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건강 지키려면 ‘대화가 필요해’

김태훈 기자 2024. 2. 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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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어르신 건강 체크

설 명절에 부모님을 만나 건강 상태를 물어보면 ‘괜찮아, 나이 들어서 그래’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그러나 이 대답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곤란하다. “이상 신호를 빠르게 알아챌수록 활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득해 부모님 몸에 나타난 노화 증상을 재차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평균수명이 늘어 예전보다 젊게 살고 있다고 하지만 노화 때문에 나타나는 신체적·정신적 증상들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명절에 대화를 나누며 살펴볼 수 있는 4가지 노인성 질환에 대해 경희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정리했다.

▲노인성 난청 “왜 자꾸 되물으세요?”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증상이다. 청력의 노화는 30대 후반부터 시작되는데, 65세가 되면 4명당 1명, 75세에는 3명당 1명, 85세는 2명당 1명, 95세가 되면 대부분에게 난청이 생긴다.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 자꾸 되묻고 목소리가 커진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며 “난청을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뇌세포가 함께 퇴화해 우울증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어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성 난청이 한번 발생하면 예전 상태로 청력을 회복할 수 없다. 따라서 조기에 보청기를 착용해 청각 재활을 시행해야 한다. 난청 상태와 이력에 대한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 청력 검사 등을 통해 상태를 진단한 뒤 보청기를 선택한다.

보청기 착용 즉시 만족할 만큼 소리가 잘 들리는 것은 아니다. 보청기 소리에 적응하는 데는 6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심을 갖고 꾸준하게 조용한 곳을 시작으로 점점 시끄러운 환경으로 옮겨가며 착용 시간을 늘려가면 소리가 잘 들리게 된다. 여승근 교수는 “보청기 적응 기간에는 착용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며 “대화할 때는 얼굴을 마주 보고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천천히 대화를 나누고 격리감을 줄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점검 사항
-대화를 할 때 목소리가 커진다
-이미 질문이나 대답을 하고도 자꾸 되풀이해 확인한다
-특정 발음이나 특정 인물의 말소리를 더 못 알아듣는다

▲노인 우울증 “요즘 외출 좀 하시나요?”

노인들은 몸에 생긴 질병과 줄어든 사회활동, 경제적 어려움, 사별, 인지기능 저하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우울증이 발생하기 쉽다. 2021년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70~79세의 우울장애 1년 유병률은 3.1%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다.

노인 우울증은 다른 연령층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증상’을 많이 표현하거나 갑자기 무기력해져 외출 빈도수가 낮아지는 등의 특징을 보인다. 또 평소 해오던 일도 잘하지 못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선제영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정신적인 문제를 ‘우울하다’고 표현하기보다 ‘몸이 아프다’, ‘소화가 안 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를 숨기기도 하므로 우울증이 있음을 알아채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인 우울증은 치매의 위험 요인이자 자살의 주요 원인인 심각한 질환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일을 잘 처리할 수 있고 도움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병원에서의 치료와 더불어 운동과 금주,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점검 사항
-원인을 알 수 없이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일상생활에서 의욕을 잃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
-외출을 잘하지 않고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치매 “이번에 누가 졸업했죠?”

노인성 난청과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매에 걸리기도 쉬워진다. 치매는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발생률이 올라간다. 치매 발병 원인 중 약 70%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초기에는 사소한 기억력 감퇴로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력, 이해력, 계산능력 등의 인지기능 문제로 이어진다.

박기정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초기에는 건망증과 증상이 유사해 주변 사람들이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힌트를 제시해 기억해내는지 여부를 확인해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망증이라면 뇌에 각종 정보가 입력된 상태에서 단서가 주어지면 다시 기억을 불러올 수 있다. 치매는 정보가 아예 입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랜 과거의 기억보다 근래의 일들을 중심으로 힌트를 제공한 뒤 기억이 잘 떠오르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인지 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매년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기정 교수는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약물·비약물 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명확한 발병 원인이 아직 밝혀진 바 없으나, 우울증과 유전적 요인 등이 위험 요인으로 손꼽히는 만큼,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 정기 검진을 통해 사전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점검 사항
-힌트를 줘도 과거 있었던 일을 잘 떠올리지 못한다
-성격이 예전과 달라졌다
-TV에 나오는 이야기나 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전립선 질환·배뇨 장애 “새벽에 화장실 가세요?”

소변을 편하게 보기 어려워지는 증상은 노화와 함께 남녀 모두에게서 나타난다. 다만 원인은 다르다. 남성이라면 전립선암, 전립선비대증 같은 전립선질환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되거나, 변기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소변이 나온다면 전립선질환을 의심해봐야 하는데, 전립선암과 비대증의 증상이 비슷하므로 정확한 검진이 필수적이다.

전립선암은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배뇨 불편감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암이 아니더라도 전립선질환을 방치하면 방광과 신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년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배뇨장애로는 요실금과 방광염, 야간 빈뇨 등이 꼽힌다. 이선주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변을 너무 자주 보거나 배뇨시간이 길거나 소변이 새어 나오는 등의 배뇨 이상은 폐경 이후 여성이 주로 겪는 질환 중 하나”라며 “야간 빈뇨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수면을 방해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어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검 사항
-하루 화장실 방문 횟수가 8회를 넘는다
-외출 시 소변을 걱정해 물을 마시길 꺼린다
-화장실 위치부터 파악하거나, 화장실이 없는 곳은 가지 않으려 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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