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에 김민재까지 사과 "원하는 결과 가져오지 못해 죄송하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팬들이 사과를 받고 싶은 사람은 웃고 있다. 선수들만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김민재는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긴 대회 기간 동안 같이 고생해 주신 선수들, 코칭스태프 분들 그리고 항상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드린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팬분들이 응원해 주시는 만큼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하루 전엔 손흥민의 자책이 있었다. 손흥민은 8일 SNS를 통해 "많은 분이 기대해 주셨던 아시안컵 대회를 치르면서 온통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감사 인사가 너무 늦어졌다. 경기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지만 잘 도착했다. 제가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말 많은 사랑을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대한민국 축구선수임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손흥민과 김민재 모두 한국 축구 대표팀을 향한 비난 여론을 의식했다. 한국은 카타르에서 열린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졌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을 노렸으나 우승과 거리가 있었다.
김민재는 준결승에서 뛰지 못했다. 경고 누적 징계로 뛸 수 없었다. 김민재 공백은 컸다. 가뜩이나 약한 한국 수비는 김민재가 빠지자 와르르 무너졌다.
이번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FSV 마인츠) 등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1960년 이후 첫 아시안컵 우승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였다.
하지만 조별리그부터 경기력이 엉망이었다. 한국보다 한참 아래로 평가되던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졸전 끝에 비겼다. 조 2위로 간신히 16강에 올랐다.
16강전 사우디아라비아, 8강전 호주를 극적으로 이기고 4강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형편없었다. 말이 좋아 '좀비 축구'였다. 갖고 있는 전력을 생각하면 공수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비난 화살이 집중되는 건 선수들이 아니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다. 대회 내내 지적된 문제점은 결국 개선이 안 됐다. 전술 부재와 스타 선수들에게 의존한 축구로 클린스만 감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무엇보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부터 졸전 후에도 웃는 모습으로 국내 축구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경기가 끝난 후에 자기 반성이나 책임감 있는 태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클린스만 감독은 "결과로 말하겠다"고 해왔다. 아시안컵 도중 경기력 비판 목소리에 "감독은 경기와 결과로 평가받는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진 감독이 이 직업에 계속 있기는 어렵다"라며 결과에 따른 조치를 달게 받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나고선 말이 바뀌었다. 요르단전 패배 이후 인터뷰에서 "사퇴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한국으로 돌아가 이번 대회를 분석하겠다. 대한축구협회와 어떤 게 좋았고, 좋지 않았는지 논의하려 한다"며 "앞으로 2년 반 동안 북중미 월드컵을 목표로 해야 한다. 더 발전해야 한다. 당장 우리 앞에는 예선이라는 어려운 과제도 쌓여있다"고 감독직 유지를 희망했다.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서도 환하게 웃었다. 현재 축구 팬들 정서와 너무나 괴리감 있는 감정 표현으로 지탄받았다. '유체이탈 화법'으로 논점을 피해갔다.
공항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당당했다. "축구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희로애락은 일부라고 생각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호주와의 8강전에서는 우리가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아마 많은 분이 행복해하셨을 것이다. 반대로 대회에서 이렇게 패배를 안고 돌아오고 탈락하게 되면 (부정적인)여론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더 부정적으로, 진짜 극단적인 발언들도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비판을 감수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팀이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책임 있는 자세나 사과, 반성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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