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바꿔준다” 말에 대면거래했는데 ‘계좌 정지?’.. 내가 보이스피싱 ‘돈 세탁’ 도왔다고? 어쩌다

설 명절, 해외 여행 늘어.. 환전 수요 겨냥
사기범, 외화 구입자 위장하고 거래 나서
판매대금,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피해대금
자금 세탁 연루 때.. “모든 계좌 정지돼”
범칙금, 택배·부고.. 주소, 문자 ‘클릭 금지’

# 최근 일본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A씨. 여행에서 쓰고 남은 엔화(20만 엔)를 팔려고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판매글을 올리고 직거래를 시도했습니다. 그날 저녁 한 익명의 거래자를 인근 지하철역에서 만나 엔화를 전달하고 자신의 계좌로 175만 원 입금까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점심시간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거래 은행에 문의했더니, 보이스피싱 피해자 돈이 엔화 판매 대금으로 입금돼 계좌가 지급 정지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9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금전 수요가 늘어나는 설 명절, 각종 금융 범죄에 휘말릴 여지가 크다며 경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습니다.
특히나 최근 일본 등 해외여행객이 크게 증가하는데 맞물려, 외화 직거래에 따른 보이스피싱 범죄 우려가 크고 또 실제 피해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이후 남은 소액의 외화 현찰을 개인 간에 사고 파는 경우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 한층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간 외화 직거래 때 자금세탁 연루 과정 (금융위원회)

이같은 범죄에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외화 구매자로 위장하고 접근해, 정작 거래대금 입금 단계에서는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피해자금을 외화 판매자 계좌이체로 보내는 수법이 동원됩니다. 판매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에 연루되면서 곤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금을 받은 계좌는 정지 조치되며, 외화 판매자는 일정 기간 모든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돼 계좌이체나 신용카드 대금 납부 등 각종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제공

또한 설 연휴 전후로 교통 범칙금 납부고지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스미싱 메시지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통 법규 위반으로 안내. [청구명령] 발부되었습니다’란 문구와 함께 웹 주소(URL)가 포함된 메시지로, 귀성·귀경 수요가 집중되고 차량 등 장거리 운전이 잦은 명절 특성상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는 문구에 자연 반응할 수 있는 심리를 이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명절 안부 인사나 경조사 알림을 위장한 지인이나 선물 배송을 위장한 택배 사칭과 같은 스미싱 메시지도 주의가 요구됩니다.

부고 메시지와 함께 보내진 웹 주소 등 링크가 걸린 초대장이나 문자 내 링크를 클릭하면 휴대전화 원격조종 앱, 개인정보 탈취 프로그램 등 악성 코드가 휴대폰에 설치됩니다. 이후에 휴대전화가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위원회 제공

때문에 스미싱으로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 대화를 받았을 때는 메시지 웹 주소나 전화번호를 절대 클릭하지 말고 메시지는 반드시 삭제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범칙금 확인 고지서’ 메시지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하자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사기범은 피해자 명의로 18회에 걸쳐 687만 원을 결제하는가 하면 피해자 명의 계좌에서 다수의 사기 계좌로 2,700만 원을 이체했습니다.   

또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가족, 지인을 사칭하며 금전 이체 등을 요구하는 메신저피싱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긴급상황이라며 금전 이체나 상품권 구매, 금융거래정보 등을 요구하는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대방이 앱 설치나 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할 경우 심각한 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응하지 말고 전화를 끊거나 메시지를 무시하는게 최선이라고 금융당국에선 조언하고 있습니다.

설 연휴 기간 보이스피싱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통합신고나 대응센터(112), 또 피해대금이 입금된 금융회사 콜센터에 연락해 24시간 피해구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