 앞에 놓아두면 바로 픽업을 해가기 때문에 반품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페치와 쿠팡은 아직 결합한 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쿠팡과 파페치의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은 다르다고 합니다.

파페치는 무료 반품 픽업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반품할 때 주의할 점은 파페치 박스나 새로운 종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매입한 물건의 브랜드 박스로 반품을 진행하면 업체가 사용된 제품으로 간주해 반품이 불가능해집니다. 또한 반품 상품은 배송받은 날부터 14일 이내로 파페치 파트너 부티크에 도착해야 합니다. 따라서 배송받은 날부터 7일 이내로 반송을 예약할 것을 파페치는 권장합니다. 교환이 안 되는 점도 주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다음으로 파페치는 정품만을 판매하는지가 궁금할 겁니다. 쿠팡은 ‘직매입’구조 입니다. 쿠팡이 직접 물건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입니다. 일부 ‘오픈마켓’ 형태로 제3자가 물건을 쿠팡에 올리고 소비자가 사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직매입’ 구조라 ‘가품’시비가 일반 오픈마켓보다 덜합니다.

반면 파페치는 ‘오픈마켓’입니다. 쿠팡과 달리 파페치는 직접 구매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파페치가 신뢰할 만한 브랜드 및 부티크로 부터 정품만을 판매한다는 게 파페치의 주장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파페치. 누적적자로 파산위기에 몰린 파페치를 최근 쿠팡이 인수했습니다.
쿠팡이 인수한 파페치의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립니다.

쿠팡이 파페치를 헐값에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파페치가 누적된 적자로 파산위기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포브스는 파페치는 명품 플렛폼이 될 수 없다면서 파페치를 인수한 쿠팡까지 위기로 몰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분석했습니다. 포브스는 명품이 ’거래’의 비즈니스가 아닌 고객과의 ‘관계’의 비즈니스라고 정의합니다. 이런 명품의 특성상 온라인 ‘거래’가 한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초럭셔리 분야는 포브스의 분석이 일부 옳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 점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시계, 보석, 가방 같은 제품들은 분명 온라인 구매에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파페치에 소위 ‘에루샤’라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제품을 찾아보면 판매품목이 거의 없고, 그나마 중고 제품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티파니가 이미 ‘카카오선물하기‘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한국 소비자들은 온라인 명품구매에 대한 두려움이 덜한 편입니다. 또 명품 아웃렛에서 파는 정도의 브랜드 제품들은 충분히 온라인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31일 파페치의 인수를 완료한 쿠팡도 지금은 파페치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단계인 듯합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파페치의 비즈니스를 검토하고 향후 방향성을 확립해 나가는 일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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