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딥페이크로 번진 성범죄…국제사회는 ‘공포’

AFP연합뉴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가 만든 가상현실 ‘호라이즌 월드’에서 40대 여성 니나 파텔의 아바타는 세 명의 남성 아바타에게 둘러싸여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 그들은 아바타의 가슴을 만지고 몸을 눌렀다. 이는 가상현실에서 이뤄진 공격이었지만, 파텔은 마치 실제 당한 것처럼 심장이 뛰고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텔의 사례처럼 전 세계 곳곳에서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8년 한 연구에 따르면 VR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여성의 49%가 성희롱을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아동·청소년들의 이용이 늘면서 온라인 성착취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상 아동 성학대물 신고는 지난해 사상 최대(3600만여건)를 기록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9월 미성년자 10여명이 AI로 10대 여학생 수십명의 나체 이미지를 만들어 집단 유포하는 일이 벌어져 스페인 사회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미성년자들이 온라인에서 유해한 콘텐츠에 중독되거나 학대 및 사기를 당하면서 목숨까지 잃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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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만든 아동·청소년 나체 사진 집단 유포에 스페인 ‘발칵’…“AI 범죄 대응 서둘러야”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924150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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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죽이는 제품 만들어”…고개 숙인 SNS 경영자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76777?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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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메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호라이즌 월드에서 아바타들이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개인 간 경계’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타는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고 있고, 그 대가는 어린이들이 치르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에 가상현실에서 이뤄지는 성적 괴롭힘이나 AI를 이용한 성착취물 제작 등 디지털 성범죄도 법적으로 심각한 범죄로 간주해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은 전 세계 경찰에 성폭행 등 VR에서 저지르는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개발할 것을 촉구했다. 인터폴은 보고서에서 “메타버스 사용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메타버스에서 범죄와 피해가 뭔지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세계에서의 괴롭힘은 실제 공격과 유사한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법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법적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의 강간 및 성폭행에 관한 법률은 물리적 사건이 발생했다는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괴롭힘에 관한 법률은 기술적으로는 가상현실에도 적용이 가능하나 실제 입증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이 때문에 가상현실에서의 범죄를 기소하려면 기존의 법적 판례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WP는 짚었다.

엘파이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미성년자의 딥페이크 사진 및 영상으로 만든 성착취물을 아동 성착취물로 간주하고 이를 형사 처벌하기 위한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U는 “온라인 폭력의 기하급수적인 확산과 심각한 영향을 고려할 때 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존의 아동 보호 지침을 개정해 모든 회원국에서 아동 성착취와 관련된 형사 범죄 정의를 확대할 예정이다. 그간 다수의 EU 국가들에서도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미비했고, 이에 관한 EU 차원의 명확한 공통 지침도 부재한 상황이었다.

EU의 새 개정안에 따르면 AI로 생성한 사적 이미지를 합의 없이 공유하는 행위는 범죄로 규정한다. 딥페이크 등으로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으며, 이를 소지 또는 배포한 자도 최소 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또 EU 전체 회원국에서 이러한 성적 학대를 겪은 사람들에 대한 소송 및 배상 권리를 확대하고, 공소시효를 연장한다.

한국에서는 ‘N번방’ 사태를 계기로 딥페이크 처벌법이 2020년 6월 시행됐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시정 요구를 포함한 국내 딥페이크 성범죄 사례는 2020년 548건에서 2022년 2723건까지 5배가량 급증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